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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출몰하는 제임스 딘 망령(亡靈) 남형두
“남교수 부인이 보면 좋아할 사진 한 장 보내요”하고 이메일하셨기에 저한테만 보내신 줄 알았더니 글방에 올리셨구만요. 그래도 좋습니다. 한국에 못 돌아가면 이철 고문님 댁에 눌러앉지요 뭘 ^^
저는 이곳 LA에 온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글방의 위력을 새삼 체험한 것은 도착하자마자 이철 고문님과 권정희 논설위원님(미주 한국일보)께서 저를 불러내시더니 며칠 동안 빵으로 더부룩해진 속을 한식으로 말끔히 청소해주셨습니다.
언론계에 몸담은 적도 없는 제게 오직 글방 식구라는 인연 하나로 이철 고문님은 하루를 온전히 내셔서 헐리웃, 비벌리힐즈, 그리고 산타 모니카 해변까지 구경도 시켜주셨지요.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이런 인정과 사귐이 있는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 토양을 제공한 글방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글방의 박흥진 선생님은 살아있는 헐리웃 배우들과 어깨동무하며 사진을 찍으시지만, 저는 죽은 배우와 찍었습니다. 그런데 혹 아시나요? 미국에는 죽은 유명인(Deceased Celebrities)만을 보호해주는 Agency와 법률사무소가 있다는 것을.
제가 재작년 미국의 어느 로 저널에 발표한 논문 제목이 이렇습니다. “The Emergence of Hollywood Ghosts on Korean TVs: The Right of Publicity from the Global Market Perspective”
저는 이 논문의 부제를 다음과 같이 붙였습니다. “Is James Dean a Living Dead Even in Korea?”
1994년 경 미국의 제임스딘 재단이 한국의 코미디언 주병진 씨가 운영하는 속옷회사(“좋은사람들”)을 상대로 “제임스딘”이라는 이름이나 초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는데, 저는 당시 이 사건에서 피고 측 변호사로 사건에 간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던 논문입니다.
지난 봄, 대한변협에서 변호사에서 교수로 전직하게 된 계기를 글로 써달라기에 몇 자 적어 보낸 적이 있는데, 오늘 마릴린 몬로와 찍은 사진(photo by Chul Lee)을 보니, 제임스 딘이나 마릴린 몬로가 제 인생에도 깊이 들어와 있음을 생각하고 웃었습니다.
The Way 봄호 (대한변협 출간)에 실린 글을 첨부합니다. 남형두 올림 …………………………………………………….
해후(邂逅) 지금은 서울시에서 청사로 쓰고 있지만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이었던, 1994년 여름날 법원 구내에서 일어난 영화 같은 일화를 소개한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배우 고(故) 제임스 딘의 고종사촌이 대표로 되어 있는 재단이 국내 속옷 회사를 상대로 제임스 딘의 초상과 성명을 사용하지 말고 무단사용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필자는 이 사건에서 피고측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였다. 당시 이 사건은 피고 회사의 대표가 유명한 개그맨 사업가라는 점에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사실상 원고 재단을 관리하는 미국의 유력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Mr. A)가 한 발언에 대해 피고 개그맨 사업가는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A를 상대로 같은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미국인을 피고로 한 소장(訴狀)의 송달(送達)이 문제였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주미대사관을 통한 이른바 “영사(領事) 송달” 방법을 생각했지만 성사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마침 A가 이 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게 되었다.
법정에 나온 이 외국인에게 그를 피고로 하는 소송의 소장을 송달할 방법이 없겠는지 고민하다가, 법전에서 이른바 해후송달(邂逅送達)이라는 방법을 찾고는 무릎을 쳤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 송달방법을 신청하면서 필자는 집행관에게 사전 설명을 하고 증인이 증언하는 중에 법정 밖에서 대기해 줄 것을 요청 하였다.
민사소송법 제183조 제3항 “송달받을 사람의 주소등 또는 근무장소가 국내에 없거나 알 수 없는 때에는 그를 만나는 장소에서 송달할 수 있다.”
그날 재판에서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필자의 정신은 온통 증인신문이 끝난 후 소장을 송달하는 일에만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키가 2미터나 됨직한 A가 증언을 마치고 원고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서 나갈 때, 필자는 먼저 달려 나가 법정 밖에 대기하고 있던 집행관에게 소장 송달의 집행을 요구하였다.
소장이 담긴 서류봉투를 낯선 사람이 들이밀자 A는 당황하였다. 잠시 옥신각신 한 끝에 원고 변호사는 이내 눈치를 챘는지 A를 거의 끌다시피 잡고 주차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필자는 집행관과 함께 뒤쫓았다.
법원 구내에서 양복 입은 점잖은 한 무리가, 그것도 머리가 하나 이상 큰 외국인이 함께 도망치듯 뛰어가고, 다른 한쪽은 뒤쫓는 기이한 장면에 당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무슨 영화라도 찍는 줄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집행관은 해후송달 경험이 없었는지(아마도 전국 어느 법원의 집행관도 이런 송달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으리라), 미적거리며 필자의 뒤에서 마지못해 따라오고 있었다.
원고 변호사와 함께 차량에 탄 A가 출발하려는 찰라, 필자는 닫힌 차 문을 열고 뒤 따라온 집행관에게 차 안으로 소장을 던지라고 외쳤다. 그러나 집행관이 머뭇거리고 있는 차에 승용차는 쏜살같이 덕수궁 쪽으로 난 법원 출입문을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오랫동안 이 순간을 상상하고 송달을 기획했던 필자는 무더운 한 여름 대낮, 양복차림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전력을 다해 뛰었으니 땀은 비 오듯 하는데, 너무도 허탈하여 한동안 그 자리에 선 채 덕수궁 담벼락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집행관이 달리기를 조금만 더 빨리 했더라면, 차량 문이 열렸을 때 안으로 서류를 던지기라도 했더라면 ... 변호사 3년차로 이제 갓 신입을 면한 필자는 마치 눈앞에서 다 잡은 월척을 놓치기라도 한 듯 그렇게 분할 수가 없었다.
민사소송법은 서류를 송달받을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받기를 거부하는 때에는 송달할 장소에 서류를 놓아둘 수 있다(제186조 제3항)고 하여, 해후송달의 경우 유치송달(遺置送達)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장을 받지 않으려는 외국인 발밑에 소장을 놓았거나 그가 탄 차량 안에 던져 놓기라도 했더라면 송달은 성공한 것이 아니었을까?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와 같은 송달의 효력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후 필자는 외국에서 유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내 최초의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 사건이었던 제임스 딘 판결을 중심으로 석사논문을 썼고, 또 어찌어찌하여 박사학위까지 이 주제로 마치게 되었다. 공부를 직업으로 하리란 생각은 꿈도 꾼 적이 없었는데 대학교수가 되었고, 그렇게 소장을 송달하려고 애썼던 A와는 그 후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수년 전 A는 헐리웃에 있는 자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실무경험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필자를 초청한 적이 있었다. 마침 올 해 연구년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초청을 받아들여 새로운 경험과 공부를 할 기대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어진다.
최성수라는 가수의 동명(同名)의 노래 때문인지 ‘해후’라는 말에는 왠지 낭만이 서려 있다. 그런데 해후송달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피고 입장에서 보면 소장에 무슨 좋은 소식이 담겨 있겠는가?
‘우연한 만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해후’, 비록 해후송달에는 실패했지만 천직(天職)으로 알았던 변호사업에서 탈선(脫線)하여 강단에 서 있으니, 앞으로 또 어떤 일과 해후하게 될지 사뭇 기다려진다.
이 회사는 제임스 딘, 마릴린 먼로,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등 주로 사망한 영화배우의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이니, 굳이 말하자면 A는 유령들의 변호사인 셈이다.
<남형두/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법대 졸/부안 産>
그 겨울의 찻집(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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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후 송달,, 공부 잘 했습니다.
노상압류(路上押留) 라는 말 들어 보셨는지요.
채무자가 물건을 가지고 튀는걸 길거리서 집달관 대기 시켜
노상차압(遮押)을 집행 해봤습니다.
집달관 왈 이런법을 실행 하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코구멍 많은 사업 한다구 소싯적 별것 다 해봤습니더.
글구 최성수의 해후는 운강 십팔번 입니다. 아는 사람 다 알터인데용.....
딱 2가지 질문 있습니다 운강님! (노상압류, 노상차압은 난해한 단어지만 구체적 설명으로 잘 이해가 됨)
1)콧구멍 많은 사업은 뭘 뜻 하는것이며,
2)운강 18번은 아는 사람 다~안다고 하셨는데 ....
언제 어디서 부르셨는지 전, 전~혀 기억이 안 나걸랑요.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1번 구멍가게 보다 는 쪼끔..
2번 남 노래부를때 잘들으시지 지금 후해 하쟎아용ㅋㅋㅋㅋㅋ
운강이 해후를 부르면 특히 여성 동포들이 환호, 열광하더라.
아느니 아르리요.....
여성 동포중의 한사람 해바라기는 환호 열광한적 없는데....
운강님의18번 해후를 들어본적이 없으니
모르니 모르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