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기운이 완연한 봄에는, 저희 아이들 가운데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작년 제가 맡았던 반 아이 중에는 한달 보름 동안 점심식사까지 거부하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호시탐탐 노렸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밥맛이 없어서냐구요. 아뇨~! 이 아이는 매번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우는 아이입니다. 머리는 얼마나 비상한지 여자 보조원샘에게는 화장실에 간다고 해놓고 화장실
좁은 창문을 뛰어넘어 교출했던 학생입니다. 선생님이 자신을 주의해서 관찰하는 것 같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것같은 생각이 들면 바로 뛰쳐나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점심식사 후 이를 닦으러 갈 때에도 항상 데리고 다녀야 했습니다. 한번은 도저히 그런 생활로는
안되겠다 싶어 이를 닦으러 가는 척하면서 화장실 앞에서 교실문을 바라보며 이를 닦고 있었습니다.
이를 한참 닦는 바로 그 시점에 이 아이가 바로 너무 즐거워 하며 교실문 밖을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지요.
선생님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적절한 시간까지 계산한다는 판단까지 들던군요.
이렇게 몇번을 항상 이 아이 옆에는 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자 그때부터 교출을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 아이는 학교정문이 열렸어도 절대 그리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혹시 누군가 자신을 볼까봐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담장을 뛰어 넘어 교출하곤 했습니다. 작년에 딱 한번 그 담장까지
같다가 그것을 넘는 순간에 붙들렸지요.
이 아이가 어제 바로 교출을 했습니다. 교실에서 담임샘과 보조원, 그리고 자원봉사자 3명이 있었고, 마침
이를 닦고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차를 몰고 가능한 모든 선생님들이
동원되어 찾으러 다녔습니다. 이 아이가 좋아할만한, 갈 수 있는 노선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지요.
방송하고, 연락하고, 차로 나가는 시간이 10여분도 채 안되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해당 부모님께 연락드리고, 미아신고 하는 등 난리법석을 피웠지요. 그리고는 해당부모님 중 한분과
저는 이 아이가 주로 간다는 지하철역으로 달렸지요. 학교에서 걸었을 때 어른 걸음으로 50분 정도되는 거리를요.
근데 거기에도 없더군요. 해당 부모님말에 의하면 이 아이는 마을버스도 이용할 줄 알고, 광명에 있는 고모댁에도
혼자 왔다갔다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혀 걱정하시지 않더군요.
결국 찾지 못하고 부모님을 집에다 모셔다 드리다가 바로 집앞에서 여유있게 걸어들어가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이 아이는 저희를 보자마자 아주 기분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뜸한다는 말이
"어디갔다 왔어?"였습니다. 제가 질문하고 싶은 그 질문을 도리어 저희에게 질문하더군요. 그것도 입에
뭔가 잔뜩 먹은 흔적을 남긴 채 말이지요.
어느 마음씨 좋은 분께서 이 아이에게 먹을 것을 준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이런 봄날에는 저라도 나가서 신나게 놀고 싶습니다. 하물며 일년 내낸 안전사고로 인해서도
자주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나가고 싶을까요! 그래서 아마도 소풍이나 현장학습
을 너무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아이 덕분에 수업을 땡땡이 치고 한시간 넘게 차로 거리를
활보하였습니다. 자동차 전용도로 한가운데 차를 주차시키고 해당부모님을 기다리기까지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