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에 말로만 듣던 난타 공연을 처음으로 보고 왔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공연인데, 여지껏 이거 한번 볼 생각을 왜 못 했을까? 싶었는데...마침 예스24에서 책을 구입하고 난타 예매권 50% 할인쿠폰이 생기는 바람에 VIP석을 구입했다. 난타 전용관이 여럿 있었지만 이날따라 좌석이 꽉꽉 들어차는 바람에 결국 이리저리 찾다가 정동에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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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관 전경은 대강 이렇고~저녁때인데도 사람들은 가득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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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가면 이런 식의 캐릭터화된 모형이 서 있었는데, 아주 적절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따라 중국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모두 재밌을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물론 내 생각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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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공연은 여러개의 전용관에서 여러 팀들이 돌아가면서 공연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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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자가 갔던 날은 Red팀의 공연이었다. 전체 팀의 구성원들 중 Red팀의 구성은 매니저 역의 '유승수', 헤드쉐프 역의 '손승택', 핫소스 역의 '김진희', 섹시가이 역의 '나준석', 네퓨 역의 '남동훈'이었다(http://www.playdb.co.kr/playdb/PlaydbDetail.asp?sReqPlayNo=13837). 사진이 흐리니깐 이 싸이트에 가 보면 누가 누구인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줄거리는 대강 다음과 같다(줄거리를 알아도 공연을 감상하는데 큰 상관은 없을 듯 싶어서 소개한다. ^^;).
헤드쉐프를 비롯한 여러 요리사가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이때 사사건건 심술기 가득한 매니저가 등장한다. 매니저는 6시까지 결혼식 피로연을 준비하라고 시키면서, 철부지 조카를 데려와서 일을 가르쳐 주라고 한다. 하지만 기존 요리사들은 낙하산 조카를 싫어할 수 밖에 없고(특히 섹시가이와 항상 부딪치는 설정이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6시까지 겨우겨우 맛난 피로연 음식을 준비하게 된다.
일단 공연 중간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지 못 하니...필자가 느낀 감상 몇마디만 적어보겠다.
1.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사 자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제스츄어와 표정, 약간의 의성어, 그리고 역동적인 춤 동작 등으로 모든 내용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보는 내내 공연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 만화책 중에 대사라곤 전혀 없고, 순전히 무표정과 기상천외한 돌발행동으로 모든 내용을 이끌어가는 아기 공룡 '곤(GON)'이라는 녀석이 있었다(http://blog.naver.com/sluto/120007678601). 그것처럼 말이 없어도 충분히 모든 내용들이 이해가 가니 더 재미있고, 더 흥미넘치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2. 스토리 라인을 조금씩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보니깐 각 팀마다 나름의 스타일과 개성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동일하다고 했다(일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그런데 이 스토리를 조금씩 변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각 팀마다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Red팀은 매니저의 조카가 들어오는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준비한다면, Yellow팀은 매니저가 바뀌어 우유부단해 일처리를 못해 아래 있는 요리사들이 고생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조금씩만 변형을 가해도 상당히 재밌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코믹쇼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연극을 봤는데(http://club.cyworld.com/ClubV1/Home.cy/52700140), 4명의 로미오와 4명의 줄리엣이 나와 자기 소개를 하고 관객들의 호응도에 따라 각 1명씩만 주인공으로, 나머지 3명씩은 조연으로 연기하는 설정이어서 상당히 참신하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개인적으로 이 연극도 나중에 한번 더 보러 가고 싶다). 난타라는 것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데다가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는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스토리 라인에 변화를 주면 더 좋겠다~싶기도 했다. 암튼, 나중에는 다른 팀의 공연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화려한 퍼포먼스가 정말 예술이었다. 예전에 미국에 갔을때 이와 비슷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건 '요리'가 주 테마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갖가지 물품들로 공연을 했었는데 뭐 예를 들면 열쇠꾸러미라든가, 고무호스, 쓰레기통 뚜껑 등이었다. 그게 벌써 11년 전에 봤던거니 지금은 무슨 공연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또한 그때에는 디카도 없었을 때였고, 이런 여행에 대해 많이 기록으로 남길 때도 아니어서 지금은 그 공연에 대해 전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지만, 다만 기억나는 건 그 공연이 당시 미국인들에게 지금의 난타처럼 상당히 사랑받는 공연이었다는 것 뿐이다.
암튼, 그때 그 기억이 너무 강렬했었는데, 난타 또한 그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무대가 그때보다 조금 작았고, 동작에 있어서 날고 뛰는 모습이 작긴 했지만 칼을 들고 도마에 두들기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공연 막바지, 계속 심술궂은 이미지로만 나오고 중간에 마술 한번 딱 보여준 매니저가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엄청 큰 북(플라스틱 김치통이었나? 쩝...-.-;)을 두들기면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장면에서 멋있다!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머지 요리사들도 웃통을 벗고, 물이 쏟아져 내리는 상황 속에서 열과 성을 다해 큰 동작으로 뭔가를 두들기며 당차고 다이나믹한 소리를 내는 것이 전율을 느끼게 했다. 더불어 헤드쉐프의 귀여우면서도 재치넘치는 공연 진행 또한 인상깊었다. 관객을 반으로 갈라서 게임을 하는 설정도 좋았는데, 특히 외국 관광객들에게 호응도가 높았던 것 같다.
이상이다.
정말 간만에 신나게 즐기고, 마음껏 웃고 박수치고 호응했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제일 앞줄에 앉은 필자 일행과 달리 옆에 앉은 커플은 다리 꼬고 가만히 앉아서 공연을 감상하던데...참 그런 사람들 보면 이런거 왜 보러 왔나 싶다). 아직 난타 안 보신 분들은 한번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와~재밌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될 것이다.
덧글 1. VIP라고 해서 맨 앞줄에 앉아서 보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 중간쯤에 앉아서 공연장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나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맨 앞에 앉으면 확실히 공연을 몸으로 더 잘 느끼게 되지만, 눈 돌아가는게 바빠서 조금 정신없다는 느낌도 받았다.
덧글 2. 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거의 다 흐리고 엉망이다. 특히 모토로라 아트릭스가 카메라가 정말 안 좋은 폰인지라...이해들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