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ailymedi.com%2Fnews%2Fimg%2Fspacer.gif) 심나래 홍보실장 힘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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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의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었을까? 작년부터 시원치 않던 몸이 결국 탈이 나버려 결국 이곳 저곳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피부과, 산부인과, 소화기내과 등. 게다가 얼마전에는 친정 어머니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사건까지 벌어졌으니 올해는 병원과 불가분의 사주인가 보다.
꼬박 4년간 병원으로 출퇴근을 했지만 막상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을 다녀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처음 병원을 들어섰을 때는 홍보물이나 동영상, 사인물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몰래 참고 사진도 찍고 홍보물도 몇 개 챙겨오는 등 유난을 떨었다.
‘역시 리플렛은 수입지 정도 써줘야 모양이 나는군’ ‘야~ 의사 프로필을 저렇게 하니 왠지 권위있어 보이는데? 다음번에 써먹어야지’ 등등 처음에는 환자가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내리고 정보를 수집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대기실에 앉아 의사를 만날 생각을 하니 투철한 직업 의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초조함만 남았다. ‘큰 병이라고 하면 어쩌나’, ‘30줄에 들어서니 이제는 몸이 예전같이 않구나’‘그런데 이 병원 진짜 잘하는 병원인가?’ 온갖 주책맞은 상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에는 [**내시경 **만례], [**병원 자매 결연]이라는 문구들이 여기저기 큼지막히 붙어있었다. 홍보 좀 한다는 병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간단한 문구였고 내가 속해있는 병원에서도 수십개씩 붙어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환자인 내 입장에서 그런 문구들은 내 불안감을 해소해주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홍보 메시지 보다 진료실에 들어섰을 때 의사 선생님의 ‘어서오세요’라는 인사 한마디와 미소가 더 큰 위안이 되었다.
순간 한가지 깨달음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도대체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우리 병원을 알려왔는가?
무사히 진료를 마치고 돌아서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평소에 기계적으로 만들어왔던 많은 게시물과 원보, 보도자료. 우리 병원을 찾은 그 누군가는 저걸 보며 안심을 했을까? 아니면 그냥 무심히 지나쳤을까? 내가 만드는 메시지들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혹시 나만, 아니 병원 직원들만 만족해 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홍보활동의 근간은 환자를 이성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러다보니 ‘국내 1위’ ‘최다 수술 건수’ 등과 같은 메시지에 집착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직접 환자가 돼보니 이 것은 병원 입장만 반영한 생각이었다. 불안한 상태의 환자들에게 우리 병원이 최고라는 일방적인 메시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병원을 믿어달라는 부드러운 메시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매일 병원으로 출퇴근 하는 동안 환자들의 이런 마음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내 위주의, 병원 위주의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해 왔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반성해 본다. PR의 근본은 나와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