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2학기의 두 번째 시간, 「녹색평론선집2」의 <과학의 녹색화> 편을 읽고 발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인류에게 과학기술은 발전과 번영의 토대이자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밝은 빛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단견이며, 발전과 번영의 혜택이라는 자극적인 단맛이 어떤 환상을 심어주고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 과학기술이 자연과 인간 사회에,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생각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수업에서 읽은 다섯 편의 글들을 통해 과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몰랐던 진실을 깨닫고, 과학과 인간이 어떤 자세로 돌아가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 소모적이며 재순환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만들어 내는 현대의 기술은 순환을 통해 본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자연의 기본 성질에 위배됩니다. 현대기술은 생물을 다시 생물로 되돌려 놓지 못하고 에너지의 순환을 막아버려, 인간의 번영을 위해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할수록 지구는 오염될 뿐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놓고 볼 때 현대 과학기술은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는 형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인류 전체가 그 번영을 고루 누리게 될 거라는 환상과는 달리 그 혜택을 누리는 일에 다수 대중은 배제되고 있습니다. 소수의 수혜자들에게 집중되는 과학기술의 혜택이 인류 전체의 진보와 자연 정복으로 둔갑하는 것은 과학의 진정한 기능도 아니고 인류 번영의 증거도 아닙니다. 인간이란 나 개인만으로 살 수 없고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를 배제한 채 인류만으로 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과학기술은 인간을 위한, 인간 중에서도 혜택 받는 일부를 위한 길로 나아가면서 그 외의 다른 모든 생명과 자연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자연의 거대한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자연의 예측불가능성은 인류가 자랑스러이 여기는 과학기술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결코 알 수 없게 합니다. 과학기술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예측불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일들에 대해 인류는 대처할 수 없게 됩니다.
과학기술이 환경문제를 지속적이고 심각하게 유발해온 상황에서 그 과학기술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너무나 인간적인 오만한 생각일 뿐입니다. 환경문제를 인간의 과학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인간이 조작하고 지배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과학기술의 편리를 그대로 누리면서 또 다른 자연의 조작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결코 지구라는 거대 생명계의 주인일 수 없습니다. 제임스 러스로크의 ‘가이아 이론’이 말해 주듯 인간이 인간만을 생각하고 지구를 착취, 훼손한다면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는 보다 유순한 종(種)이 인간을 대신하도록 반응할 것입니다. 인간이 지구상의 생명체를 파괴하고 또 복구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지구가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들이 자기들에게 알맞은 환경 속에 번창하도록 이끌어 갈 것입니다. 지구 생명계에 의존해 살 뿐인 우리 인간의 지금 행동은 우리 자신만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지요.
그 외에도 인간의 인권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 각각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생각, 부와 권력의 힘 앞에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과학자 집단의 문제, 생명의 탈신성화를 불러오는 유전공학의 위험성, 대규모 과학의 부적절성 등 여러 이야기들이 언급되었는데, 결국 오늘 읽은 글들이 제시하는 방향은 공통된 지점을 향하는 것 같습니다. 적정규모의 연구, 적정규모의 생산, 과잉문화로부터의 철수, 속도와 거대화에서 벗어나 지구생명의 근원인 태양에너지에 따르는 방식,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인간의 몸으로 구현하는 에너지인 자전거 시대 등 표현은 달라도 그 정신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야할 길은 지금까지처럼 ‘욕망’에 기초한 질주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진보와 공존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제레미 리프킨의 말대로 “어떻게 하면 테크놀로지를 악용하지 않고 선용할 것인가?”라는 질문 대신에 “얼마나 큰 힘이 과연 적당한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앞에 놓고 과학기술의 속도와 규모를 심각하게 조정해야만 할 중요한 시점에 우리 인류가 서 있습니다.
첫댓글 강의 후기가 너무 늦었습니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니...
겨우겨우 요약해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뒤늦게 봤는데 정말 글을 통해 또 배우게 됩니다. 너무 정리를 잘하셨고 수고많이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언니의 깔끔한 요약이 빛나는 글이에요^^
과학자가 유전공학을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아름다운 글도 기억이 나네요. 녹색평론은 현대인에게 성경 같은 책인 듯해요~
윤정 언니~ 고마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