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2024년 봄편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20240308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의 바뀜을 통해 계절이 바뀜을 느낀다. 글판이 바뀌어야 계절이 찾아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해 들어 지난해 겨울을 지켜온 글판이 내려지고 봄의 글판이 올라갈 때 어떤 문안이 적혀 있을까, 몹시 궁금해 한다. 올해 3월이 시작되었는데도 광화문글판은 겨울 글판을 달고 있다. 아직 봄은 먼 것일까? 영화 관람을 위해 광화문시네큐브에 가는 중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하차하여 광화문광장으로 올라갔다. 맨 먼저 교보생명 빌딩을 올려보았다. 광화문글판이 봄맞이 단장을 보여준다. 아, 봄이 왔구나. 희망과 사랑의 봄이 환하게 열려 새싹이 트고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봄이 왔어.
2024년 광화문글판 봄편은 김선우 시인의 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서 발췌했다. 디자인은 연둣빛 싹이 트는 풀꽃을 심은 화분을 아이가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풀꽃의 싹틈과 꽃핌은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며, 생명력과 희망이 꿈틀대는 봄을 맞아 서로 격려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문안을 선정했다고 한다.
그대가 홀로 끈기있게 꽃줄기를 밀어올리고, 그 꽃줄기 끝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은 이 세상에서 모두 개인적인 일이다. 그렇다. 각자가 홀로 노력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주변인들의 협동과 응원이 있다. 그 개인을 사랑하는 부모와 형제자매, 친지와 친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일은 곧 나의 일이 된다. "아, 저만큼 성장했구나! 아, 저리 노랗게, 붉게, 주홍빛으로, 보라색으로, 예쁘게 피어났어!" 그 모습을 본 우리는 모두 가슴 떨리며 그에게 축복을 보낸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1970~)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