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가 아프다며 진찰해주고 있는 아동, 2009 한국의 언어병리학을 바라보며.
사계절을 익히는 game, 아동은 12개월의 한가운데를 지나면 할 수 있는 일을 말하면서 카드를 고른다.
아름다운 계절에 대해 아동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중 하나.
"외로운 나무-나무가, 외로이 서서 울고 있는데, 어떤 여자애가 나타나서,
그애도 외로이 서서 울고 있는데 외로운 나무가, '얘야, 이리오렴' 하고 말하자, 둘은 함께 놀아요."
칠판위에 시를 써놓고 만족해 하고 있는 아동. 2009년 한국의 언어병리학을 바라보며..
무엇이건 나에 관한 진실을 얻으려면 나는 반드시 타자를 거쳐야만 한다.
타자는 나의 존재에 필수불가결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내가 나에 대해 가지는 인식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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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는 하나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 비밀은 내가 무엇인지에 관한 비밀이다.
타자는 나를 존재케 하며,
바로 이러한 사실로 인해 나를 소유한다.
이 소유는 그가 나를 소유한다는 의식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
나에게 있어서 타자는 나의 존재를 훔쳐가는 자이다.
-J. P. Sartre,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중에서
대학교 2학년때 특수교육에 관련된 원서를 읽다가 speech-language pathologist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유아교육을 하고 다시 특수교육과 1학년으로 들어갔기에, 늦은 학생이었던 나는 이런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대학교 공부를 다시 하여도 좋겠다는 생각까지도 하였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언어치료학과'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나마 비슷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과가 '특수교육학과'였기에 학부를 마치고 곧장 대학원에서 언어장애를 전공하였으나 여전히 특수교육학과 소속이었다.
내가 대학원을 졸업한 것이 1988년 2월이었고, 1988년 바로 그 해,드디어 국내에도 언어치료학과가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대구대학교였다. 나는 내 스스로 언어병리학자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언어치료일을 해왔다. 국가에서 자격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내가 언어치료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학원 졸업이후,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서 몇년을, 또 김화수언어임상연구원으로 십 수 년을 일해왔고, 이제는 꽤 많이 생긴 타 학교 '언어치료학과'에서 강의를 해왔으며,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는 명지대와 루터대를 거쳐 현재는 국내 최초로 언어치료학과를 만든 대구대학교 교수가 되어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1988년 대구대학교를 기점으로 하여 2009년 현재 48개의 프로그램(즉, 전문대학, 대학,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까지 함쳐서)이 운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20년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언어치료학과에서 공부하는 언어치료라는 학문, 그 언어치료에 관련된 자격증이 협회에서 단일화되어 발급된지도 어언 10년이 지났다. 늘 그 한가운데서 후배들과 제자들을 가르쳐 왔고, 임상 가까이서 늘 언어에 문제가 있거나 힘든 사람들 곁에 서 있었다. 사람들에게 언어치료에 대해서 말할라치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뭘하는 것인지 묻곤 했었다. 1992년 연구소를 창립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언어치료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생소해 했었다. 많은 언어치료학과가 생기고 언어치료실들이 생긴 현재까지도 사실 사람들은 언어치료에 대해 잘 모른다. 언어치료전도사가 될 것이며, 종합예술인이 되어야 언어치료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제자들에게 말하곤 하지만 언어를 치료하며, 언어로 치료하는 우리의 일은 의학적 지식과 언어학적 지식, 장애에 대한 지식, 교육과 인지심리학적 지식, 음성과학적 지식.. 이루 다 말 할 수 없을 정도의 load를 가지고 공부해야 흉내나 겨우 낼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학부때 언어치료 아르바이트했던 것 까지 합하면 25년을 언어치료사로 살아온 나는 아직도 언어치료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sbs뉴스보도를 보는 순간 지난 25년의 내 존재감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고맙기도 하다. 모든 언어문제를 지닌 사람들에게 나의 마음을 알릴 수 있는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한 보도이므로. 또 모든 사람들이 언어치료사와 언어치료라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되며, 더 나아가 존재의 집을 지어주는 우리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인된 자격증을 국가에서 줄 수 있게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또한 전국에 있는 언어치료학과 학생들과 교수들이 얼마나 안타까운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므로....
오늘은 지금까지 묵묵히 언어치료 일을 해온 언어병리학계 선배들에게 전화라도 걸어야겠다.
이제 대구는 비가 그친 것 같다.
서울은 어떠한가?
관련기사 1.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587734
2.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588379
첫댓글 서울은 어제 오늘 비가오고 있어요^^ 교수님이 참 그립던 어제.. 글을 읽으니 교수님이 더 보고싶네요... 하지만 저는 씩씩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1학년 때 부터 이렇게 공부할껄..ㅎㅎ 교수님을 또 뵙게 될때까지.. 항상건강하셔야되요!!♡
공부하는 현정이. 나도 그대가 너무 그리워요.
아.. 교수님을 뵌 적은 없지만, 왠지 가슴이 따듯해져서 좋습니다. 감사해요.
기사 너무 안타깝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