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당>
아버지의 의식이 빠져나간 우리 집
마당에서 어머니의 지평선과
젊은 태양이 마주쳤다
아버지가 만든 연못에선
의심으로 가득 찬 안개가 피어오르고
꽃밭의 해바라기는 태양을 머리로 받았다
깨어진 햇빛은 금 간 담 벽
벽돌들의 보호를 받으며
내 손가락을 깊이 베었다
불신의 조상들에 갇혀
상처를 꿰매는 밤은
바람이 불어도 연못은 고요했다
어머니의 검은 보자기 작은 꽃무늬는
내 평생의 흉터로 남아
가난한 밥상을 덮고
어머니의 은어를 기억해내며
향수를 하나씩 잊어갈 때
사진 속 아버지의 집시 배낭에서 나는
다시 태어나고
어머니와 태양은 더 이상 맞서지 않았다
-배홍배 새 시집<라르게토를 위하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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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가신지 3년이 지났다.
아버지의 무덤 속에서도 세월은 가는지...
첫댓글 좋은 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평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