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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도 손과 발의 자유를 누린다. 조령산 촛대바위리지
백두대간의 한 봉우리인 조령산은 행정구역상 충북 괴산군 연풍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 속 한다. 백두대간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맑은 날 정상에서는 속리산 문장대, 월악산 영봉, 주흘산 등을 볼 수 가 있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5월11일, 평일이라 그런지 일행을 태우고 청주로 향하는 승합차는 막힘이 없다. 산행에 합류할 황경선(28세, 거벽실업 대표), 김인태씨(25세, 주성전문대 OB산악회)를 청주에서 만나 산으로 향한다. 날씨는 일기예보대로 비를 뿌리고 있었다. 내일 산행이 걱정되었지만 계획된 산행을 바꿀 수는 없었다. 절골마을을 지나 널찍한 터에서 야영준비를 하니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다. 톡! 톡! 톡! 빗방울은 더욱 세차게 퍼붓는다. 저녁 식단은 돼지 삼겹살과 소고기 등심인데 텐트 문을열지 않고는 도저히 구워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분위기를 한껏 낸다고 숯불구이판을 이용해 고기를 익히기 때문이 다. 일행은 연기를 이리저리 피하며 눈물을 닦아가며 먹기에 정신 없다. 문쪽에 앉은 기자와 서준영 사진 기자는 뿌려대는 비를 맞아가며 식사를 한다. 야영생활이 처음이라는 이주연씨(28세, 대학원생)는 평소에 술은 입에 대지도 못했는데, '빗 속의 야영'이라는 분위기에 소주 몇잔을 비우기도 한다. 빗방울은 점차 굵어진다. 억수로 쏟 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한마디씩 하면서 밤은 점차 깊어만 갔다. 12일. 비는 그쳤지만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잔뜩 찌푸린 날씨다. 간밤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계곡의 물이 많이 불어났다. 이주연씨는 "빗소리 때문에 잠 한숨 못잤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는다. 7시 30분, 촛대바위리지 들머리는 절골마을을 지나 첫 번째 무덤 넘어 우측 오솔길로 들어서는 길이다. 처음 10분쯤은 완경사. 본격적인 등반에 앞선 준비 운동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는 급경사를 40분쯤 오르면 한 숨 돌릴수 있는 바위 쉼터에 닿는다. 평화로운 절골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벙어리크랙에 몸이 낀 박영주씨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번 산행에 홍일점으로 참가한 이주연씨를 걱정했는데, 출발한 지 30분쯤 지날 때쯤 급경사에서 박영주씨(28세, 「사람과 山」미술부)가 너무 지쳐 여자인 이 주연씨가 남자인 박영주씨를 챙겨주는 일이 방생했다. 또 박영주씨는 산행 중에 서준영기자 에게 "여기 좋은데, 여기도 괜찮네!"하며 많은 사진을 찍으라 주문을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자신에겐 휴식이 많이 보장된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산행은 숨을 몰아쉬며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계속되는 오르막을 20분쯤 오르니 사방이 탁 트여 연풍과 신풍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윗길. 여기서 컨디션을 회복한 박영주씨 가 이번에는 선두에 나선다. |
바윗길과 혼합된 능선에 길이 미끄러워 예상했던 시간 보다 30분쯤 늦은 9시쯤 도착한다. 이곳을 지나면 4미터쯤 되는 내려가는 바위가 나오는데 잡는 곳과 발디딤이 모두 좋아 클라이밍 다운으로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어 나타나는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로 난 크랙. 보조줄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완력이 약한 여성이나 어 린이가 동반할 때는 밀고 당겨주는 협동이 필요하다.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박영주씨는 등산학교에서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보인다. "이런 구 간은 레이백을 하면서 누르고 통과해야 되는 거야!" 하고 돌아서 등반을 시작했지만 벙어리 크랙에 몸이 끼는 일이 벌어졌다. 오도가도 못하던 박씨가 안간힘을 다해 빠져 나오는 동작 을 보고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된다. 오르락 내리락 바윗길을 지나 잡목 지대를 통과하면 10미터쯤 되는 횡단 코스가 기다린다. 이 곳에는 보조 밧줄이 결려 잇지만 산행시 20미터 정도의 줄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1.5미터쯤 되는 바위 턱에 올라서려면 바위 옆 나무를 엉덩이 탄력을 이용해 오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탓인지 엉덩이 닿는 부분이 반질반질하다. 또한 비온 뒤에는 바위면과 횡단길에 앙상하게 들어 난 소나무 뿌리를 밟고 통과해야 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남근석 모양을 한 촛대바위 10시쯤 잡목지대와 소나무 지대를 통과하자 갑자기 확트인 마당바위가 나타나고 그 뒤로 이 리지의 이름을 붙인 계기가 된 촛대바위가 그 자태를 드러낸다. 촛대바위는 언뜻 보면 남근석 모양을 하고 있어 발음상 잘못 전달 될 수 있으니 발음을 강하게 해야 한다. 마당바위는 한번에 30명 정도가 쉴 수 있는 바위로 많은 등산객이 여기서 중식을 해결한다. 일행은 이 곳에서 허기진 뱃속을 간식으로 채우고 촛대바위로 향한다. 촛대바위까지는 마당바위에서 좌우측으로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짧은 길로는 바위면을 7미터 정도 클라밍 다운을 해야한다. 이곳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고, 잡을 것도 확실하므로 내려가는 데는 별 문제 없다. 마당바위를 내려서서 촛대 바위로 오르는 길도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고도감과 암릉등반의 묘미를 즐기려면 준비한 자일을 설치하고 등반을 하면 된다. 이게 자신이 없거나 미처 자일 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바윗길 옆의 작은 길로 잡목과 풀을 헤치고 오르면 된다. 일행중 경험이 많은 황경선, 김인태씨는 부담없이 바윗길을 성큼성큼 통과한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르는 박영주, 이주연씨는 겁에 질려 바위에 엎드려 말타기도 아닌 이상한 자세로 오 른다. 그들은 심각할 테지만 황씨와 김씨는 한바탕 웃는다.
촛대 바위는 날씨만 좋다면 진행 방향 왼쪽으로 조령산 정상과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사진찍는 이들에게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는데 욕심부 리지 말라는 뜻인지 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일행은 여러 가지 포즈로 사진 촬영을 끝내고 아쉽지만 촛대 바위를 지나 백두대간 마루금 으로 향한다. 촛대 바위에서 백두대간 마루금까지 가는 길은 완경사 인데다가 쉬운 바윗길 이라 부담이 없다. 40분쯤 뒤 문경 쪽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난다. 이 갈림길을 지나 15 분쯤 오르면 정상부 능선과 이어지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분쯤 걸린다. 조령산 정상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1시 30분. 일행은 정상에서 조령 3관문 방향으로 20분쯤 내려가다가 나오는 갈림길에서 서쪽의 절골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택하기로 한다. 이곳에서는 주흘관 방향인 1관문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시간을 절약하 기 위해 체력이 좋은 황경선, 김인태씨가 먼저 내려가 점심을 준비하기로 한다. 빗방울은 굵었지만 울창한 숲의 아름드리 나무들 덕분에 비를 많이 맞지 않고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제공:오케이마운틴 사람과 산 글 박요한 기자, 사진 서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