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입 코앞…"해외사례서 답 찾아야"
머니투데이 문영재 기자
올해 중1 첫 적용 대상…교육부, 올해 학점제 연구·선도학교 342곳 운영
현 정부 교육공약 1호인 '고교학점제(학점제)'가 2022학년도 전체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입된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첫 적용 대상이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점제 도입 기반 마련을 위해 올해 연구학교 101곳과 선도학교 241곳 등 모두 342곳을 운영키로 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학점제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우선 2022학년도에 적용가능한 요소부터 도입하고 2025학년도에 전과목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 등을 반영해 완성된 형태의 학점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점제는 모든 고교생이 정해진 과목을 일괄적으로 3년에 걸쳐 듣는 학년제와 달리 학생들의 진로·적성을 반영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이를 골라 듣도록 하는 제도다. 대학에서 수강신청을 하듯 학점 위주로 수업을 구성해 개인의 누적학점이 일정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학점제에 첫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지만 가까운 일본·중국·싱가포르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핀란드 등은 이미 자국의 특성에 맞는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교육선진국'으로 불리는 이들 나라의 학점제 운영 사례를 통해 '한국형 학점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내신절대평가' 공통점 = 학점제를 운영하는 나라에서는 공통적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을 도와주는 지원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은 전문지식을 가진 진로교사가 학업상담이나 교과목 선택을 돕는다. 핀란드는 상담교과를 별도로 편성해 학생의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대학진학보다 사회 진출을 선호하는 학생을 위한 직업학교 연계 특별 프로그램도 둬 빠른 사회진출을 돕기도 한다. 서울 소재 한 고교 교사는 "우리나라가 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현재 고교에 있는 진학지도 교사 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교과목 선택에 도움을 줄 학업상담 지도교사 등이 보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점제를 운영키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내신 절대평가를 실시한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 6개 나라는 다른 학생과 비교해 학생의 성취수준을 평가하기보다 학생 스스로 적절한 성취기준에 도달했는지를 절대 평가한다. 절대 평가라고 해도 각 나라 정부가 요구하는 성취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재이수나 유급 제도가 있을 만큼 엄격하게 관리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 "동질화·표준화서 개별화 교육으로 바뀔때" = 미국과 핀란드·캐나다·싱가포르 등은 학생 개인의 진로·능력에 따라 교과를 선택·이수토록 하는 '무학년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들 나라의 학년 개념이 없는 학점제는 우리나라가 도입하려는 학점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시스템이라고 얘기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미국은 학생에게 가장 폭넓은 선택권을 주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어떤 고교에선 영어 과목이라 해도 독해, 작문은 물론 '셰익스피어', '영화 문학', '추리 문학' 등 다양한 세부 과목이 개설돼 있다. 이들 나라에서 대입은 기본적으로 고교 내신을 중시하며 학생선발권은 대학이 갖고 있다.
한국은 해방 이후 수십 년간 '학년제'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학점제 도입을 위해선 해외사례를 참고해 교육과정부터 평가·졸업·대입 제도까지 교육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권오현 서울대 사범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교육이 표준화·동질화를 추구했다면 미래사회는 학생 개인에 초점을 맞춘 개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며 "학점제를 시행 중인 특정 나라의 제도를 무조건 벤치마킹하기 보다 여러 사례를 참고해 우리 사이즈(규모)에 맞는 학점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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