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말이다. 딜레마. 해결이 안되는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 그런 관계, 그런 문제를 말할 때 쓰는 말, 딜레마.
십수년 전에 비가 내란 후 강변을 걸으면 와글와글 너무나 요란하게 들리던 소리가 있었다. 그 요란한 소리는 수킬로미터되는 길을 걷는 동안 쉴새없이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가 않았다. 귀를 거슬리게 만드는 불협화음, 혹은 소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추억의 소리는 바로 맹꽁이 울음소리였다. 여름 날 비가 쏟아진 후에 강변을 따라 걸을 때 듣던 그 소리는 청량했고, 잘 부르는 노래소리 같았으며, 규모가 아주 큰 합창단의 합창곡만큼이나 웅장하고 장엄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그곳엔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맹꽁이 서식지에 무식하게 산책길을 더 만들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사잇길을 또 만드는 바람에 그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을 몰라. 맹꽁이가 줄든 사라지든 아무 관심도 없고. 유혈목이가 사라지든 보이지 않든 상관도 안하며, 어떻게 하면 나무를 더 잘라버리고, 풀을 밀어버리고, 아름다운 풀과 꽃들을 싸그리 없애버린 자리에, 아스콘을 들이 부어 걷기 단단한 도로를 만들지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이미 엄청난 수의 맹꽁이가 사라져 버렸는데도 그나마 남아있는 서식지 관리를 못하고 땅을 파고 또 길을 만들고 놀이터를 만든다.
'아, 맹꽁이는 법종 보호종, 멸종위기 2급 이니까 서식지를 이전해야지.' 참한 관리 머리에서 요런 생각이 떠오르고 다음 날 관리는
사업체에 전화를 건다. '맹꽁이를 옮겨 주세요. 우리 공사합니다.'
생태사업체 사람들은 맹꽁이를 위해 좋은 일을 할 기회가 온 것에 기뻐 손뼉을 치나? 풀밭에 들어가 말툭을 박고 네트를 치며 열심이다.
'뭐하세요?' 누가 물으면
'맹꽁이 서식지를 옮기는 중입니다.' 말한다.
'그런 일은 어떻게 해요?'
'그냥 지나가세요. 말해줘도 모를텐데.'
습지 여기저기에 말뚝을 치고 네트를 두르고...
다음 해 또 서식지를 옮기겠다고 말뚝을 박고 네트를 두르고...
'그렇게하면 맹꽁이가 거기서 많이 번식을 해요?' 묻는 다면
'우리 책임은 옮겨주는 거지 살리는 게 아니라서....'
야행성 양서류 맹꽁이는 대체 뭐길래?
우리가 사회의 소수자나 약자들을 함부로 대하며 살아왔듯이, 그런 버릇이 남아
생태계의 소수자, 약자도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되는데....
만일 누군가, 정말 무지해서, 인간만의 세상만을 꿈꾼다면, 그는 최악의 불행을 꿈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