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쓸모/이현영
여름과 싸워
쟁취한 전리품
공존 - 정수경
지난가을과 올봄이 만나고
당신과 내가 만나고
공존은 또 다른
집착
엽시/김영빈
진주를 만들어 내는 조개처럼
상형문자가 봉인된 파피루스처럼
오랜 시간 시집 속에 묵혀두면
저들도 한 편의 빛나는 시가 되겠지
명치 아래까지 먹먹해지는 그런 시
안부- 양향숙
구부정한 노인들
가을 햇살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며칠 눈에 안 보이는
김 노인 박 노인 안부를 묻는다
날은 이리도 좋은데
늦가을 - 신혜진
어디 먼 곳이라도 다녀오는 길이실까
금박 저고리 고운 할머니 한 분
오래 앉아 쉬신다
햇살이 향기롭다고
햇살 같은 잠이 자꾸 깊어진다고
가을 부케 - 강옥 (수필가)
당신이 던지셨어요?
날더러 바다에게 시집가라구요?
추억사진 / 김종태
내가 좋아하는 봄, 가을
나무 손 잡고 블루스 몇 스텝 밟았을 뿐인데
숨어있던 나비들이 샘이 났는지 모두 나와
다 같이 스냅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었습니다
히치하이커 - 한성운
차 전면 유리 위로 느닷없이 손을 흔들었다
더 늦기 전에 떠나고 싶다고 했다
기꺼이 나무도 허락했노라고 했다
물음표처럼 간절한 얼굴이었다
가을이었다
가을 정류장 - 김수안
누군가를 떠나 보낸 자리
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억새가 졸고 있는 가을 정류장
긴 그림자 한없이 목을 늘이는
색즉시공 - 강미옥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도
한 바탕 한 순간
바람 불고 흔들리고 나면
하나 둘 사라져 간다
첫댓글 가을 특집 잘 감상했습니다
제 작품도 들어 있어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