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학 신인상 심사평
순수서정과 주지의식의 행간에서
언제부터인가 우리 현대시의 주제에는 자연서정에서 주지라는 개념의 정서로 변모하는 경우를 자주 대하게 된다. 초기 현대시들의 순수서정은 많은 공감을 불러오고 많은 사람들이 감응(感應)했다.
그러나 현대시 100년을 지나면서 엄청난 변화가 왔다. 표현하는 언어에서부터 투영하는 주제에 이르기까지 시인들은 개성 넘치는 발상으로 시를 더욱 명징(明澄)한 자신의 세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바로 우리 시의 창조적인 발전과 위의(威儀)의 정립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본 『한국시학』 응모작품 중 예심을 거쳐서 넘어온 강명숙의「떠돌이 별」등 11편은 수준 고르게 시적상황 설정과 언어의 조탁(彫琢)에서 우선 안도의 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떠돌이 별」「안개 거리에서」「의도하지 않은 곳에 길이 있다」「그림자 묽어지는 날들」「비둘기 날아오르는 파란 하늘」등 5편을 당선작품으로 천한다. 이들 작품 모두가 우선 문장력에서 많은 고뇌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우리 현대시의 서정성에서 다소 진척(進陟)된 양상을 읽을 수 있어서 현재의 상황에서 더욱 발전시키는 노력이 가미된다면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정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또한 강명숙은 화자에서 ‘그’와 ‘그대’ 또는 ‘당신’이라는 객관성으로 표현하면서 주지의식을 강조하는 시법이 전통적인 순수서정에서 많은 전환을 시도하고 있음을알 수 있다. 그는 ‘이탈한 유성의 궤도입성을 허락하지 않는다’거나 ‘광명 이전 세계에서 겨자씨만한 존재가 자랐다’는 등의 어조는 그가 새롭게 창출하려는 주지 의식의 탐색으로써 시적 가능성을 제고하고 있다.
다만, 시창작에서 이미지의 추출이 소재와 합당한가, 혹은 주제의 지적인 포괄이 적절한가, 그리고 언어의 함축미를 현현하는 시법등의 문제를 좀더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더욱 활기찬 열정으로 좋은 작품 많이 창작해서 대성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김송배(글) 정성수 임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