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려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대처해야 할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쓴다고 피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닙니다. 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위기에 대한 두려움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의 목적은 전쟁이 아닙니다.
미국과 미국 국민들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영국과 유럽 연합국은 세계 정복 야욕의 세력에 항거하는 최첨병입니다. 독일은 점령국에서 철광·광석·석유와 같은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위해 영국과 연합군을 지원해야 합니다. 유럽에 대한 전쟁 지원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내일은 이미 오늘 보다 늦습니다. (중략) 우리는 선박·야포·항공기등 더 많은 군수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의 수요를 우선 충족시켜야 합니다. 경영인·소유주·노동자, 그리고 정부 관료들이 모두 합심해 군수품 생산에 힘을 쏟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위대한 병기창이 돼야 합니다. 이 순간은 실전과 같은 위기입니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이듬해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 영국마저 위험해지자 미국 의회는 중립파와 연합군 지원파로 나뉘어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그러나 유럽 전선이 긴박해지며 동맹국들의 세계 지배 야욕이 명백해지자 미국은 연합국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40년 12월29일 라디오로 전국에 방송된 이 연설은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이 돼야 한다는 명구를 남긴 명연설로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개입을 논리적으로 구성했으며 설득적인 사례로 편안하게 위기를 전한 연설로 평가받고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7년 전 미국의 경제 위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말씀드린 날을 기억합니다. (중략) 오늘도 같은 청중들에게 미국이 처한 새로운 위기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3년 당시 경제 위기를 용기와 현실로 극복했습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기를 맞이해 그때와 같은 용기와 현실이 필요합니다”라며 새로운 위기에 대한 단합을 호소하며 연설을 시작한다.
그런 후 “독일의 나치는 온갖 기만으로 그들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질서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보호라는 명분으로 다른 나라들을 침략·정복하고 있습니다. 나치는 자신들을 제외한 기타 인류는 열등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라며 나치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리고 “국내의 유화론자들은 유럽의 비극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며 협상에 의한 평화(negotiated peace)를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호랑이를 길들인다고 고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강요된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dictated peace is not a peace at all)”라고 선언한다.
루스벨트는 “동맹국들이 제창한 새로운 질서(new order)는 가장 위험하고 악랄한 독재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자유도 종교도 희망도 없는 그런 곳입니다. 총칼과 쇠사슬, 그리고 강제 수용소들이 현대판 독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라며 “이제 더 이상 그들과 평화를 공존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루스벨트는 “미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위대한 병기창이 돼야 한다”며 미국과 미국 국민들의 역할을 규정한다.
“새로운 위기에서 시계·농기구·타이프·현금 출납기·자동차·미싱·잔디 기계·기관차를 만드는 미국의 우수한 산업 기술은 이제 퓨즈·폭탄·망원경·총기·전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박·야포·항공기등 더 많은 군수품을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군수 지원 산업을 호소한다.
“우리는 패배를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에 대한 희망, 우리 문명에 대한 희망, 그리고 보다 나은 문명을 가질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적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신하는 바입니다”라며 끝맺는 이 연설은 미국 국민들에게 전쟁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대한 대처 방향을 제시한 연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