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흙같은 어둠 속에 눈까지 내려 눈에 보이는 곳에서 저녁을 먹고 눈이 자자 들기를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은 쌓여만 갔다.
누구의 의도된바는 없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쉬기로 했다. 힐끔거리는 늙수레한 여관 주인의 안내를 받아 위층으로 올라 가는 계단에서 나는 쾌쾌한 냄새가 이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어차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난감하기는 그녀나 나나 마찬가지였던것 같았다. 나는 이런 서먹한 상황이 불편해서 맥주를 시켜 마셨다. 그녀 역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법 마시는것이 나와 다를바 없는 어색함 때문 일거라 생각 됐다. 우연으로 가장된 필연의 시간 속에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하얀 얼굴의 불그스레한 그녀의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그녀와의 첫경험이 쉽게도 이끌어지는 느낌이였다. 정신을 차리기에는 이미 늦었고 깊은 나락으로 빠지는 수렁속으로 우리는 서로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깊은 공간으로 빠지고 또 빠져들면서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그것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손끝에서 발끝에서 자욱이 피어나는 새벽 물안개 였다.
가느다란 불빛은 연약 했다.비록 방 전체를 밝히고 있어도 불빛 옆에 웅크리고 있는 나는 어둠이였다. 어둠은 빛을 이길수 없다. 불빛이 깔려 있는 어둠을 걷어 내는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내마음의 어둠을 걷어 내는데는 역부족 이였다.
그녀는 거대한 화사 였다. 화려한 뱀에 비늘처럼 번쩍이는 불빛을 사방으로 발산 시켰다. 그녀는 몸을 꼬며 진한 신음으로 그러나 느물거리는 미묘한 끈적임에 온몸을 떨었다. 탁류 속에 잠긴 빨래를 쥐어 짜듯이 아주 깊게 천천히 잡아 땡기고 있었다. 살모사의 무서운 맹독이 나의 몸
구석구석에 퍼져 내렸다. 하얀 눈이 밤새도록 온 세상을 덮어 가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걷어 올리면서 아침이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는게 참 신통하다 생각 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때마다 이대로 아주 잠들어 못 일어 나는게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다가 차라리 그렇게 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혼자 마음으로 위안을 하고 했다.
어둠의 불안이 아침의 상큼함으로 쾌감처럼 느껴졌다. 그녀도 가벼운 기침으로 어색한 잠자리에서 아침을 맞이 하고 있었다.
'잘 잤어요.'
'네'
'밤새 눈이 많이 내렸어요'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다행 이네요.'
'아' 오늘이 일요일 이구나. 부모님에게 뭐라고 애기 하지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실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