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미생물이 활성화되려면 그들의 습성에 맞는 먹이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발효미생물이 좋아하는 C/N율, 즉 탄소(C)와 질소(N)의 비율은 20 이내라야 급속히 증식하는데 메주는 5 내외이므로 폭발적으로 증식되는 것이다.
토양미생물 발효의 특성
우리는 냉수도 차례가 있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예부터 미덕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야생동물에게도 철저한 위계질서가 있듯이 미생물도 발효단계에 따라 우점하는 미생물의 순서가 있다. 초기의 발효미생물이 좋아하는 C/N율이 15 내외인 쌀겨나 밀기울이 존재하면 이를 먹이로 하여 일반적으로 고초균(枯草菌)이 먼저 폭발적으로 증식된다. 이들이 먹이가 떨어져 죽어 가면 그 분비물과 용균(溶菌)된 물질에는 메주균(Natto Bacillus)이 증식되어 조직이 강인한 셀룰로스도 분해하면서 증식되고, 다음 단계에는 유산균이 증식하면서 젖산을 분비하여 강산성을 만들면 그 다음에는 이런 환경을 좋아하는 효모균이 증식된다. 그 다음에 장기간 숙성시키면 균사성(菌絲性)미생물에 기생하는 방선균이 증식되어 간다. 이것이 미생물의 먹이사슬이다.
맛있는 된장도 미생물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된장의 원료인 삶은 콩과 소금을 혼합한 것의 맛을 상상해 보면 도저히 된장의 특유한 맛과 향기는 기대할 수도 없으나 이들을 미생물로 발효시킴으로써 맛있는 된장이 되면서 원재료에는 없던 각종 성분이 창출된다. 이는 원료인 밥과 콩에는 없었던 비타민, 아미노산, 호르몬, 독특한 맛, 향기 등 몸에 좋은 물질을 미생물이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콩을 삶아서 땅에 파묻는다면 부패균이 활성화되어 썩는 것이므로 같은 재료라도 환경조건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메주의 원료가 썩지 않고 발효가 되는 과정은 각 단계마다 미생물의 먹이사슬에 의하여 진행단계마다 우점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순차적으로 달라지는 것으로 다음 3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1) 삶은 콩을 으깨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에 메주균(Natto Bacillus)이 증식되면서 아미노산, 지방산, 당류로 분해한다.
2) 메주균의 분비물과 시체의 용균물질에는 이를 좋아하는 유산균이 증식되면서 유산을 분비하고, 사과산, 호박산, 초산 등의 유기산도 증가된다.
3) 산성인 유산균의 분비물과 용균물질에는 효모균이 증식되면서 아미노산과 그루타민산 등이 생성된다.
공중에 매달린 메주는 속으로 말라 들어가면서 각 단계별 미생물에 적합한 습도를 제공하고 산소가 잘 통하며,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활발하게 증식되는 것으로 유기물을 발효시켜 완숙퇴비를 만드는 과정도 동일한 원리이다. 퇴비를 만들 때 미생물의 호흡열이 60~70℃에 이르면 뒤집어주는 이유도 모든 유기물을 속속들이 호기성 발효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호흡에 필요한 신선한 공기를 보충하기 위함이다. 신선한 공기를 보충하지 않으면 호기성 미생물은 질식하고 혐기성 부패균이 증식되기 때문이다.
유기물이 완전히 발효되면 된장이 원재료보다 훨씬 고급 영양원으로 변질되는 것과 같이 작물은 놀랄 정도로 수확량이 많아지고, 맛과 선도 유지가 좋아지며, 병해와 생리장해 등도 별로 없는 건강한 생육이 된다. 미생물과 토양 동물의 배설물 및 시체의 용해물질에 다양한 영양소와 활력소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퇴비를 썩히지 않고 발효시키는 것이 좋다 하여 그 동안 많은 발효효소와 미생물 제품들이 상품화되어 팔려왔고, 농민들은 이들 효소가 첨단의 생명공학기술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애용하여 왔다. 그러나 이들 미생물 제품은 사업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환경이 완벽하게 조절되는 장치에서 단기간에 배양을 해야만 한다. 제품화된 미생물은 유통단계에서는 우수하지만 환경이 열악한 토양에 투입되면 만고풍상의 자연조건에서 왕성한 세력으로 증식된 자생균들에게 제압되어 활력을 잃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일이 더 걸려도 그들 유익한 미생물이 우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대두되었다. 김치는 유산균이 증식되어 맛을 내고 영양가를 높이는 것이지만 유산균을 접종하지 않아도 김치균에 맞도록 간을 맞추고 양념만 잘 배합하면 공기와 물속에 떠돌아다니던 이들 미생물이 정착하여 증식된다. 된장은 낫도균이 번식하기 시작하여 유산균과 효모가 왕성하게 증식됨으로써 맛을 내고 영양가를 높이는 것이지만 낫도균을 인공적으로 접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농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도 돈 들여 접종할 것이 아니라 그들 미생물이 왕성한 세력을 과시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다만 농약을 장기간 사용하던 토양에는 농업적으로 유익한 미생물들이 극도로 감소되었거나 활력을 잃고 있으므로 초기 수년간만은 활력이 좋은 종균을 접종하는 것이 토양의 미생물상(微生物相)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토양의 미생물상을 바르게 개선하려면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균종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발효미생물의 종류
① 누룩균(麵菌/Aspergillus, Rhizopus)
이 미생물은 곰팡이류의 사체 기생성 사상균으로 매우 약한 산성과 서늘한 숲의 낙엽 밑을 좋아하며, 가을의 단풍이 든 낙엽이 겨울동안에 변색되는 것도 잠복했던 이 균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생물은 10℃ 이하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준 한대지방인 일본의 북해도(北海道訓子府町)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나까이시(中西康二)씨는 눈 위에 쌀겨를 살포하는데도 이듬해 해동기에는 밭 전체가 균사로 덮이고 있음이 알려졌다.
분해성 곰팡이가 착생하면 어떤 유기물이라도 균사가 폭신폭신한 솜털 모양으로 퍼진다. 어떠한 발효에도 발효가 시작되면 대개 누룩균이 최초로 활동하는 것으로 이 균이 없으면 발효는 시작되기 어렵다. 식물의 조직 중 셀룰로오스와 같이 단단한 조직이라던가 유기물의 세포 속까지는 좀처럼 먹어 들어가기 어려운 메주의 발효에서도 콩의 껍질처럼 단단한 재료도 삶아 놓으면 쉽게 이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누룩균이 좋아하는 것은 전분인 탄수화물이며, 쌀겨나 밀기울은 도정이나 제분과정에서 일부 전분이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를 분해하여 포도당이나 과당의 단당류로 저분자화 된다. 이 당분이 없으면 단세포인 대부분의 미생물은 에너지가 부족하여 아무런 활동도 시작하지 못한다. 당이 여러 분자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다당류인 탄수화물은 분자가 너무 커서 바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누룩균이 최초로 작고 먹기 쉬운 단당류를 만들어 놓으면 비로소 다른 발효미생물들이 나타나 그 당을 먹이로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이 누룩균이 25~30℃정도의 온도에서 활성화되면 달콤한 감주냄새가 나고, 고온을 싫어하므로 저온~중온균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계절은 겨울을 좋아하며, 예부터 술을 빚는 것도, 된장을 만드는 것도 겨울철을 택하고 있다. 발효비료를 만드는 도중에 45℃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이 균은 죽고 만다. 죽지만 누룩균이 내놓은 효소만은 계속 활동하여 당화작용은 계속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고온을 좋아하는 메주균이 활성화되어 나타나면 발효온도는 60℃ 이상까지도 올라간다. 그러나 누룩균은 전멸하는 것이 아니라 고온이 지속되는 동안만 온도가 높지 않은 표면이라든가 공기 중에 피난하여 머물고 있게 된다. 환경이 더욱 나빠지면 포자를 날려 개체수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수분도 50% 이하가 좋으며, 균비(菌肥/ボカシ)의 수분을 40%정도로 조절하는 것도 이 균의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② 메주균(황곡균/황균/Nattobacillus)
이 발효미생물은 황곡균(黃穀菌) 또는 황균(黃菌)이라고도 불리는 사체기생성 미생물로 곰팡이와는 달리 균사는 발달하지 않는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많이 번성하면 흰 무리(集團/colony)모양으로 보이며, 이름대로 청국장을 만들 때 활동하는 미생물로 끈적끈적한 분해효소를 분비하여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꾸는 기능이 있다.
누룩균은 부드러운 물질만을 분해하지만 이 미생물은 70℃정도의 고온과 알칼리성을 좋아하여 활동 중에는 고온의 호흡열과 알칼리성의 분해효소를 분비하면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유기물은 무엇이든지 분해하며, 단단한 셀룰로오스도 분해할 수 있는 것은 이 균과 뒤에 소개할 고초균(枯草菌)이다. 발효 중에는 간장의 아미노산 냄새가 진하게 나며, 이 균은 물도 매우 좋아하므로 여름에는 논에 다량 서식하고, 산소도 매우 좋아하며, 볏짚에서 많이 잠복하고 있으므로 예부터 볏짚에서 청국장 균을 유도해 내고 있다.
그러나 활성이 지나치게 커서 그대로 방치해두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것을 암모니아로까지 계속 분해시켜서 모두가 휘산(揮散)하고 만다. 따라서 이 균의 계속적인 분해를 정지시키려면 재료를 펴서 온도를 내려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중지시켜 주면 된다. 많은 당과 아미노산을 생산하여 놓으면 이를 먹이로 하는 유산균이 증식되기 시작하고, 유산균이 서식하면 산성인 젖산을 분비하므로 자연스럽게 메주균의 활성을 낮추어 준다.
일본 낭아노현(長野縣淺科村)에서 딸기재배와 정미소를 겸업으로 경영하는 사또오(佐藤長雄)씨는 축산업자들이 축분에 톱밥을 혼입하는 방법이 보편화되면서 왕겨가 소비되지 않자 2000년도부터 정미소에 쌓인 왕겨를 메주균으로 발효시켜 고설딸기의 배지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작황이 우수한 것이 소문나자 딸기 배지로 판매하여 소득도 올리고 있다고 한다.
③ 고초균(枯草菌/Bacillus)
고초균은 흔히 바실러스라고도 불리는 메주균의 일종이다. 메주균은 논의 벼에 많이 서식하고 있지만 고초균은 메주균 보다도 건조와 열에 강하므로 밭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띠풀과 갈대에도 잘 붙어 있으며 발효비료를 띠풀이나 갈대로 덮어 주면 메주균 대신으로 고초균이 다량 번식한다. 고초균도 메주균과 같은 정도로 강력하게 단백질이나 전분을 분해할 수 있으며, 더운 환경을 좋아하므로 여름에 토양을 발효시켜 끈적끈적한 분해효소를 분비하여 단립(團粒)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④ 유산균(乳酸菌/Lactic Acid Bacteria)
유산균은 산성의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며, 유산균음료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미생물이다. 봄~장마철과 가을철에 활발한 활동을 하며, 당(糖)을 대단히 좋아하므로 누룩균이나 메주균이 만들어 놓은 당을 먹이로 번식한다. 유기물의 분해도 약간은 하지만 그다지 활발하지는 않으며, 증식과정에서 유기산인 젖산을 많이 내어 pH 2.0~2.5의 강산성을 만들기 때문에 강력한 살균력을 발휘하여 잡균을 청소하고 발효의 전 단계에서 활동하던 메주균의 지나친 활동으로 암모니아가스가 발생되는 것도 제동을 건다.
유산균이 pH를 강화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아미노산, 비타민, 호르몬, 핵산 등을 합성하는 효모균이 쉽게 정착하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40~50℃ 정도의 중온(中溫)을 좋아하지만 100℃가 되어도 죽지는 않는다. 혐기성세균이므로 산소가 있든 없든 살아가는 강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덥다던가 추운 것은 싫어하여 봄은 벚꽃이 필 무렵부터 장마기까지와 가을의 단풍 무렵에 가장 활동이 왕성하다. 이 무렵에 생쌀겨를 밭에 뿌려 주면 번식이 잘 된다.
유산균이 분비하는 유기산은 흙에 고착하여 불용성이 되어 있는 미네랄을 용출시켜 뿌리에 흡수되도록 한다든지, 비료성분과 결합하여 킬레이트(Chelate)화 하여 식물에 흡수되기 쉽게 하여준다. 이 유기산은 아주 묽어져서 작물에 흡수되면 작물체내의 체액을 조정하여 내병성을 높인다든지, 장마에도 수종(水腫)이 생기지 않는 체질로 만들어 놓는다. 그 외에도 토양에 증식되면 많은 유익한 활동이 나타나지만 환경이 부적합하면 증식되지 않는다.
유산균을 자연에서 채취하는 한 방법으로는 쌀뜨물을 대형 비커에 10~15㎝ 깊이로 넣고 한지로 뚜껑을 씌워 15℃정도의 음침한 곳에 약 10일간 놓아두면 연황색으로 되어 시큼한 냄새가 날 때 우유에 증식키면 된다. 최근에는 김치관계로 유산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전되어 용도에 따라 적합한 균이 많이 개발되었고(Bulgaricus, Acidophilus, Plantarun 등), 조류독감균이나 51-O7균도 억제시키는 균종이 많다.
⑤ 효모균(酵母菌/Yeast)
효모균은 발효과정에서 다양한 식물의 비료성분과 생리활성물질 및 호르몬을 생성시키는 발효미생물로 누룩균, 메주균 등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유산균이 산성의 정착조건을 만들어 놓으면 발효물질을 양질의 아미노산, 핵산, 지방산, 호르몬, 비타민, 각종 미네랄 등으로 합성하는 역할을 하므로 합성균(合成菌)이라고도 말한다. 날씨가 서늘해지는 초가을부터 활발히 증식되며, 특히 포도의 과실표면에는 고밀도로 증식된다. 잘 만들어진 발효비료는 전체가 효모균의 균체 덩어리이므로 이를 농경지에 시비하면 균체 속의 중요한 유기 영양소를 이용하여 논밭의 미생물이 일제히 활력을 얻으므로 흙이 일거에 비옥해 지고 작물도 이를 흡수하여 놀랄 정도로 생육이 건강해진다. 그러나 합성은 잘해도 분해는 못하기 때문에 최초의 먹이가 되는 당은 언제나 발효균들이 만든 것을 이용해야 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30℃이하로 낮추어 서서히 숙성시키는 것이 좋다. pH는 4~4.5정도가 적당하고, 산소가 부족하면 알코올을 발생시키는 합성을 하므로 자주 뒤섞으면서 신선한 공기를 넣어 주지 않으면 알코올만 만들어 술이 되고 만다. 고온으로 올리던가 물을 뿌려주면 부패균(酪酸菌)이 세력을 얻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효모균은 무기상태의 원소도 이용하므로 N-P-K 등의 화학비료를 발효시켜 유기화 하고자 할 때도 미네랄로 균체 내에 흡수토록 하여 안전하게 보존하였다가 뿌리에 흡수시킬 수가 있으며, 균비를 조금씩 보충시켜 주면 다른 미생물도 활성을 띠게 한다.
⑥ 방선균(放線菌)
효모균으로 발효비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건조시켜서 보관하는 동안에 방선균은 수시로 대기 중으로부터 정착하게 된다. 방선균은 항생물질을 만드는 균으로 일반 작물에서는 후사리움균(Fusarium) 따위의 병원균을 용균(溶菌)시키는 위력을 발휘하는 균이다. 산의 낙엽 밑 깨끗한 흙에 살며, 건조하고 추운 곳을 좋아하므로 겨울에도 밭에서는 의외로 활동을 많이 한다. pH가 9정도의 강알칼리의 분해효소를 분비하므로 분해력은 메주균 수준으로 강하며 살균력도 강하다. 키친질을 좋아하여 토양곤충의 시체가 많거나 새우 또는 게 껍질 같은 것을 밭에 넣어 주면 더 많이 증식된다. 발효 비료 속에서 번식시키고 싶을 때는 산 흙을 혼합해 주기도 하며, 쌓아놓고 후숙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다량 증식된다.
자료: 월간 친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