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를 따라 산중으로 산중으로 들어가면서,
낮에 와도 참 아름다운 산일꺼 같다는 생각을 하는사이.
옆에 운해님이 "이산은 낮에 오면 아기자기 한게 정말 예뻐요." 하신다.
다음엔 낮에 꼭 와야지. 다짐을 하고, 내를 건너고 바위를 넘어 잠시 쉬는 중에 한분이 "아이고,
무슨 유격훈련 같네,"하시며 큰 숨을 들이키신다.
난 "재밌잖아요. 스릴있고" 옆에 아저씨는
"이런 일은 여러사람들이 팀을 이루지않고는 하기 힘든일지요.
" "그렇죠, 정말 서로 한마음이 되야지 할 수 있는것 같아요."
"자연스레 팀이 되는거죠." …..
이렇게 처음 본 일원들과 의미있는 얘기들이 오가고,
드디어 우리가 쉴곳이 눈앞에 포근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잠잘곳을 돌보고, 한쪽에선 바쁘게 움직여 모두가 즐길 만찬을 준비한다.
새로움, 즐거움, 정겨움이 가득한 한밤의 온기가 느껴지는 저녁이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민선이는 연신 재잘재잘 거린다. 힘들지도 않은지….^^
모닥불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중에 민선인 "내가 문제를 낼테니 맞추세요"
한다. 어린 재롱이 어른들도 함께 잠깐 타임머신을 탄듯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하나 둘 잠자리에 들고, 대장님과 태산님 그리고 퇴계원에 사신다는 한분과 노래도 하고,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채 "월광욕"을 즐긴다.
나도 어느새 이젠 자야겠다 싶어, 침낭속으로 몸을 눕혀 잠을 청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모닥불앞에 아직도 식을줄 모르는 열정을 태우며 앉아계신 세분은 언제 주무시려나 걱정이 된다.
이어폰을 귀에끼고, 무슨 노래가 나오는지 엉덩이가 들썩 들썩…..
"우리 낼 산에가지말고, 나이트갈까 춤추러.. 그러자, 그래야겠다."
침낭속에 나는 피식피식 웃음이 떠날줄 모른다.
아침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모두들 각자의 짐을 꾸리기 바쁘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해 나는 평소 잘 먹지 않던 아침을 두그릇이나 너끈히 비운다.
거기다 누룽지까지. ^^
밖에서 끊이는 음식은 잘 안되던데, 운해님은 구수한 맛을 잘 내신다. 신기하다.
"나는 예티에 된장찌개 끓여 주러와요" 라는 운해님의 한마디에 살가운 정이 느껴진다.
바람이 차다. 산을 오르며 눈이오면 정말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눈온 뒤의 아름다운 산을 꼭 와야지. 대장님 눈올때 꼭 와요…
한편으론 머리가 복잡하다.
선두그룹에 끼여 앞만 보고가자니 후미에 오는 대원들 걱정이 되고,
후미에 처져 같이 오르자니 내가 지칠것 같고, 그래 내길을 가자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 주면 되지… 속으로 나를 위로하며, 전진 또 전진.
대장님은 선두에서서 이런저런 얘길 들려주신다.
옛날에 빨치산과 인민군들이 어떻게 산속에서 겨울을 났는지.
등산화도 없는 예날에 어떻게 산을 올랐는지. 등등…
강수량이 많을 때 더 아름다운 폭포수가 대장님이 이길을 택하신 이유라며 대원들에게 자랑하신다.
보여주고, 느낄수 있게 해주는 것이 대장님의 임무라는 듯, 참 아름다운 마음을 내속에 자라게 해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