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三足堂(世寶) 遺詩《삼족당(세보) 유시》

[야운처사 위이환]

□ 三足堂(世寶) 遺詩《삼족당(세보) 유시》

삼족당 휘 세보(世寶․1669～1707)는 詩․書․畵 3절로 평가받았다. 당시 지역에서는 그를 당(唐) 현종(玄宗) 때 삼절로 유명한 정건(鄭虔)에 비길 정도였다.

17세 때의 시서화를 본 군수는 "내가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사람의 작품을 많이 보았지만 그대의 작품이 이토록 훌륭하고, 그대 같은 인품은 보지 않았다" 는 평을 했다는 말이 전한다.(문집 行錄)

그러나 신병으로 말미암아 그 재주를 펴지 못하고 타계했다. 그는 비록 빨리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 영이재(詠而齋)와 손자 존재공(存齋公) 등 후손들이 그 재주를 물려받아 가문의 명예를 드높였다.

다만 공의 시는 남아 있지만 글씨와 그림을 볼 수 없어 몹시 아쉽다.
만일 그림이 한 점이라도 남았다면 한국화의 한 맥을 차지했을지도 모른다.(지장록 p. 1147, 유고집)



￭ 壯觀 (장관)

地逢滄海津 땅이 다한 곳에 바다가 펼쳐지고
山戴白雲低 산은 엎드려 흰 구름을 이고 있네
東南吳楚界 동남으로 오나라 초나라 나뉘듯
歷歷寸眸齊 역력히 한 눈에 가지런히 보이네



￭ 江村 (강촌)

江雨終朝歇 강에 내리는 아침 비 개니
煙郊草色多 들안개 속에 풀빛이 짙어지네
綠陰隨處滿 녹음이 이르는 곳 마다
緩步一長歌 느릿느릿 걸으며 마음껏 노래하네



￭ 船遊 (선유)

遊客隨鷗鷺 나그네 갈매기를 따라서
無心過江浦 무심코 강 포구를 지나네
桃花滿歸棹 복숭아 꽃 돌아오는 길에 가득하니
何處是仙路 어느 곳이 신선의 길인가



￭ 幽懷 (유회)

獨立花園裏 꽃밭에 홀로 서 있는데
林深水自回 숲 깊은 곳에 물이 절로 흘러나오네
竹疏風叩玉 드문드문한 대가 바람에 옥 소리내고
巖古雨生苔 오래된 바위는 비에 이끼가 자라네
山含春嫩去 산은 봄 새싹을 삼켜버리고
雲帶夏凉來 구름은 여울의 시원함 가져다 주네
勝賞多奇外 많고 많은 아름다운 곳, 기묘하기 짝이 없는데
詩情苦未裁 애써도 시정은 담아낼 수 없네



￭ 遊塔庵 (유탑암)

塔古千年寺 탑이 천년 고찰에 그대로 있는데
人今一代賢 사람들은 한 시대의 명성에 머무르네
哀絃動豪竹 거문고 소리 피리소리 불러오고
風月滿花天 청풍명월 꽃핀 세상에 가득하거늘



￭ 宿冠寺 (숙관사)

扶笻一笑倚禪扉 기쁜 마음 지팡이 끌고 절 문에 기대보니
出洞靑煙帶落暉 푸른 안개 골짜기에 일어 저녁노을에 잠겨드네
重疊層巒隨勢合 첩첩 산봉우리 뻗어내려 그 기세 어울리고
數聲殘磐拂雲徵 가만가만 들리는 풍경소리는 구름을 털어내네
山光入戶寒生枕 문안에 든 산 빛은 베개머리에 시원한 기운 일으키고
霞氣當窓冷襲衣 창에 닿는 노을이 옷 속에 찬 기운 스며들게 하네
溪上又超樓百尺 개울 위 높은 누각에 올라가서
滿天風景望依倚 하늘 아래 가득한 풍경 아득하게 바라보네



￭ 九龍峯 (구룡봉)

壁立層巖入太淸 암벽은 층층이 푸른 하늘로 솟아 있고
九龍潛處玉潭靑 아홉용이 숨어든 물이 옥처럼 푸르네
鶴生廖亮來何遠 학의 맑은 울음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知是三山海外靑 이는 바다 너머 삼신산에서 오는 거겠지



￭ 天冠山 (천관산)

緣雲倚住最高峰 구름과 인연 맺어 기대어 사는 최고봉은
別是烟霞鎖萬中 피어오르는 안개에 만 겹으로 잠겨 있고
石潭金蟹何年跡 깊은 돌 웅덩이에 붉은 게는 어느 해의 자취인가
太古春靑太古松 태고적 봄기운은 태고 송을 푸르게 하였네



￭ 山中卽事 (산중즉사)

昨夜城南宿雨晴 지난 밤 남쪽 마을에 장마 비 개이더니
千家春色一堂明 집집마다 봄빛인데 이곳은 더욱 청명하네
桃紅柳碧梅重結 붉은 복숭아꽃 푸른 버들에 매화까지 열였고
月小山高水又淸 동산에 달 높이 뜨니 물도 맑아라
空庭露滴松含韻 빈 뜰에 이슬지고 소나무는 풍취를 머금었고
斷壑風生竹帶聲 높은 골짜기에 이는 바람 대나무소리도 정겹네
人在其間閒不事 그곳에 있는 사람들 할 일없이 한가하고
滿天光景浩難名 세상에 아름다운 모습, 이름지을 수 없이 넓어라



￭ 山家卽事 (산가즉사)

有客閒吟到小廬 나그네 시 옲조리며 오두막에 이르니
仙尨猜吠臥前除 삽살개 섬돌에 누워 무섭게 으르렁대네
苔痕蠟蠟歸來後 이끼에 나막신 자국 돌아온 후에도 남았네
春氣山嵐霽去初 봄날 산 이내는 날이 개자 사라지네
露重松梢雲影淡 소나무 끝에 맺힌 이슬에 구름 그림자 어리고
風輕竹塢雨聲疎 산들바람 부는 대나무 언덕에 드문드문 빗소리
丹崖碧水臨登處 깎아지른 언덕에 흘러내리는 푸른 물은
作伴幽禽臨所如 산새소리와 짝하며 가는 대로 맡겨두네



￭ 臨終口呼 (임종구호)

有志誰云事竟成 뜻이 있으면 일이 이루어진다고 누가 말했는가
四旬人世痛無名 사십의 인간 세상 무명이 통탄스럽구나
可憐詩魄歸何處 가련 하구나 시백이 어느 곳으로 돌아갈고
血泣春山草不生 피눈물 봄의 산에 풀이 나지 않으리





(144-040일차 연재에서 계속)

[야운처사 위이환]

(144-039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39일차에서는 '삼족당(세보)의 유시' 가 밴드에 게재됩니다.
'삼족당의 유시'를 통하여 또 한번 '선조님들의 시 세계' 에 깊이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 주1)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하여 게재자가 일부 제목에 음을 달고 단락을 나누었습니다.

※ 주2) 40일차에는 "잉여옹(명덕)의 유시" 와 "간암공(세옥)의 유작"이 게재됩니다.



[본문내용- 선조님들의 유시 등 계속]
/ 무곡

[야운처사 위이환]

시를 읽어가노라면
어느새 그 정경이
머리속에 그림으로
그려지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춘추시대를 나름
풍미하였지만,
짧은시간에 번쩍하고
사라진 오나라도
시에 등장합니다.
그래도 "오월동주"와 "일모도원"이라는
고사를 남긴 바로 그 오나라입니다./ 무곡

[야운처사 위이환]

존재어르신의 조부이신 삼족당공의 한시가 매우 정감이 있네요. 삼족당공, 영이재공, 존재공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지성이 씨족의 큰 맥을 형성하고 있네요./ 벽천

[야운처사 위이환]

위윤기 님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시간이 있다고 하고 또한 예전임을 감안하더라도 삼족당공 할아버지께서는 너무나 빨리 타계하셔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무곡

[야운처사 위이환]

무곡 위상환 님
제가 "강촌"이라는 한시가 좋아 가끔 인용한답니다./ 벽천

[야운처사 위이환]

"血泣春山草不生
피눈물 봄의 산에 풀이 나지 않으리"

임종구호의 요 글귀에 젊어서 소천한 삼족당공의 한과 원통함이 배어있네요./ 벽천

[야운처사 위이환]

구룡봉.과.천관산.시가나에게는더욱더마음에.와단네요.직접몃번이고올랏던곳이니까요.특히구룡봉은.대덕쪽에서가까워맣이도.올라갇엇거든요./ 월파

[야운처사 위이환]

月波 위이환 님
그렇군요
옛선조님께서 오르시던 산을 후손들이 또오르고 ᆢ
이렇게 익숙하고 친근한 산을 대를 이어 올라가다보니 그 자체가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는가 봅니다. 저도 무등산은 몇번 올라봤습니다만 ᆢ 다른 곳은 기회를 만들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등산 마니아는 더 잘 알겠습니다만, 김천에는 부장공 대홍 할아버지께서 찍은 운남산과 인근에 금오산 그리고 임진왜란때 큰역할을 하신 사명대사가께서 수도한 직지사가 있는 황악산이 유명합니다./ 무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