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497>와하비즘
발행일 : 2004.09.20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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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병사들의 은신처를 총 한 발 쏘지 않고 포위하고만 있으면 몇시간 버티지 못하고 ‘마이야!’하고 절규하며 빠져나온다는 종군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마이야’는 물이다. 이 마이야가 온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휩쓸어넣고 있는 이슬람 과격주의를 이해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아랍세계에선 반년간의 평균습도가 초(超)이상건조 상태인 20% 이하로, 한두 시간 물을 마시지 못하면 손가락 안쪽에 가로줄기가 생기기 시작하고 갈증이 계속되면 눈구멍이 파이고 입술에 주름이 잡히는 안면탈수 현상이 수반되면서 공격성이 고조된다는 것이다. 곧 아랍사람들의 공격성은 물 기근 정도와 정확하게 비례한다는 학설도 있다. 아랍 국가 가운데 쿠웨이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의 공격성 약화와 친서방 경향을, 댐 건설을 서둘러 물 기근을 해결한 것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이라크에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의 갈수(渴水)를 해결 못한 것이 공격성의 고조를 불렀다는 설이며, 공격성이 남달랐던 리비아가 최근 반서방 정책을 포기한 것과 수도 건설로 물기근을 해결한 것을 연결짓는 것도 그래서 일리가 있다.
어린이까지 무차별 죽음에 이르게 한 러시아의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을 과격하게 한 테러의 정신적 뿌리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 지금도 세력을 견지하고 있는 와하비즘이 부각되고 있다. 바로 이 와하비즘이 발생한 중부 아라비아 네지드는 전체 아랍지역에서 건조하기로 손꼽히는 지역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18세기 이 지역의 경건한 성직자인 와하비에 의해 창시된 이 이슬람 교파는 이 지역의 유력한 행정수반 모하마드 소워드를 개종시킴으로써 종교적 정치적 지도권을 장악, 아라비아 반도의 과반을 지배하기도 했었다. 개혁 이슬람교인 와하비즘은 이슬람 초기의 근본 이념으로의 복귀를 주장, 우상숭배를 배격하고 무덤의 돔인 원개(圓蓋)를 부수며, 옷사치와 담배를 배격한다. 자파를 제외한 모든 이슬람교도들을 이단자라 하며 매사에 과격하고 극단적이다. 물론 테러의 뿌리는 아니나, 이슬람 과격주의의 정신적 뿌리라는 데서 거론돼온 와하비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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