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동차산업의 생존 키워드가 뭐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환경’과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여기에 목을 매고 있다. 공인연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뛰어난 디자이너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두 단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 다운사이징. 말 그대로 사이즈를 줄여 효율을 높이는 것인데, 배기가스 규제와 맞물려 최근에는 파워트레인의 다운사이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먼발치에서 전기 파워트레인이 손짓을 하지만 지금 당장 빛을 보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출가스를 낮추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기량을 줄이는 것. 배기량을 줄이면 마찰저항이 줄고 엔진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으며 하나의 사이클을 소화할 때 조금 더 작은 연료를 소모하게 되어 CO₂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 폭스바겐 1.2 TSI
폭스바겐은 배기량 2.0L 이하의 엔진에 직분사 기술과 터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폴로에 얹은 직렬 3기통 1.2L TSI 엔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9년 비엔나 엔진 심포지엄에서 첫선을 보인 것으로 2006년 올해의 엔진을 수상했던 1.4L TSI보다 배기량을 더 줄였다. 직분사와 터보의 조합으로 최고출력이 105마력이나 되고 1,550rpm부터 17.8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폴로를 시작으로 골프와 골프 플러스 등 여러 소형차의 핵심 유닛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2. 기아 1.0L 카파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3기통 소형 엔진으로 최고출력 69~85마력을 낸다. 기아의 신형 모닝에 사용되었으며 5단 수동변속기와 짝을 이뤄 22km/L의 연비와 106g/km의 CO₂ 배출량을 달성했다. 3기통이지만 오프셋 크랭크 샤프트 설계로 진동과 소음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향후 출력을 높인 터보 엔진도 선보일 예정이다.
3. 피아트 0.9L 트윈 에어
피아트가 500에 얹을 목적으로 개발한 2기통 터보 엔진이다. 875cc에 불과한 배기량이지만 가변 밸브 타이밍 멀티 에어 기술과 터보를 붙여 최고출력이 85마력이나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얹고 아이들 스톱 시스템을 결합한 500의 CO₂ 배출량이 92g/km(유럽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같은 복잡한 장치 없이도 환경을 덜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에코 모드를 이용하면 출력이 75마력으로 준다.
4. 닛산 1.2L DIG
2011년 중반 유럽에서 판매될 신형 마이크라(마치)에 얹을 직렬 3기통 1.2L 직분사 수퍼차저 엔진.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밀러 사이클, 직분사 기술을 썼고 수퍼차저(On/Off 스위치)를 붙여 1.5L급 엔진과 비슷한 출력을 낸다. 아이들 스톱을 적용한 마이크라의 CO₂ 배출량은 95g/km(유럽 기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