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홍리 가는 길
손옥자
섬진강이 얼음으로 묶여있을 때
매화나무는 동면에 들어갔지
강이 작은 파동 일으키며
녹색으로 풀려났을 때 나무는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와
굽은 길 펴면서 함께 길을 걸었지
기슭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몸이 닿을 듯 닿을 듯 할 때마다
마른 가지에 생기가 돌았어
팝콘처럼 톡토독 꽃잎을 터트렸어
골짜기로 접어들면서 꽃잎은
토독톡톡 토토독톡톡
우리의 사랑처럼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터졌어
홍리 매화마을로 접어들 때는
절정이었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그대 잇속 같은 꽃이파리만 천지에 가득했지
정말 화안했어
가지사이로 흘리는 작은 꽃이파리,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대 미소를 읽어낼 수 있었지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매홍리 가는 길
가을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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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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