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현대문학’이 지난 9월 대통령의 수필 작품을 싣고, 그 글이 몽테뉴와 베이컨의 전통을 잇는 명작이며, “우리들의 삶의 등불이 되는, 진주와도 같은 작품”이라는 평까지 덧붙였을 때, 나를 비롯한 또래 문인들은 그것에 대해 가볍게 비판했을지언정 진지한 행동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 우스꽝스러운 나머지, 화낼 타이밍을 놓치고야 말았다고 해야 할까. 21세기에 이런 모습을 우리가 봐야 하나. 저 시대착오적이기만 한 황당한 일에 우리가 진지하게 대응을 해야 하나. 말하자면 민망함 외에는 다른 감정을 갖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양경언 평론가가 ‘현대문학’ 10월호에 송고한 격월평에 대해 수정을 요구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더 이상 민망해하는 데서 그칠 수가 없었다. 그 글은 지난 9월 게재된 수필작품과 그 평론에 대비하여 시인들의 시를 들어 시의 정치성에 대해 논하는 글이었는데, 거기서 수필작품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부분을 빼달라는 것이었다. ...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