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ABO 의료봉사 체험기》
부산 메리놀병원 소화기 내과 전문의 박승근
밤 10시. 식당 방에선 자매님들께서 도란도란 얘기 중이다. 이쪽 강당의 남자들 방 역시 조촐한 안주에 한잔 술상이 마련되어 박 제올지오님, 김 바오로님, 안 안드레아님, 강 베드로님, 임 다니엘, 문 스테파노, 강군과 함께 그 동안 봉사하면서 얘기 못한 아쉬웠던 것들을 나누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3일간의 이동 봉사 일정은 준비는 힘들었지만 보람은 있었습니다. 다만 멀리서 오는 분들이 한꺼번에 모여 함께 이동하지 못한 것과 확실히 참석하는지 몰라 인원점검과 준비에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부산 팀들은 제가 확실히 할 수 있었는데 타 지역의 연락은 신부님께서 직접 하셨기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 것입니다. 앞으로 연락 체계를 보완하여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안 안드레아님의 서두이다.
“이번 진료에서 내과를 거쳐 가는 과정보다 바로 시작하는 한방 팀들의 협진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를 본 것 같은데 앞으로도 생각을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수액들을 다 놓아주고 왔으면 하는 심정이었는데 좀 안타까웠습니다.” 라는 안드레아님의 질문이다.
“안드레아님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다만 제 소견으론, 일일 진료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결코 주민들의 치료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와 다르게 지역 내에 양방이든 한방이든 언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의료 체계가 존재하고 있고 주민들과의 연계성이 있습니다. 의료봉사라는 미명하에 자기과시나 자기만족을 위한 진료 팀들에 의해 이 체계가 무시되거나 혼란을 초래하게 되면 안 된다는 점을 우리 봉사 참여자들은 모두 명심하여야 합니다. 안 신부님도 이 점을 알고 계시기에 우리들 모임에 신출내기 의사가 아닌 십여 년 이상 의료에 몸담은 의사들이 참가하기를 고집하시는 것입니다. 당신의 뜻은 다년간 수많은 경험 속에 쌓여지고 숙달된 의료지식 및 술기를 통하여 질 높은 의료가 될 수 있고, 그것을 외롭거나 힘든 주민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음으로 양질의 의료를 하루라도 맛보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인 것입니다. 실제로 영양 수액과 한방 침, 물리 치료 등 일련의 봉사가 피로 회복과 그네들의 삶의 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보살피고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지, 우리 필요에 의해 무조건 많이 나누어 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울러 참가하는 우리 구성원 모두에게 개개인의 자기 노력을 통한 나눔의 실천이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느 위치에서 어느 역할을 담당하든지 간에 자세히 살펴보면 빛이 나는 존경스러운 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이것이 좋고 저에게 많은 성찰의 계기가 되기 때문에 이 모임에 참가합니다.” 한잔 술에 취했는지 나도 모르게 울컥 심경의 토로가 격하게 쏟아져 나온 것 같다.
“박 선생의 말에 공감하는 바요. 자동차 산업은 국내외의 수요를 예측하여 자동차 조립을 조정 할 수 있지만 선체를 건조하고 갖가지 기관과 내장품을 조립, 고정시켜 완성된 선박을 생산하는 조선업은 그렇게 하질 못해. 완성품을 갖고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과정이 어렵더라도 각 부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다음 수주를 받을 수 있고. CEO들은 그런 세세한 과정의 무수히 많은 연관들을 잘 짜 맞추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어려운 역할을 하게 되지. 우리 ABO 모임도 안 신부님을 선두로 단장 및 단장 보조들의 짜임새 있는 역할이 필요한데, 이 번 단장 역의 안 안드레아는 세세한 일까지 도맡아 함으로써 전체가 잘 돌아가게 하는 일에는 조금 소홀히 된 감이 있어.” 라는 조선업계의 전 CEO 박 제올지오님의 말씀이 역시 정곡을 콕 찌르는 조언이다.
“이번에 한의대생들의 가세로 척추 신경과에서 밀려났는데 스트레칭이나 힘쓰는 일의 보조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낫지요. 주사 준비실에서 와이프랑 같이 일을 하며 보낸 3일이 훨씬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이 일을 맡게 신부님께 부탁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라는 김 바오로님의 익살스런 말이다.
“우리 진료 보조 팀들은 의료진들이 최선의 진료를 다 할 수 있도록 뒤에서 확실히 준비를 챙기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름다운 바보들의 오늘’ 모임에도 모일 때마다 되새기며 마음을 다질 수 있는 확실한 모토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강 베드로님의 제안이다.
ABO 구성원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이번 봉사 기간 신부님께서 당부하신 말들을 떠올려 보니 ‘봉사 대상 주민들을 예수님이라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보살피며,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눔의 실천을 하는 겸손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혹여 누가 되는 언행이 있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를 빌며 수고하신 모든 참가자 분들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그 동안 의료봉사기를 써주신 박승근 선생님께
마음의 영성 카페 가족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자랑스런 얼굴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돌보며 이웃을 내 몸같이,
재미있는 의료봉사기도 써 주시고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화이팅!!
이웃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귀한 경험이 쌓여 앞으로 더 발전된 ABO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