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조금 생겼지만 방을 구하고 나면 또 빈손이다 싶어 정착하지 못했다. 올티가스의 모텔이 대실 개념으로 체크인 하면 12 시간에 500페소 뿐이라
일박이일 주구장창 포커치며 3일에 한번꼴로 샤워하고 잠들기에 충분했다. 모텔에 안가는 날엔 바로 근처 로컬 미용실에 머리 감겨주는 샴푸가
100페소 여서 시원히 머리 감고 이발소용 접이 쇼파에 두피 맛사지까지 해주며 손님도 뜸하기에 자주 들렀는데 단골되어서 피곤하면 언제든지 두세시간 자고 가라며 친절했다.
가끔씩 씨오디에 바우쳐로 케익이나 쿠키를 받아다 주니 나를 VIP라 했다. 다만 미용실 사장이 남자 답게 생긴 톰보이였고 직원셋은 바끌라인데 너무 친절한것에 무서웠다.
포커는 많이 이기려 애쓴다고 그리 되지도 않았고 욕심을 내려 놓고 미니멈 블라인드에서 치고 또 치기를 반복하여 4~5천 페소를 이겨도 어디냐는 생각으로
그에 못 미치는 소액을 이겼지만 포커의 함정은 좀처럼 그 깊이를 알수 없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조금씩 알게 된것이 있다면 왜 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승부는 이기는것이 아니라 지지 않는것이 먼저였다.
그렇게 지내다가 지워졌던 메신져 위쳇을 셋팅 해보니 친구 차단으로 가려졌던 핑링롱의 포스팅 사진이 다시 열려있길래 살펴 보니 얼굴이 헬쑥했다.
다만 궁금하여 '메이 썸머 쓰바?' 잘 지내냐 한줄 보내니 '하오더' 좋다고 했다. 그녀와 끊겼던 연락이 몇번의 안부 메세지로 다시 이어졌고
어느날 링롱은 '필리핀에 여행가면 맛있는 밥을 사줄거야?' 하고 문자했다. 단지 그냥 하는 이야기라 생각되어 언제든 오라 답하니 정말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사진을 보내왔다.
몇일 후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모든일을 떠나서 보고싶었다. 게이트 멀찌감치 많은 인파속에 은색 작은 캐리어를 끌며 그녀가 나타날때
숨겨졌던 그리움 인건지 잠시 눈시울이 울렁였고 공항문 맞은편의 햇살이 나도 그여자가 보고 싶다며 환히 비추며 햇빛살의 카펫을 깔았다.
여전히 긴 머리에 푸른색 긴자락 원피스를 타이트하게 입었으며 자주색 힐을 높게 신고 걸어 나오는 링롱도 날 알아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2년 만이다.
"시아우 니 하오!" (좋은 오후야)
"니 라이 중 뿌 레이마?" (오는중 힘들지는 않았어?)
"메이관시러, 니 샹러 부샹러 워?" (괜찮았어, 너 내생각 했었어?)
".... 워 하이 샹러 니" (.... 계속 생각했어)
"핑즈! 니더 미엔 하이 이양!" (거짓말! 얼굴이 변하지 않았네!)
그녀가 내손을 덮석 잡았다. 놀랬다.
모아 쇼핑물에 가서 필리핀 특유의 생선구이와 돼지 요리를 먹고 뒤쪽의 필리핀 스타일의 바다 구경을 하며 그간의 안부를 물으니 가게일은 전과 비슷하고
친구와 쇼핑차 한국에 몇번 다녀왔다고 했다. 솔레어에 프리룸 2박을 저렴히 구입해서 체크인하니 여기 카지노인데 요즘도 바이지알러(바카라) 하냐 묻길래
잘하지도 못하고 돈 없어서 더 못한다하니 전에 꽤 잘 맞추던데 자기가 가져온 미달러 5천불을 줄테니 한번 해보라 했지만 자신없어 못하겠다 말하니
그럼 포커는 안치냐고 재차 물었다. 지금은 바보가 되어서 매우 험하게 하루 종일 쳐도 50불 이기기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그날밤 오랜만에 만나 서먹하기도 하여 손도 잡지 못하고 자려 하는데 그녀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니 야오 마?" (너 원해?)
"....야오" (원해)
오랜 시간이 훌쩍 지나 만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호텔방 안에 훨훨 불을 질렀다.
노곤히 잠들기전 그녀가 말했다.
"난 너에게 많은것을 바라지 않아!"
다음날 버스를 타고가서 코코넛 쥬스와 도넛츠등을 먹으며 따가이따가이 호수 전망대에 구경했다. 넓은 호수 가운데에 멀치감치 화산섬은 얼마간에 터질듯이 잔뜩 웅크려 앉아있다.
"너무 늦지 않게 나에게 와! 기다릴께"
하며 나를 안아 주었다.
"고마워!"
다음날 공항으로 가는 내내 링롱이 내손을 꼭 잡아주었지만 나는 손에 힘을주지 못하고 그렇게 배웅했다.
그녀가 돌아보고 내게 말했다.
"一路顺风...."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마는 듯이 입은 웃지만 눈은 슬프다.
내가 답했다.
"我的難路 对不起你!"
하고싶은 말은 훨씬더 있었지만 할수있는 중국어가 매우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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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개박
(개박) 39. 그녀와의 재회
GE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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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0 22:1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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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겁게 잘읽었습니다 !!
필요한 대화는 좀 배워놔야겠습니다 ㅋㅋㅋ
꼬시는 대화까지는 대충 했는데 유지하는 대화는 안되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