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산_새 세상을 만들어 가는 신앙인
민수기 13:21-25
21. 그러나 내가 살아 있는 한, 이 야훼의 영광이 온 땅을 채우고 있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있다.
22. 나의 영광을 보고도, 내가 이집트와 광야에서 나타낸 힘을 보고도 이렇게 거듭거듭 나를 시험하고 나의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은 그 누구도
23. 내가 저희 선조에게 주겠다고 맹세한 땅을 보지 못하리라. 이토록 나를 업신여기는 자는 결코 그 땅을 보지 못하리라.
24. 그러나 나의 종 갈렙은 그 마음이 남과 달라 나의 뜻을 따라 할 일을 다 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그로 하여금 가서 보고 온 땅으로 다시 들어가도록 하겠고, 그의 후손이 그 땅을 차지하도록 해주리라.
25. 아말렉 사람들과 가나안 사람들이 저 골짜기에 살고 있다. 그러니 너희는 내일 발길을 돌려 홍해 쪽 광야로 떠나거라."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불법 진료 거부 사태가 계속되어 온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지난 4일 금요일 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원점에서 재논의 한다는 합의를 함으로 해결되는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진료 거부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단체행동의 중단‘이 자신들의 결정 권한이라며 합의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지현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로선 집단휴진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정부와 의협의 합의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셉니다. 정부, 여당이 의사들의 몽니에 굴복하여 공공의료를 포기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보건의료노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176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공공의료 포기와 밀실거래에 대해 규탄하였습니다. ▲생명 뒤로하고 기득권 위해 진료거부 행위에 나선 의사·전공의들 집단행동에 굴복한 것 ▲시민사회를 배제하고 부실했던 공공의료 정책마저 원점으로 되돌린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이들은 주권자인 시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공공의료 개혁,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 더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추진 관련 법안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 총파업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 총파업으로 대표되는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의사 국가시험 응시 거부와 동맹 휴학을 주도하였습니다.
이들의 단체행동을 의료계에서는 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의사협회는 직능단체여서 파업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들의 단체행동은 불법 진료 거부라 불러야 합니다.
그간의 과정을 잠깐 살펴보죠.
8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전공의 파업률은 75.8%, 전임의 파업률은 35.3%였습니다. 정부는 기존의 강경 대응에서 한 발짝 물러서 코로나 종식시까지는 정책을 유보하고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집단 행동 중인 의료계는 정부 정책 원점 회귀와 재논의를 명문화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기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9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2차 총파업 때 개원의의 휴진율이 1일차 10.8%, 2일차 8.9%, 3일차 6.5%로 매우 저조해 얼마나 큰 호응이 있을지는 미지수였습니다.
의료계의 집단 행동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9월 1일과 2일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사 단체 파업에 "공감하지 않는다" 55.2%, "공감한다" 는 38.6%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TK 지역,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비공감 응답이 높았습니다.
의료계의 집단 행동에 대해 시민, 사회단체의 비판이 줄을 이었습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국민건강권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라며 집단 진료 거부를 중단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123개 시민사회 의료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사회경제 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정당성도 명분도 없는 의사협회의 진료 거부 행위 즉각 중단 ▲정부는 의사협회와의 밀실협상이 아니라 공개적인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공병원 및 공공의료인력 확충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9월 2일 성명을 내고 ‘진료 거부 사태가 조속히 종료되기를 바라지만 그 타협의 끝이 의사들의 반민주적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운동본부는 정부에 ‘제대로 된 공공병원 확충과 공공의사 증원, 병원 간호인력 확충 계획’을 요구하였습니다. 또 ‘정부는 의사들이 아니라 시민들의 이런 요구와 분노에 더 무겁게 반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는 8월 31일, 최대집 회장과 응급환자 사망을 초래한 성명불상 응급실 근무 관련자 전원에 대해 살인과 살인 방조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하였습니다.
서울의 소리는 ‘친일 수구 최대집의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면, 그 어디에서 이토록 모순된 파업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단 말이냐?’고 성토하였습니다. 또 ‘당신들 부모 형제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작금 대한의협의 파업은, 단지 최대집을 비롯한 친일 수구들의 정치와 이념을 앞세운 대정부 투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국민의 목소리 대신 의사협회의 저항에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세계역사를 다 둘러보아도 의료 개혁은 의료 기득권자들인 의사들의 저항을 이겨 내지 않고는 이뤄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코로나19는 그 이전 세상과 이후 세상을 가르는 기준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 세간의 시선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경험하며 인류가 대각성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2년여 광야 길을 헤메다 야훼께서 약속한 가나안 땅 앞 가데스 바네아에 이르러 벌어진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막을 중심으로 광야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광야 생활이 힘들었지만 이들은 야훼의 약속의 땅 입성을 기다리며 견뎌내었습니다. 야훼께서는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살인적인 햇볕과 추위를 막아주었습니다. 아침마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 주린 배도 채워 주었습니다.
광야 생활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응하며 선택된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훈련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약속의 땅, 가나안을 목전에 둔 가데스 바네아 광야까지 왔습니다.
가나안 입성을 위해 모세는 먼저 정탐꾼을 보냅니다. 각 지파에서 한 명씩 열두 명이 선발되었고 이들은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도록 보내졌습니다.
모세는 정탐군들에게 ▲그 땅 거주민이 강한지 약한지, 많은지 적은지 ▲그들이 사는 땅이 좋은지 나쁜지 ▲사는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 ▲토지가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 오라고 명합니다. 그리고 그 땅의 실과를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돌아온 정탐꾼들의 보고는 10대 2로 나누어졌습니다. 10명의 정탐꾼은 가나안땅을 우리 능력으로는 도저히 차지할 수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의 거민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본 아낙 자손들은 전부 거인들인데 그들에 비하면 자신들은 메뚜기 같다고 보고합니다(민 13:33).
이들의 보고는 가나안 입성을 고대한 백성들을 주저앉히는 절망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의 보고를 듣고 백성들은 크게 동요하여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차라리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 이 광야에서 죽었더라도 더 좋았겠다. 야훼는 어쩌자고 우리를 이리로 데려다가 칼에 맞아 죽게 하는가? 아내와 어린것들이 적에게 붙잡혀가게 하는가? 이집트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겠다"며 밤새 통곡했습니다.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을 더이상 믿지 못하겠으니 다른 지도자를 세워서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여호수아와 갈렙의 보고는 달랐습니다. 저들을 능히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민수기 14장 9절에는 “야훼를 거역하는 짓은 하지 맙시다.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들은 이미 우리의 밥이오. 그들을 덮어주던 그늘은 이미 지나가 버렸소. 야훼께서 우리의 편이시니, 두려워하지 맙시다”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가나안 땅이 아브라함(창 15:7, 18~21)과 이삭(창 26:2~5), 야곱(창 28:13~14)에게 약속한 땅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여호수아와 갈렙을 돌로 치려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신 야훼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백성은 언제까지 나를 멸시할 것이냐? 그렇게도 내 힘을 나타내 보였는데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 나 이제 염병을 내려 이 백성을 없애버리고 이들보다 훨씬 큰 민족을 너에게서 일으키리라."
모세는 백성들을 위해 하나님께 호소하여 멸망을 면하게 합니다. 대신 이스라엘 백성들 중 애굽에서 난 사람들은 약속에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벌을 받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38년간 광야를 방황하게 됩니다. 약속의 땅 입성을 앞두고 또다시 기나긴 방랑의 길을 떠나게 되는 거죠. 40일간 정탐 기간이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에 하루를 1년 삼아 40년간 광야를 유리하며 치열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겁니다.
광야는 어쩌면 약속의 땅을 들어가기 위한 수련의 도량이었을 겁니다. 광야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애굽을 잊지 못했던 낡은 세대였습니다. 낡은 종교, 낡은 사상,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던 거죠.
약속의 땅을 이어받을 이들은 아예 애굽의 세례를 받지 않고 야훼만을 의지한 새로운 세대입니다. 새 종교, 새 사상, 새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 중 20세 이상으로 전쟁에 나가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계산하니 603,550명이었습니다(민 1:46). 그로부터 38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에 모압 평지에 도착하여 다시 계수한 숫자는 601,730명(민 26:51)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양쪽에 모두 포함된 사람은 여호수아와 갈렙 2명 뿐이었습니다(민26:62-65).
출애굽 후 시내 광야에서 계수한 사람들은 열명의 정탐꾼과 함께 광야에서 사라집니다. 열명의 정탐꾼은 약속의 땅을 보고 온 후 그곳을 거주민을 삼키는 살지 못할 땅이며, 그곳의 거민이 훨씬 강하여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합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들의 말에 동조한 백성들 또한 그들과 함께 광야에서 생을 마칩니다.
이로서 애굽의 모든 유산과 적폐들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그들과 함께 사라진 것입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낡은 시대와 새 시대를 연결해주는 가교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시대 광야를 방황하며 약속의 땅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표징이기도 합니다. 다가오고 있는 새 시대를 먼저 정탐하고 돌아와서 우리 시대에 기쁜 소식을 전해 줄 진정한 지도자들입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의 영도 없이 새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사 속에서도 다시는 종살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과 이 백성을 새 시대로 끌고 가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있는 이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특히 오늘 이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묻는 참다운 종교인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나와 우리 가족이, 우리 한울림교회의 교우들이 먼저 이 시대의 여호수아와 갈렙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시대가 낡은 종교, 낡은 사상,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 예배드리는 모든 분들이 여호수아와 갈렙의 역할을 부여받는 축복이 함께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020.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