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흉내 내다. 아니, 시대에 발맞추다. '정모'라니. 정기 모임을 줄인 말이다. 엄밀히 하자면 우리들의 정모는 '정례(定禮)'가 되어야 한다. 정기 예배, 분기마다 1년에 네 번 우리 신우회는 정례 예배를 가진다. 1/4분기의 예배 날이 오늘(3월 5일)이다.
기대가 컸다. 다른 때보다 훨씬 더 했다. 단체 카톡방에 올라오는 참석자들의 명단으로 인해서다. 40회 대의 선배님들의 참석은 유구한 우리 중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회수의 진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신우회의 근간이 든든해진다는 말이 아닌가.
순복음강남교회 7층에서의 식사, 5층 예루살렘 성전에서의 예배 그리고 정기총회와 친교... . 70 여 명의 회원들을 통해 이루어진 오늘의 내용들이다.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 그 손길은 신묘함, 따뜻함, 영원함과 통하는 능력이다. 고맙지 아니한가.
성전의 좌석 배치도 그것과 어울렸다. 좌우 횡대가 아니라 원탁이었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중동에서 작은 파격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그래, 천국 백성인 우리는 높고 낮음이 없는 한 형제들이다. 갑자기 끈끈한 정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준비 찬양 인도는 박정진 집사(84회) 몫이다. 세 곡으로 주님을 찬양하고 바로 1부 예배를 드렸다. 예배 인도는 김동진 장로(70회), 김 장로는 지금 안산동산교회 시무장로로 사무장을 맡아 교회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무척 바쁠 때인데, 함께 한 것이 고맙다. 그는 이날 팀&팀에 1천 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의식을 갖기도 했다.
이번 예배는 67회가 주관하는 셈이다. 67회 일색이다. 대표기도 편남영 장로, 말씀봉독 김기혁 집사, 설교 한영호 목사... . 좀 더 보족(補足)하자. 성경 마 1:1-6을 본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世系)'란 제목의 설교를 했다. 설교를 한 한영호 목사님은 미국 뉴욕에서 목회하다가 귀국한 회원이다.
예배 중 김광호 집사(71회)가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을 노래했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그의 노래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다양한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의 집합, 중동기독신우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어떤 비전을 제시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오늘 참석자 중 최고(最高) 기수인 서성태 목사님(47회)의 축도로 1부 예배를 마쳤다.
2부 정기총회가 이어졌다. 이성환 장로(65회)가 사회를 봤다. 명사회다. 이의 없이 일사천리로 회의를 끌고 가는 일은 대단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성환 장로님은 이미 이런 경지에 도달해 있는 사람이다. 백강수 회장(64회)이 만장일치로 회장에 연임되었다.
섬기는 위치이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 그 자리를 다시 맡아 주는 그가 고맙다. 임원의 개편과 임명은 회장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총회를 종결했다. 출범은 단출했으나 160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지금, 좀 더 세심한 운영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3부 회무처리 및 친교의 시간이다. 우리의 총무 황병직 형(67회)이 회사 일로 참석하지 못해 이성환 장로님이 진행을 맡았다. 신우회 출범 뒤 정기모임과 번개팅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총무의 결석은 마치 방송 사고처럼 느껴졌다. 대신 이성환 장로가 진행했다.
연임된 백강수 회장의 인사말, 2018년 우리 신우회의 로드맵의 대강을 밝혔다. 신우회 재정 확보 방안과 그 용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재무 장인수 집사(67회)의 회계 보고, 감사 이상현 목사(60회)의 감사보고가 이어졌다. 그리고 편남영 장로가 다음 모임을 대비해서 Flowing 안내를 했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프로그램들!
특별 순서를 삽입했다. 손양원 목사님을 주제로 박사를 받은 내가 논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신우회 출범 과정과 중요한 행사 등을 소개한 뒤, 박사 논문 "손양원의 역사적 사실 재조명-연대, 인물 및 사건의 쟁점을 중심으로"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출판을 위한 여러 요건들의 충족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음 설레게 하는 신입회원 소개 시간이다. 특히 이번에는 고차수의 선배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상현 목사님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동창회 명부를 대조해가며 일일이 연락을 취해 거둔 결실이다. 이상현 목사님에게 OB(Old Boys) 총무를 맡겨도 좋을 것 같다.
쟁쟁한 분들이다. 믿음의 거장들이고 중동 정신에 투철한 분들이고 사회적 능력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신입 회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원주 중동 동문회의 기둥 서성태 목사님(47회), 군산 외항선 선교회의 양제영 목사님(48회), 강재수 장로님(48회), 지역봉사와 해외선교를 돕고 있는 김범수 목사님(53회).
믿음의 열정이 식지 않은 이학걸 목사님(53회), 건축미술의 권위 캐니 심 집사님(60회), 연세대 명예교수 이명호 장로님(60회), 미국 뉴욕에서 목회를 한 한영호 목사님(67회), 한현인 정원호 선배(67회), 참석 첫날부터 궂은일을 도맡아 한 김상돈 이철호 집사(72회). 참으로 자랑스런 이름들이다.
기수별 신우회 모임의 활성화 기미도 반가운 소식이다. 64회 신우회는 오랜 연륜을 갖고 있고 작년 70회 신우회가 출범했다. 문억 김용섭 장로님의 57회, 이상현 박노화 선배님이 60회 신우회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67회, 71회, 72회 신우회 태동도 긴 시간을 요하지 않을 것 같다. 조직이 커지는 만큼 기수별 신우회의 활성화는 필요하다. 백강수 회장도 강조하는 바다.
최광로 목사(72회)의 인도로 주의 3창 후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동기독신우회의 발전과 해외 선교지에서 믿음 하나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회원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했다. 마침 우간다의 이현수 선교사님(53회)과 C국 K 선교사님(60회)이 직접 참석해서 의미를 더 했다. K 선교사님은 신우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을 이틀 연기하는 애정을 보여 주었다. 이학걸 목사님의 마무리 기도로 3월 정모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 행사를 치르는 데에는 많은 손발을 필요로 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일을 감당함으로 무난하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배당 정리, 음식 준비,명찰 체크, 선물 분류 등... . 최민식 집사(70회), 서정욱 집사(71회), 문흥식 장로(72회), 김재호 집사(72회), 박정진(84회), 박동규(86회) 등의 수고를 감사한 마음으로 새겨 두자.
고정 순서가 된 것, 단체 사진 촬영의 시간이다. 선배님들이 의자에 앉고 후배들이 병풍처럼 배치된 모양, 든든함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비쳤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할 시간, 이성환 장로님이 제공한 예쁜 타월이 아쉬움을 채워주는 보완재 역할을 했다. 사랑과 충성, 두 단어로 3월 정모의 의미가 압축되었다. 오백 리를 한달음으로 달려온 이유를 알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