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노래의 중흥기
우리 산에서 산노래의 중흥기는 1970년쯤인가 싶다.
포크를 기반으로 하는 아름다운 노래 보급에 온 힘을 다한 전석환 선생님의 노력으로 젊은이들에게 노래 부르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 영향으로 산에서도 모이는 곳마다 캠프 송과 산노래가 어우러졌다.
강홍석 님의 '개나리 고개'
양천종 님의(경기고교 산악반) '산으로, 또 산으로~', '스키어의 노래'
김정태 님의(한국산악회) '산, 산, 산(산, 산, 산들이 부른다~)'
백경호 님의(고려대 60학번, 한국산악회) '그리운 산정(비치보이스의 sloop john B 개사곡)'
작자미상 '클레멘타인 개사곡(엄마 멈마 나죽으면…)'
일본 산노래 개사곡 '산 사나이'
외국 개사곡 '산 아가씨'
이항녕 님의(홍익대 총장) '산우가(푸른 하늘 흰 구름, 시원한 바람…)'
이은상 님의(한국산악회 회장) '산악인의 노래'
이만수 님의(연세대학 산악부 66학번, 에코클럽) '저 높은 산(아름다운 저 산이 우리들을 부를 때…)'
70년 이전에 산 사람들에게 알려져 불러지던 산노래들이다.
함께 부르던 캠프 송은 더욱 많았으나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알피니스트로 활동하던 분들의 기록에서 당시 산 사람들의 노래 문화를 잠깐 찾아보았다.
동아방송에서는 1966년부터(?) 일요일 아침 시간에 '취미의 광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편성하였다.
낚시, 바둑, 여행, 등산 등의 취미를 주제로 방송하였는데 장수 프로그램으로 70년까지도 계속했던 모양이다.
70년쯤 등산에 대한 내용을 방송할 때면 산 노래와 캠프 송을 들려주기도 하였는데,
덕분에 일요일 아침에 배낭을 메고 산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가끔 캠프 송과 산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70년부터는 가수 김홍철 님의 데뷔로 요들송이 방송 전파를 타며 등산 세계에 요들송이라는 또 하나의 음악장르를 선물하였다.
그해에 산노래 음반 두 장이 제작되었다. 하나는 동아방송에서, 또 한 장은 음반제작 종사자들의 산악모임인 음반산악회에서 만든 산노래 앨범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작한 산노래 만의 앨범이 아닌가 싶다.
음반산악회에서 만든 산노래 앨범에는 '산 사나이, 에델바이스, 산으로 가자, 설악산 노래' 등을 포함하여 14곡의 산노래가 수록되었었다. 나도 한 장을 갖고 있었으나 세월 사이에 후배 누군가가 영원히 빌려 가 버렸다.
LP 수록 곡 1. 산사나이(불루벨즈) 2. 자이안트(불루벨즈) 3. 에델바이스(한상일, 불르벨즈) 4. 설악산의 노래(불르벨즈) 외
또한 70년부터
이정훈 님의(고령산악회) '설악가', '즐거운 산행길',
어센트 클럽의 '산행(하루의 산행을 시작하세…)',
김태호 님의(서울고등학교 산악반, 마운틴빌라) '설악아 잘 있거라.',
백경호 님의 '아득한 산정(아득히 솟아오른 저 산정에…)'숨은벽 찬가' 등,
멋진 창작 산노래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어 토요일 저녁 캠프와 일요일 저녁 하산길 쉼터에서는 그룹별 산노래 합창이 풍성하였다.
74년에는 안상갑 님이(크로니 클럽) '산 이야기'라는 애틋한 산노래를,
77년에는 산에서 부르던 이정훈 님의 산노래 '즐거운 산행길'에 요들을 덧붙인 노래가 김홍철 님의 음반 타이틀 곡으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로망의 시대에 alpinism을 시작하며 산으로 자연을 알고 alpinism으로 자아를 찾았다.
그 사이에 우쿨렐레와 산노래 화음을 어우르며 함께 사는 삶의 가치까지 깨달았으니 얼마나 즐겁고 멋진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