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룡국민학교 3
소년체전 육상 종목을 찾아 보았다.
단거리, 장거리, 높이뛰기, 멀리뛰기, 던지기에 400m 계주가 있었다.
그렇다면 남녀 각각 단거리 4명, 장거리 1명, 높이뛰기, 멀리뛰기, 던지기 한 명씩은 있어야 구색이 맞겠는데.......
산골 아이들이라 운동이 뭔지 몰랐다. 물론 얼마나 어려운 지도....
인기있는 선생님이 육상부를 뽑는다 하니까 와하고 몰려들었겠지.
뛰어보고 던져보게 하고 남자 15명, 여자 15명을 뽑았다.
그런데 문제다.
핸드볼은 해 보았고, 가르쳐 보았지만, 육상은 어렸을 때 운동회 날 뛰어본 게 전부다. 그나마 뛸 때마다 꼴찌였지만....
지도 방법을 전혀 모른다. 종목은 다섯 가지나 되고 종목마다 지도 방법이 다를 텐데......
처음에는 그냥 뛰게만 시켰지만 갈수록 고민이 커진다.
‘이게 아닌데.....’
책을 찾아본다 해도 속 쉬원한 방법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초보 지도자가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씌여져 있지도 않았고....
그런데 그 때, 우리 반 우상이 형이 고등학교 육상 선수란 말이 들린다.
눈이 번쩍 띄인다.
“우상아, 네 형이 육상 선수라면서 ?”
“예, 고등학교에서 육상을 해요”
“잘 됐다. 네 형보고 학교에 한번 오라고 해. 꼭이다”
어느 날 육상선수인 우상이 형이 학교에 왔다.
사실대로 얘기했다.
이만저만해서 육상부를 지도하게 됐는데 육상 지도 방법을 모른다.
가장 기초적인 훈련 방법부터 배우고 싶다 했더니 자세하게 잘 가르쳐 준다.
이 전에 핸드볼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만큼 알아듣기도 쉬웠다.
‘아 ! 그렇구나. 그런 방법으로 지도하면 효과가 있겠구나 !’
그 날부터 배운대로 차근차근 지도해 나갔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훈련 방법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육상부 훈련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실력이 늘어갔고....
일요일, 공휴일도 쉬지 않았다.
복잡한 집안일에서 벗어나고도 싶었지만 가르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일요일, 자전거로 한 시간을 넘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땀을 뻘뻘 흘려야 했지만 학교생활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즐거웠다.
방학도 없었다.
아이들도 잘 따라 주었다.
그 해에 돼지고기 파동이 있어서, 아주 쌌다.
돼지 한 마리를 사서, 학교 앞에서 정육점을 하는 윤희네 집에 걸어 놓고 날마다 필요한 만큼 떼어다 끓여 먹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학교 경내에 자두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는데 먹음직한 자두가 많이 달렸다.
“교장선생님, 저 자두 육상부 간식으로 쓸게요.”
허락을 받고 매일 자두를 따서 간식으로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두가 많이 없어진 게 아닌가.
동네 청년들이 서리를 해갔단다.
‘안되지. 자두를 지키자’
밤중에 자두나무 밑에 깔판을 깔고 자면서 지켰다.
한 밤중 잠결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또 서리하러 온 것이다
“누구야 ?” 벌떡 일어나 소리 질렀다.
도씨도 깜짝 졸라 어머 뜨거워라 줄행랑친다.
자두지키기 미션을 완수한 것이다.
소문이 났는지 그 다음부터는 자두가 안전했다.
9월에 아산군 소년체전 평가전이 있다는 공문이 왔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지만 열심히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