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다
불기 2542년 음력 2월(1998년 7월 4일) 금요일 저녁시간 경주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하고 익일인 음 6월 3일 저녁시간에 자장암으로 모시고 왔다. 이후 몸과 마음을 다잡아 참회와 기도정진에 힘을 기울이기로 다짐을 했다.
이 일은 지난해인 불기 2541년 음 5월부터 발원을 하여 불국사 월산 대종사님께서 입적하시고 나라 사정이 어려워 중단 했던 것이 이제야 이루어진 것이다.
발원은 지난해 4월 초파일을 회향으로 21일 용맹기도 정진을 하면서 발원을 했던 것이다. 앞으로 음력 6월 15일 양력 8일 6일 사시부터 300일 참회기도에 들어가기로 다짐했다. 기도 기간 중에는 불사일 외에는 일체 사적인 외출을 삼가하려 함이다. 부득이한 사정외에는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삼가고 왠만하면 외부 사람도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때는 장마가 기승하고 지리산 대원사 계곡 피서 인파 100명이 사망하며 세계적 호우 피해가 엄청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이 나라가 어려워 IMF라는 철조망에 갇히여 허덕이고 있다. 만나는 사람이 두렵다. 모두 절망감 뿐이다.
내가 할 일은 참회기도로써 재충전과 함께 사회를 신성하게 유도하고 싶다. 요즘은 은사 ㅈㅇ스님과 사제 오어사 주지 ㅎㄴ와의 유대가 별로 좋지 않다. 모두 돈이라는 무게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3년여 동안 힘들게 내 나름대로 나의 최선을 다해 나의 몫을 해결했다.
그러나 누가 인정하겠는가. 조용히 나 혼자 삭혀 씹어야 할 일임을, 돌이켜보니 세상에서 무서운 것이라면 돈, 명예, 권력, 사람인 것 같다.
돈욕심, 명예욕심, 권력욕심, 사람욕심 무서운것이다. 인제 잊을 때가 된 것 같은데 희미하게 아련하기만 하다. 300일 참회 기도 동안 초월의 경지가 됐으면 한다.
지금도 담담한 듯 하면서도 저으기 미련이 있음은 아직 도에 나아가지 못함일 것이다. 도에 이르길 갈망한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아니구나!
세상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천태 만상이다. 참으로 남겨 주신 밥알(화두)로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으니 가없는 다행이로다.
지난 12-3여년전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열정과 강건한 육신은 차차 허물어짐을 비로소 느껴본다. 세월이 무상함이겠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쇠하여 감을 여실히 보고있다.
더 늦기 전에 한발이라도 부처님의 깊은 도량에 더 나아가보기를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늘 마음에 두고 있지만 세상사 어렵기만 하구나. 다행히 스승의 본사이신 석가세존 진신사리를 모심을 계기로 새로 발심이 되고 희망이 되고 용기가 생겨 한없는 희열을 새삼 느껴본다.
부처님의 진신을 모시고 용맹히 정진치 못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저에게 용기와 지혜와 힘을 주시옵소서!
불기 2542년 6월 14일
1998년 8월 5일 새벽 3시 30분 자장암 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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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言第一
나라에서 허가 받은 도둑 중에
판사는 심판 잘못하여 걱정이요.
검사는 사람 잡는 일에 걱정이요.
변호사는 거짓을 변론하여 걱정이요.
의사는 날마다 피비린내 걱정이라.
다행히 이 몸은 선사 법사라 하여
아무 말 없음을 제일로 하니.
허물이 그나마 적을 것 같아 부담이 적다.
이래야 되는데 이래야 되는데.
그렇게 되야지 그렇게 되야지.
그렇고말고 그렇고말고.
1998년 8월 5일 새벽 3시 35분
운제산 자장암 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