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오늘은 '마법소녀 네코 짱'님의 문의에 대한 답변 시리즈 2화입니다.
정신질환자가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분들이 정신질환의 특징에 대해서 알고,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 옆집 사람이 조현병이라면 나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까?'를 설명하는 형태로 질환에 대해서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전 인구의 1%는 조현병을 겪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아는 100명 중 1명은 조현병이라는 것이죠. 확률상.
인간은 대충 인생 동안 3~4천 명과 대인 관계를 가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내 인생에서 관계를 맺은 사람 중 30명은 조현병이라는 것이죠. 저처럼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도요.
즉,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조현병 환자와 관계를 맺지 않을 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 지식은 여러분에게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내 옆집 청년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작합니다.
먼저 간단하게 조현병을 설명하자면,
'젊은 청년층이 주로 걸리는, 환청과 망상이 정신을 지배하여서 정상행동이 붕괴되고, 좋아지더라도 점점 뇌가 파괴되어 기능이 떨어져 버리는 병'
입니다. 핵심은 '젊은 청년', '정상행동 붕괴', '기능이 떨어지는'입니다.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의 망상과 환청에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그렇지만, 사실 증상은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이지 이웃으로 산다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환자는 망상과 환청 때문에 괴롭겠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가끔 혼잣말하고 그래서 무섭지만, 뭐 자주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젊은 사람이 잘 씻지도 않고, 집에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쓰레기도 잘 못 버립니다. (이런 종류의 모습을 정신과에서는 '기능'이 떨어진다고 표현합니다.)
옆집 사람으로서 짜증이 나겠죠.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정하기에 앞서, 조현병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조현병은 '급성기'와 '안정기' 이렇게 두 가지 phase가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급성기'는 말 그대로 급성 정신병적 증상이 활발한 때입니다.
환청과 망상으로 경계심은 극도로 높아져 있고, 정신이 와해되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 상태의 문제는 '정상행동 붕괴'입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 원래 그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이 때는 그 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만이 방도입니다.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무조건 의료진을 만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 절대. 그들에게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급성기 상태의 조현병 환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전문가도 바짝 긴장하고 가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성급하게 나서면 안 됩니다. 절대 절대 절대 절대 나서지 마세요.
그럼 '급성기'인 것은 어떻게 아느냐?
딱 보면 압니다. 정말요.
이전에도 이상하기는 했지만 이전과는 명확하게 다릅니다.
여러분 옆집에 살았다는 것은 청년이 '안정기'였었다는 말입니다. (이건 조금 있다가 설명할게요.)
그런데 그게 '급성기'로 변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전과는 명확하게 다릅니다. 아예 다른 사람이에요.
일단 언어가 이상해서 대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눈빛도 굉장히 경계를 하는 기색입니다.
최근 식사도 덜하게 되었는지 급격히 살도 빠져있습니다. 몸도 덜덜 떱니다. 분노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럴 때는 그 청년의 지인(부모, 형제)에게 연락해서 오게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공격적이거나 자해를 할 것처럼 보이거나 너무나 불안정해 보이면 경찰을 부르는 것이 더더욱 최선이고요.
119를 부르는 것은 안 좋습니다. 정신질환자가 이송을 거부할 때 119는 강제로 이송하면 불법이에요.
경찰이 오면, 경찰분에게 '저분이 자해(혹은 타해)를 할 것 같았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들었는데 현재 부모님하고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의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이 좋아 보여요.'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경찰은 정신질환자를 식별하고, 자타해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응급입원 진행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발생)
물론 잘 모르는 경찰이 있을 수 있고 귀찮아 할 수 있지만 이전에 그 살인사건 이후 경찰분들도 잘 협조할 것입니다.
여하튼 급성기에는 이게 최선이에요.
만약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잘 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 구역을 담당하는 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등록되어 있는 회원이라면 이송 등을 보조할 것입니다. 여하튼 필수는 경찰입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청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입원했다가 돌아온 것 같습니다.
급성기에서 보이던 정말 불안정해 보이던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그런데 이전보다 뭔가 더 멍-해 보이고, 움직임도 굼떠보입니다.
청년은 '안정기'에 들어갔지만 '기능'이 떨어져 버린 상태입니다.
게다가 재발이 반복되면 안정기에서도 급성기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지요.
그렇지만 일단 급성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잘 안 움직이려고 하고, 부끄럼 많고, 잘 안 나서려 하고, 멍합니다.
의지도 떨어지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 하지요.
잘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도 이전처럼 잘 안 됩니다.
음? 치매 아니냐고요? 예 맞습니다. 조현병의 예~전 이름은 '조발 치매'였습니다.
여러분이 치매환자에게 왜 쓰레기를 제대로 못 버리고, 잘 안 씻느냐고 화를 내나요?
아니죠. 도와주죠? 그래요. 이분들도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안정기'라고 판단되는 조현병 환자에게는 본인이 해줄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셔도 됩니다.
아니, 이웃이거나 관계가 있는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 때는 그냥 조금 부족한 청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인과 다를 게 없어요.
처음 받는 외부의 호의에 약간 경계하겠지만, 이내 잘 따르게 될 것입니다.
청년이 거부하면 안 도와주면 그만입니다.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도 가끔 이상한 사람 있잖아요.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기능이 떨어져서 도와줘도 잘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왜 젊은 사람이 이런 것도 못 해!'라는 말이 목 끝까지 튀어나오겠지만, 조금만 참으세요.
그들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왜 그들을 도와야 할까요??
그건 그들을 도와줄수록, 여러분이 안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이 아니고, 정부의 정책 및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은 사회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다시 '급성기'로 들어가면? 행동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생기겠죠.
그들이 다시 급성기로 돌아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일상생활을 꾸준히 하면서 약물을 복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웃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고 사회에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으면 사람은 그들은 엄청난 motivation을 얻습니다.
아주 적은 도움으로도 그들이 '안정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죠.
이것이 결국 그들과 사회가 통합되는 과정이 되겠지요.
조현병 환자들은 훨씬 더 긴 기간을 '안정기'로 보냅니다.
'급성기'가 굉장히 Impact 있다 보니 부분이 워낙 매스컴을 타버렸습니다만, 사회의 관점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에요.
사고를 쾅- 하고 치지만 않게 통제하면 됩니다. 아마 금방 자리가 잡혀갈 것입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사회에 일어나는 부담은 이 '안정기'에 청년들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청년기부터 치매가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노인이 치매 걸려도 관리가 어려운데, 청년기부터 쭉 치매인 상태로 살아간다면...?
부모님 치매로 1년만 수발하면 불효자가 된다는데... 죽는 날까지 자식을 돌봐야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이미 사회로 나오게 만들었다면, 그들을 잘 돌보는 것이 이득입니다.
일 해서 돈 벌고, 소비도 하고,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청년이 치매처럼 변해갈 때, 사회의 관점에서는 엄청난 부담이지요.
게다가 청년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한 사람의 청년이라도 이대로 방치할 수 없겠죠.
그런 환자가 전 인구의 1%나 되니까요.
급성기는 1~2달, 길어야 6개월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능이 떨어져서 가족으로서는 관리가 안 되는 수준에 이르면 퇴원이 불가능해지죠.
그래서 오히려 '안정기'에 사회가 관리를 해줘야겠지요.
'관리'라는 것은 환자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서, 어떻게든 다시 일을 하게 하는 것이겠죠.
일은 못하는 상태와, 돈을 조금이라도 버는 상태는 아예 삶의 차원이 다르거든요.
다음 편인 '조기중재 집중 사례관리'편에서 이런 조현병 환자를 어떻게 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 것인지 현재까지 학계의 대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저가 만나는 조현병 질환자 분들은 대부분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어 수급자이신데 영구임대에 거주하시다보니 주변 이웃들이 대부분 저소득 노인, 장애인이신 경우가 많으셔서 인식개선 교육의 필요성 인지와 참여도도 떨어지고 연령이나 장애로 인해 본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도 저하되신 분들이라 도움을 줄 여유가 없으시고 사고가 난다면 위험도도 높아서 고민입니다ㅜ
조현병 환자와 대화를 해보면 내원거부의 이유로 약을 먹으면 축 쳐져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 내가 경제활동이 어렵고 수급자라 돈이 없는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받으려면 본인부담금(2~3만원 정도라 들었습니다.)이 너무 높아서 부담스럽다를 말씀하시더라고요.
통계에 따른 수치는 아니지만 경험 상 조현병의 경우 큰사고(망상으로 인한 타입주민 폭행 등)로 입원하실 경우 30~40%확률로 30일 이내에 재입원하시는거 같으시고 주로 이 쪽 수급자는 알코올*약물장애, 조현병 환자 분들이 많으신데 병원에서 오시면 30%정도만 지속적 관리위해 외래진료를 받으시는거 같아요.
의료 분야는 잘 모르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많은 이 분들도 사회의 일부로 잘 정착할 수 있게 인식과 제도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건... 의사들이 잘못한 부분이 많아 보이네요 ㅠ 환경도 안 좋은 곳으로 많이 가시는군요. 내일 글에 좀 이상적인? 형태의 조기중재를 써 보고, 그 다음에 현실에서 적용하기를 써 볼 예정입니다.
@아빠나무 아니에요 저희 쪽에서도 준비 못한 잘못이 많죠ㅜ
아빠나무님 혹시 의사 선생님들 말씀 들어보면 조현병, 조현형 성격장애?, 조현성 성격장애?(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ㅜ) 등으로 나누던데 조현병의 증상을 표현하는 하위개념인건가요? 아니면 아예 다른 질병인건가요?
@마법소녀네코짱 두 성격장애는 조현병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일단은 별개의 질환입니다. 그런데 헷갈려요.
다만 성격장애라는 것은 이게 변화하는게 아니고 어려서부터 계속 있던 특성이 쭉~ 유지되거나 아주 조금씩 변하는 것이고, 조현병은 '급성기'로 급격히 이행하는 것들이 있어서 구별이 되기도 합니다.
조현성 - 자존심에 상처 입거나 실패해서 히키코모리가 된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고 필요성이 안 느껴져서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유형의 히키코모리.
조현형 - 굉장히 굉장히 4차원적인, 뭔가 마법, 공상, 철학, 점술 등에 매진하는 유형.
이런 모습이 성격적으로 어려서부터 쭈욱~ 자라온 것이면 성격으로 이름 붙이면 되구요.
조현병은 망상, 환청이 갑작스럽게, 또는 어느 순간부터 생겼다보고 보시면 됩니다.
성격장애는 부모님이 '애는 원래 이랬어요.'라고 하고 조현병은 '애가 변했어요'라고 하지요 ㅎㅎ 대부분
읽을수록 막막하네요..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은 알 수 있겠습니다. 안정기에 더 중요하다..음...
ㅎㅎ 내일은 이상적인 해답에 대하여 적어보겠습니다 ㅎㅎ
인간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거 같아서 먹먹하네요 알면알수록 사회가참 냉정한 것 같아요
사회라는 생물이 진짜 무섭다고 생각되더라구요... 정책 하나에 사람이 우수수 죽어나갈 수 있으니 ㅠㅡㅜ 그래도 인간적인 방향으로 조절하고 있으니 더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안타깝고 동시에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군요..
사회적인 합의와 그에대한 교육이 계속 필요한 이유기도하네요..
우리 주변에 있지만,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상황이지요 ㅠㅜ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급성기 상태에서는 의학적 개입이 빠를수록 좋습니다. 강제로 개입하게 만들 방법은 현재까지는 1. 가족(친지까지), 2. 경찰, 3. 정신건강복지센터 긴급대응팀 순서입니다.
급성기에서 오래 있을수록 안정기의 기능이 더더더 떨어지기 때문에... 조현병이고 급성기라면 어떻게든 치료를 받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인이나 친구 정도라면 나서기도 어렵죠 ㅠㅡㅜ 막상 나섰다가 '조현병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드실거고...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여러 사건사고 사례만 봐도 '관리부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봅니다. 물론 환자의 가족들이 열심히 관리하겠다만 주변 사람들도 잘 케어주어야할텐데 현실은 소문나는 순간 '쟤 조현병이래... 살인 저지르는거 아냐?' 이러면서 수군수군... 이렇게 되면 그 가족이 완전히 놔버리면서 그 악영향이 환자에게 또 미치게 되는 악순환...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의 사고사례 상당수는 발달장애인 문제였던 부산 영아 투기 사건과 원인도 유사하고 결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원인이며, 환자를 환자가 아닌 고위험분자로만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가 결과라는 이죠...
정부가 해야 할 일 중에 세부적인 영역으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적 약자들이다 보니... 그런데 이게 티도 안나고 하니까 문제가 크게 이슈를 타지 않으면 조치가 없더라구요 ㅠㅠ 그러다보니 갈수록 안 좋은 인식만 생기고... 다시 격리로 돌아가려고 하면 인권단체가 뭐라고 하고... 이런 상황입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