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의 제목은 ‘머리 하나 차이로’라는 뜻이다. 미성으로 유명한 가르델이 1930년대에 부른 노래다.
가사는 경마장에서 자신이 돈을 건 말이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못해 내기 에서 돈을 잃은 사내의 독백으로 돼 있다. 돈을 따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고 싶지만 매번 행운은 그를 외면한다는 내용이다. 우아한 멜로디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사실은 운명의 장난과 삶의 좌절을 이야기하는 가장 ‘탱고다운’ 노랫말이라고 할 수 있다.
탱고를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는 의외로 많다.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는 망명한 노년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탱고를 추는 그림같은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특수공작요원으로 등장하는 ‘트루 라이즈’ 같은 액션코미디에서도 아놀드가 임무수행 중 갑작스럽게 탱고를 추는 장면이 나온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우울한 분위기와 남미 대륙의 황량함을 배경으로 두 남자의 절절한 사랑을 그렸는데, 여기서도 탱고는 두 주인공을 하나로 묶는 공감의 끈이 된다. 1920년대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이민사와 인신매매를 배경으로 한 ‘네이키드 탱고’는 절망과 광기로 가득한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다. 마돈나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아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 ‘에비타’에도 탱고 장면들은 가끔 나오지만, 화려한 의상과 노래에 가려져 춤 자체는 그리 인상적으로 부각되지 않는다.
이처럼 많은 영화에 탱고가 등장하지만, 제대로 탱고를 출 줄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일반 극영화에 나오는 탱고 중에는 사실 정통 아르헨티나 탱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흔하지 않다.
탱고와 몇 가지 라틴 댄스를 그럴듯하게 조합해 놓거나 애크로바틱한 동작을 과장한 눈요기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화를 통해 탱고를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일반 영화에 나오는 탱고는 다 잊어버리고 꼭 두 편의 영화만 보면 된다.
하나는 영국 여성 감독 샐리 포터가 만든 ‘탱고 레슨’,다른 하나는 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탱고’다.
실제로 탱고를 너무나 좋아하는 샐리 포터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스타 파블로 베론과 함께 주연을 맡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속의 첫 레슨 때 “나는 제대로 걷는 것조차 못하는군요”라며 스스로에게 화를 내던 샐리가 나중에는 파블로와 함께 무대에 설 정도로 실력을 기르고,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가서 탱고를 춘다. 이 영화의 강점은 카메라가 다리에 시선을 집중해 탱고 스텝들을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는 것과 정통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우라의 ‘탱고’는 그가 만든 플라멩코 영화 ‘카르멘’과 마찬가지로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조명기법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기본 스토리는 다분히 통속적이지만, 1920∼30년대 탱고 스타들의 기록 필름이 등장하는 등 탱고에 대한 제작진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다. 군부독재 치하에서 탱고가 겪은 시련을 안무로 표현하는 등 사우라 특유의 시대의식이 드러나 있으나, 그냥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평범한 관객들에게는 좀 지루하거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탱고의 거장 훌리오 보카와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의 춤, 그리고 환상적인 군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회없는 영화다.
최근 TV에서 방영된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의 ‘탱고, 가르델의 망명’도 탱고와 아르헨티나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멋진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