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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구곡(華陽九曲) 시조 (2015. 5. 18)
제1곡 경천벽(擎天壁)
제2곡 운영담(雲影潭)
제3곡 읍궁암(泣弓巖)
제4곡 금사담(金沙潭)
제5곡 첨성대(瞻星臺)
제6곡 능운대(凌雲臺)
제7곡 와룡암(臥龍巖)
제8곡 학소대(鶴巢臺)
제9곡 파천(巴川)
제1곡 경천벽(擎天壁)
일곡(一曲)은 어디메뇨 눈 비벼 살펴보니
개천 옆 기암이나 솔숲이 얼굴 덮어
하늘을 떠받친 거인 다리 떨려 어쩌나
* 제1곡 경천벽은 흰 기암이 가파르게 솟아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하여, 이렇게 부른다. 화양동계곡 들머리 주차장 아래쪽에 위치하므로, 따로 들러보아야 한다. 바위에 화양동문(華陽洞門)이란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제2곡 운영담(雲影潭)
도명산(道明山) 들머리지 난 몰라 점입가경
힘줄 선 남근바위 도는 물 희롱하고
떠다닌 구름 그림자 맑게 어린 거울 못
* 경천벽에서 약 400m 위에 있다. 맑은 물이 소를 이뤄, 구름그림자가 수면 위로 투명하게 비친다. 턱 버틴 바위가 근사하며, 도명산(표고 643m) 등산로 초입에 있어 제일 먼저 마주친다.
제3곡 읍궁암(泣弓巖)
바위는 펀펀 넓적 통곡의 방석인데
그린 님 떠나가니 청류도 따라 우네
흥망은 부질없으니 백옥 활을 꺾어오
* 운영담 남쪽에 있는 희고, 펀펀 넓적한 바위다. 마치 내려놓은 활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암이 효종의 승하(昇遐)를 슬퍼해 매일 새벽 이 바위에서 통곡하였다 하여, 후세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읍궁비를 들어낸 밑구멍이 군데군데 뚫려있어 볼썽사납다. 읍궁(泣弓)이란 순(舜) 임금이 붕어(崩御) 후 ‘신하들이 칼과 활을 잡고 울었다’ 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제4곡 금사담(金沙潭)
물밑에 비친 모래 숨겨둔 금싸라기
휘영청 달 밝으니 산(山) 도둑 옴짝 못해
계류가 잠이 들 때쯤 잔별들만 소근대
* 물이 맑고 고요한데다, 모래 또한 금싸라기처럼 빛나고 곱다. 읍궁암 동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골짜기를 건너면 바로 나타난다. 여울진 물가 바위에 ‘金沙潭’ 각자와, 그 위 1666년 우암이 학문연마를 위해 지은 암서재(巖棲齋)가 있다. 계곡 중심에 있고, 가족단위 물놀이에 적합하다.
제5곡 첨성대(瞻星臺)
산중은 칠흑이라 별보기 안성맞춤
중턱에 턱 괸 바위 점치는 신관(神官)인가
석벽의 비례부동(非禮不動)을 그대 정말 아느뇨
* 비례부동; 예(禮)가 아니면, 행하지 않음(중용). 첨성대 아래 바위에 새겨진 명의 16대 마지막 숭정제(崇禎帝) 의종(毅宗)의 어필이라 전한다.
* 도명산 기슭에 층암이 얽혀 대를 이루었다. 주변 경치가 좋은데다, 우뚝 치솟은 높이가 수십 미터이다. 평평한 큰 바위가 첩첩이 겹쳐 있고, 그 위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다 하여, 첨성대라 불렀다.
제6곡 능운대(凌雲臺)
쌍둥이 신선이랴 산길 옆 못난 바위
땡추가 툭툭 차도 꿈쩍 않는 저 능청
육신은 속세에 있나 풍류만은 구름 밖
* 큰 바위가 시냇가에 우뚝 솟아 ‘그 높이가 구름을 찌른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탐방로 옆에 있고 사람 모습과 원숭이 얼굴 형상을 띄고 있다. 바위 위에 오르면 이외로 넓은 반석에 조망이 탁 트여 첨성대가 보인다. 예서체 ‘凌雲臺’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위(魏)나라 문제(文帝) 조비(曹丕)가 낙양에 지은 누대 이름이다.
제7곡 와룡암(臥龍巖)
한여름 개울가에 낮잠 잔 길쭉 바위
비늘은 구멍 숭숭 깡마른 관자놀이
청솔로 코 간질이니 검은 용이 꿈틀대
* 첨성대에서 동남쪽으로 1km 지나면 이 바위가 있다. 활처럼 굽은 바위가 시냇가에 옆으로 누워 있는데, 전체 생김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듯하고, 그 길이가 열 길이나 된다.
제8곡 학소대(鶴巢臺)
시냇가 적벽(赤壁) 위에 학 깃든 낙락장송
새끼들 앙앙대니 송사리 물밑 잠겨
바위는 두루미 되어 삼천리를 나느니
* 와룡암 동쪽 조금 지나 있다. 낙락장송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여기저기 서 있는데, 옛날에는 백학이 이곳에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 한다. 바위색이 붉다.
제9곡 파천(巴川)
구곡(九曲)은 모르괘라 깊숙이 숨었구려
이끼 낀 바위 위로 물거품 부서지니
옥반(玉盤) 안 거대한 솔연(率然) 똬리 틀고 노려봐
* 솔연(率然); 손자병법 구지(九地) 편에 나온다. 솔연은 중국 오악(五岳) 중의 하나인 상산(常山 또는 恒山)에 사는 전설 속의 큰 뱀이다. 이 뱀은 행동이 민첩하며, 성질 또한 몹시 사납고 용맹하다. 상대가 자신의 머리를 공격하면 재빨리 꼬리를 들어 반격하고, 꼬리를 공격하면 머리를 틀어 반격하며, 몸뚱이를 치면 머리와 꼬리로 동시에 반격한다.
* 제9곡 파천은, 개울 복판에 흰 바위가 펼쳐져 있다. 티 없는 옥반과 같아, 탐승객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이 반석(磐石)을 밟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학소대 북쪽으로 조금 지나 있는데, 오랜 풍상을 겪어 많이 씻기고 갈렸다. 바위에 한자로 ‘파곶’(巴串)이라 새겨졌는데, 그 이유는 모른다. 파(巴) 자는 땅 이름이지만, 큰 뱀을 뜻하기도 한다. 입구로부터 멀기에 다리품을 팔아야 하고, 원시림과 돌이끼가 많아 오지 같은 느낌을 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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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書》 제26호 제194~196 면. 2016. 1. 2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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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 감사드립니다.
산행에 시 낭송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3곡 읍궁암의 종장(?)에서 "백옥 활을 꺾어오" 가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꺽어오"라고 쓰셨는데 "꺾으오" 의 경상도식 표기 같기도 합니다만...
하하! 역시 지은이나 독자나 사람의 느낌은 서로 비슷하나 봅니다. 저도 그게 늘 찜찜했습니다. '꺾어요'가 부드럽긴 한데, 뭔가 걸리는 게 있습니다. 해당 시조 문맥이 내뿜는 힘과 권위(오소리티)를 약회시킬 염려도 있구요? 핵심은 '오'와 '요'(용례 및 맞춤법 참조)의 차이인데, 어렵습니다. 그나마 시조가 맨 끝 '석 자'는 허사(虛辭)로 처리해, 여운(餘韻)으로 돌리기에, 스스로 위안이 됩니다만..시조창에서는 아에 부르지도 않습니다. 정독해주셔 고맙습니다.^^
@半山 韓相哲 저의 의견은 "꺾으오"가 되면 종지가 되어 어법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꺽으오"의 의미로 쓰시려고 했는데 "꺾어오"로 쓰셔서, "으"와 "어"의 구분이 잘 안되는 경상도식 표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즉, "꺾어오" 는 "꺾으오"의 방언 아닌가 합니다.
@이규성 아! '으'와 '어'의 차이군요? 저도 인터넷에서 표준어 '맞춤법' 검색(꺾어라(0). 꺾으라(X), 꺾어요(0). 꺾으요(X))을 한 후, '어'로 씃습니다만, '으'가 맞는 지는 한번 더 조사헤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참고로 요즈즘 한글사전에는 ㅡ 변형, 또는 ㅓ변형 표기법 자체가 없군요?
* 사견은 '꺾으오' 가 맞다 사료됩니다.
@半山 韓相哲 꺽어오. 꺽으오.... 갑자기 저도 헷갈리네요...~~~
@등산박물관(김진덕) 그래서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글이라 합니다. 자국인도 헷갈리는데, 외국인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어문법칙을 좀 단순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