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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개론 강의의 시작을 여는 시사를 매주 들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초적인 경제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금리가 올라가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어째서 옆 나라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신기한 정책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와 우리나라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교수님께는 물흐르듯 당연한 이야기들이 단순 암기로 금리와 그로 인한 영향을 외웠던 나에겐 전혀 이어지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금리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는 ‘모든 경제위기의 시작과 끝에 금리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세계를 뒤덮은 대형 경제위기의 시작에는 금리가 있었고, 경제 위기 이후에도 정책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며 의도를 가지고 금리를 조정한다. 금리는 토양과 나무의 뿌리 같은 것이어서, 금리를 제대로 알아야 주가, 환율, 원자재, 부동산이라는 가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하며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감을 고취시킨다. 책은 저자의 설명대로 금리의 개념, 경제의 흐름, 물가와 금리, 신용과 금리, 환율과 금리, 금융위기 전후의 금리라는 큰 여섯 가지 파트로 금리의 기초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저자는 금리를 ‘수요와 공급’의 개념에서 설명한다. 마침 경제학개론 강의에서 가장 먼저 배운 개념을 사용해서 이해가 쉬웠는데, 이를 통해 금리를 하나의 가격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금리는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만나서 결정하는 가격으로, 경제가 호황이면 돈을 빌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수요의 증가) 금리가 올라간다(가격의 상승). 반대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수요의 감소) 금리가 하락한다(가격의 하락). 따라서 금리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반영된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한 이자율이다. 실제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할 때는 개인의 신용도와 대출 기간에 따라 이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기에 와닿는 비유였다.
이러한 기준금리라는 가격은 중앙은행에서 정하는데, 이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했던 ‘보이지 않는 손’ 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론대로라면 알아서 잘 굴러갈 시장에 중앙은행이 이렇게 개입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에 대해, 경제 위기를 예시로 들며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1980년대 중반 엔고현상과 기준금리 인하로 일본 국민들은 저금리로 돈을 빌려다 국내와 해외 부동산과 주식 등 금융자산에 마구 투자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산가격이 부풀려져 버블 현상이 생겼다. 투자 광풍이 불고 대출이 증가하며 부동산 가격과 주식 시장 가격이 폭등하자 1990년도 위기감을 느낀 일본 정부가 대출 회수를 지시하며 자산 가격과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디플레이션(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위험을 겪었던 일본에서는 기준금리를 통해 경제 안정화에 나섰다.
기준금리의 인하로 이자부담이 금리 상승과 신용경색으로 커지는 것을 막았고, 나아가 제로금리 수준의 기준금리를 제정해서 시중은행에서 돈을 사용할 때 거의 비용이 들지 않게 함으로써 대출을 장려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국채를 많이 들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러한 정책도 모두 양적완화정책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발행해 금융자산을 매입하는데, 사업가에게는 대출을 유도하고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정책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해서 수입물가를 상승하게 만들고,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살려 수출이 늘어나게 만든다. 여기서 바로 최근까지 일본에서 이어졌던 제로금리정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최근까지도 0%대의 기준금리를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꼭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물가를 관리하는 데 기준금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경제가 성장기에 진입하면 임금이 상승하고, 소비가 늘어난다. 이 때 기업도 공급을 늘린다면 다행이지만 공급량이 늘지 못한다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라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소비가 아닌, 높은 금리에 대한 수익을 기대하는 저축의 증가로 이어지게 만들어 수요가 감소하고 대출을 줄여서 공급과 수요를 관리하고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금리에 숨겨진 의도와, 금리와 다른 여러가지 경제지표(다 적지는 못했지만 소비자 물가지수, GDP, 채권 금리, 환율의 변동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와의 연관성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너무 기초 지식이 없어 책의 내용을 100%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경제의 기초가 되는 금리를 처음 만나고 흥미를 가지기에는 무리가 없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개론 강의를 들으며 시사 시간에 아하, 감탄사를 외치고 싶은 모든 분들과 금리에 눈을 뜨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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