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이 우리시여름시인학교에 참가하다.
음성에 전원주택을 짓고 6월에 이사와서 사는 유재호 시인 부부와
여기 괴산군 칠성이 고향인 이정석 시인도 찾아와 반가운 얼굴로
우리 그룹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
우리그룹 10인이 홍해리 시인의 <길에 대하여>와 임보시인의 <내 앞에서>를
윤송으로 낭독하여 막강한 그룹임을 전체 참가자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길에 대하여 / 홍해리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살길이 어디인가 갈길이 없는 세상
길을 잃고 헤매기 몇 번이었던가
꽃길에 바람 불어 꽃잎 다 날리고 도끼 자루는 삭아내렸다
남들은 외길로 지름길로 달려가는데 바람 부는 갈림길에 서 있곤 했다
눈길에 넘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빗길에 미끌어져도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쳐도 길길이 날뛰는 시간은 잔인한 폭군이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라 했지만
끝내 하늘길은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꿈길의 시퍼런 독약이었다.
내 앞에서 / 임보
나도 모르게 꽃이 핀들 뭘하나
나도 모르게 새가 운들 뭘하나
아, 나도 모르게 그대가 왔다 간들 뭘하나
천리 밖에 피는 꽃들 어이 알리
천리 밖에 우는 새들 어이 알리
아, 천리 밖에서
그대가 노래한들 어이 알리
나도 없는데 잔치마당 무슨 소용
나도 없는데 풍악잡혀 무슨 소용
아, 나도 없는데
그대가 춤을 춘들 무슨 소용
내 앞에서 꽃이어 피어다오
내 앞에서 새들이여 울어다오
아, 내 앞에서 그대여
춤도 노래도 보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