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KSI 한국시나리오연구소에서 기본과정, 전문과정, 창작과정, 미니시리즈 이론수업, 그리고 공모과정을 수강한 이수민입니다. 연구소에서 1년을 보내며 제가 가장 크게 배운 세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구조를 보는 눈
어떤 작품에 대한 평을 말할 때, 근거를 들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입니다. abc와 8단 구성에 근거하여 더 이상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작품의 어떤 면을 어떻게 수정하면 더 짜임새 있게 느껴질 수 있을지 생각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배면서, 늘어짐 없이 탄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올바로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캐릭터 살리기
탄탄한 구조가 작품의 완성도를 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력적인 주인공 앞에서는 구조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아이러니입니다. 결국 우리는 어떤 인물(주인공)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이기에, 우리의 주인공에게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하며 납득할 수만 있다면 그 작품은 성공적인 게 될 겁니다. 결국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에 울고 웃을지,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지, 나아가 어떤 인물이 지금의 우리 사회와 작가의 메시지를 잘 투영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을 습관으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3. 결국은 자신감
그러나 모든 것을 차치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거나 써내는’ 자신감입니다. 작가는 쓰는 일로, 써낸 글로 증명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느낌적인 느낌들을 시각화하고 장면(씬)으로 만들어 내는 것만이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각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또한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작가로서 내려다보는 스스로의 글은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런 제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낄 줄 알아야 함을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위의 세 가지는 기본과정에서부터 김문성 작가님께서 수도 없이 말씀해주신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와 느낌을 정말 체감하게 된 건 거의 공모과정을 마칠 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의 토대를 짜는 법을 배우는 기본과정, 보다 구체화 된 이야기 구조를 공부하는 전문과정,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창작과정,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정하는 법을 배운 공모과정의 모든 커리큘럼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은 원칙만, 기본만 잘 지켜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1년이었습니다. 수많은 가르침을 주신 김문성 작가님과 김진수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쓴다는 건, 그러니까 어떤 세계관 하나를 창조한다는 건,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연구소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편안하게 툭툭 던지는 느낌으로 글을 썼던 것 같은데, 오히려 요즘에 고민의 시간과 긴장이 더 늘어난 느낌입니다. 그런 제 모습에 불안해하는 날도 많지만, 옳은 길이라 기다림이 필요한 것으로 믿고 이 과정의 저마저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큰 요즘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잘 될 것이기에, 새해에는 요만큼의 걱정 대신 다정한 마음으로 힘내서 글 쓰고 싶습니다. 모든 작가님들께서 언제나 건강하게 글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2023년 제가 가장 사랑한 노래 가사를 소개합니다.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럼에도 역시, 완벽하군 나의 여인
아이유의 Unlucky 라는 노래의 도입부입니다.
2024년 또한 ‘그럼에도’ 행복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출처] KSI 기본, 전문, 창작, 공모과정 수강후기 (한국시나리오연구소) | 작성자 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