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대열 취미생활향기 6: 이종정 부인 이청하 시인
이 회고는 대열 임관50주년 기념책자 3부에 포함시킬 <취미생활 동기생들의 활동 약사>를 수록하기 위해, 기존의 대열카페에 등장했던 기록들을 정리한 것 외에, 더 많은 동기생들의 취미활동 이야기를 모으면서 추가된 하나로, 이종은 동기의 승마이야기처럼 더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새 이야기는 이종정 동기의 부인 이임순 여사가 지난해 겨울 여류시인 이청하로 등단한 자랑스러운 이야기로, 이종정 동기로부터 제공 받은 문학포털 강건문화뉴스의 2건의 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우선 여기 열린 공간인 대열 인턴넷카페 [특집‘대열반세기 우리들의 이야기“에 전체를 올려 공유하고, 50주년 기념책자에는 기왕에 편집된 여타 동기전체의 취미활동활약 약사에 포함되면서 상당부분 축약될 것입나다. -편집위원 김명수-
한양문학 등단 시인 이청하
서재석 동기 부인 ‘지정옥’ 여사가 대열가족으로서 그림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다면, 이종정 동기의 부인 ‘이임순’ 여사는 문학부문에서 “이청하”라는 예명(藝名)의 여류시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으로 모두 답답하게 집콕하는 동안, 그간 연마한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인 2020년 12월 한양문학 제11호(겨울호) 시 부문에 신인상을 수상해 시인으로 등단함으로써 만년의 꽃을 피운 것이다.
매사에 나이 탓과 유행병 탓만 하고 무력해져가는 우리 실버들의 일이고 보면, 전해오는 교훈적인 감명은 부러움과 함께 정말 향기롭다 할 것이다.
이 사실은 문학포털 강건문화뉴스 2020년 12월7일 자에 등단 시로 소개된 ‘거울 앞에서’와, 올해 2021년 6월4일 자에 ‘6월의 시’로 추천된 “엄마, 어머니, 엄마”를 통해 애독자들에게 거듭 알려지면서 “이청하”라는 예명을 만천하에 날리게 된 것이다.
등단 작 ‘거울 앞에서’는 “지난 시간에 대한 회상과 자아를 돌아보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낸 시”, “간결하고 깔끔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시를 쓰는 작가가 나타나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란 평가를, ‘엄마, 어머니, 엄마’는 “야단스럽거나 소란스럽게 표현하지 않았으며 치밀하고 엄정한 시어(詩語) 선택으로 빈틈없는 구성과 단단한 성격 묘사, 생생하고 재치 있는 문장 마디마디에 스며있는 시인의 시상은 문학에서 말하는 시의 기본을 가장 잘 지킨 모범 답안”이란 평가를 각각 받았다.
이 모두 문학지 전문 기자들의 호평이고 보면, 대열가족 만년 여류시인 이청하의 앞날은 생체나이를 거슬러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청춘을 향해 역진(逆進)하리란 예언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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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공간이 넉넉한 인터넷 카페의 이점(利點)을 살려, 이청하 시인의 시(詩) 두 점에 대한 감상의 기회를 아래에서 가져본다.
거울 앞에서
누구일까, 가을을 지나는 생이
어떻게 익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그녀가
거울 앞에 섰다
잘 살고 잘 늙어가는 것이 거울에 비쳤다
단풍으로 물든 그녀의 가을이
노을을 기다리는 서쪽 하늘 낮달처럼 맑다
도둑고양이처럼 달아나버린 세월은
윤기 흐르던 머릿결과 영원할 것 같던 미소까지
그녀의 얼굴에서 지워가고 있음을 알았다
누구를 위한 삶이었을까, 돌아보면
어리석었던 과거와의 단절을 꿈꾸며
어느 날 훌쩍 노을처럼 사라질 자신을 보았다
그래, 그래도 잘살았다
때로는 바람으로 살다가 때로는
햇살로도 살고
누군가에게는 노래로도 머물렀다
거울 앞에서
그녀는 가장 눈부신 그녀를 보았다 §
엄마, 어머니, 엄마
마흔둘 만개한 꽃 같은 나이에
이승의 꿈을 접은
엄마, 나의 엄마
사춘기로 방황하던 딸년을
애틋한 눈으로 지켜보시던
시들듯 피어나던 엄마의 슬픈 미소
하얀 카라를 풀 먹여서
눈부신 다림질로 입혀주시던 교복
내 작은 몸에서 나온 자식이
이렇게 크다니, 이렇게 이쁘다니
흐뭇한 미소로 품어주던 엄마가
수십 년 지나도 늙지 않는 모습으로
어머니가 아닌 엄마로
꿈속에 계신다
이제 나는 엄마보다 더 늙은 나이가 되어
며느리의 어머니이고 아들의 어머니인데
나의 엄마는
어머니가 아니고 늘 엄마로
내 유년의 꿈길에서 서성이고 계신다, §
2021.6.26. 편집위원 김명수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