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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문학교실(홍천군편)
우 승 순
모처럼 무궁화의 고장을 찾았다. 강원문협의 2019년 기획사업인 ‘찾아가는 문학교실’의 두 번째 행사는 홍천군에서 열렸다.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막상 홍천읍내를 방문한 것은 몇 년 만인 것 같다. 장마철이라 비가 쏟아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어떤 행사든 주관하는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참석인원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아도 참석인원이 적으면 볼품없기 때문이다. 행사장인 홍천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김정헌 홍천문협회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미술관은 아담하고 예술적 외관을 간직하고 있었고 홍천예총이 함께 있는 건물이었다. 강의실은 산뜻하고 밝게 잘 꾸며져 있었으며 개최시간에 맞춰 속속 문인들이 도착하였다. 당초예상 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좌석을 추가 배치하였다.
행사는 오후 4시부터 박종성사무국장님의 사회로 시작되었고 군수를 대신해 참석한 홍천군청 문화예술과장, 홍천군예총회장, 홍천문협회장, 강원문협회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소개되었다. 춘천에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이응철 강원수필문학회장과 이흥우수필가께서 특별히 자리를 함께해주셨다. 지난번 고성군편에서는 시와 수필에 대한 문학교실을 성황리에 마쳤는데 이번 홍천군에서는 인문학강좌를 신청하여 ‘논어, 인(仁)의 인문학적 투영(透映)’이란 주제로 운영하였다. 글 쓰는 사람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수없이 읽고 들었던 내용이 논어다. 공자님도 한분이고 논어도 하난데 그 해석은 수십, 수백이 넘을 만큼 대중적이어서 자칫하면 식상하기 일쑤다. 강원문협에서는 그런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 특별한 강사를 섭외하였다. 현재 ‘춘천학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허준구강사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 등에서 인문학강의를 수 백회이상 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논어의 원문과 해설을 담은 교재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어렵고 딱딱하여 청중들이 흥미를 잃을까 걱정도 하였지만 강의가 시작되면서 곧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접해보는 논어와 인(仁)이었다. 논어의 인(仁)에 대해서는 삼척동자도 다 알만큼 많은 해설이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정의하기도 어려운 개념이다. 공자께서도 제자들이 인(仁)에 대해 물으면 그 대답이 모두 달랐는데 그 내용들은 교제에 상세히 실려 있었다. 강의는 理, 氣와 性, 情으로 운을 떼어 生生之道와 親親之道를 거쳐 四端七情론을 섭렵하면서 한자의 상형원리를 조미료로 가미하여 영양가 높고 맛있는 요리로 완성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내용은 공자께서 인(仁)에 대해 중궁에게 말씀하신 “내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는 부분이었다. 성경말씀의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황금률의 역설 같은 말씀이다. 옛 선비들은 산수자연을 벗 삼아 인(仁)을 회복하는 수양(修養)을 했다고 전한다. 가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을 보면 치열한 경쟁과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병들었다가 어느 날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건강이 회복하고 마음의 평온도 되찾는다. 산수자연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인(仁)으로 회귀하도록 도와주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특별한 무엇이 있는 듯하다. 위정편의 재미있는 글도 소개되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 是知也)”란 구절이다. 이 부분의 독음이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 시지야”로 제비울음소리를 닮아 글감으로 쓴 적이 있었다. 휴식시간 없이 약 2시간정도 이어진 강의는 시간을 잊을 만큼 재미있고 유익했다. 간간히 폭소가 터져 나오곤 했다.
행사는 성황리에 마쳤다. 기념촬영을 끝내고 저녁을 함께하며 다시 문학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번 행사를 이끌어주신 홍천문협 김정헌회장님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김명옥부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강의실과 여러 편의를 제공해 주신 홍천예총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박종숙회장님께서 올해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찾아 가는 문학교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듯하여 돌아오는 내내 가벼운 마음이었다. 춘천휴게소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있었다.(2019.7.17..) |
박종성사무국장의 내빈소개
김정헌 홍천문협회장님늬 인사말씀
박종숙회장님 인사말씀
허준구박사 열강 모습
홍천문협회원들과 기념촬영
강의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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