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5권
52. 불설선인발겁경(佛說仙人撥劫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 금진수(錦盡手) 장자가 사리불(舍利弗)의 처소에 와서 경법에 대해 풍송(諷誦)하고 그의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에 머무는 것이 싫어져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사문이 되었다. 아직 나한도(羅漢道)를 성취하지 못했으나 모든 지어야 할 것을 다 갖추어 구족하였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세존을 뵈러 갔다.
“지금 저희들이 금진수를 살펴보았는데 사리불을 뵙고 머리를 조아리고서 법률에 대한 설법을 듣고 이어서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습니다.
널리 들어 지혜가 많고 여러 법에 대해 강의를 하고 말과 담론이 단아하고 수려하며 원리를 자세히 알아 편협한 데가 없으며 선정에 대한 생각을 일으켰습니다만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그 마땅한 바를 따랐으나 아라한의 무근(無根)ㆍ무착법(無著法)의 나한을 얻지 못하여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한 까닭에 생사를 돌고 돌면서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바와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루신 안온함을 해탈하여 성취하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이 이상하다는 말인가? 나는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이루어 최정각(最正覺)이 된 것이니라. 금진수 장자가 사리불로 인하여 교화되고 네 가지 근심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나는 다른 세상에서 범부의 몸으로 경법을 널리 설하고 여러 고통을 벗어났기에 비로소 매우 수승하게 된 것이니라.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한 선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발겁(撥劫)이라 하며 다섯 가지 신통(神通)을 얻었다. 그때 국왕이 그를 받들어 사랑하고 존경함이 한량없었다. 신통으로 날아다니며 왕궁을 왔다 갔다 하였다.
국왕은 선인에게 공양하며 일체를 보시하여 편안하게 하고 왕의 주변에 자리하게 하고서 날마다 이와 같이 하였다. 왕은 머리카락을 펴서 그 위로 가도록 선인을 받들었으며 손수 술을 따르며 온갖 음식을 권하는 등 오랜 세월 동안 끝없이 공양하였다.
그때그 왕에게는 작은 일거리가 생겼다. 왕에게는 외동딸이 있었는데 세상에서 드물게 단정하고 아름다워서 왕이 매우 사랑하였다. 애지중지함이 한량없어 딸은 문 밖에도 나가보지 못하였다.
왕이 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가 선인에게 공양하고 은근히 받들어 모시면서 뜻을 잃지 않는 것을 보았느냐?’
딸이 곧 대답하였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왕이 딸에게 말하였다.
‘내가 일이 있어서 멀리 나갔다 와야 하니, 네가 선인에게 공양하되 내가 하듯이 해야 하고 뜻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때 선인은 공중에서 날아 왕궁 안으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왕녀가 오는 것을 보고 그를 손으로 번쩍 들어 자리에 앉혔다. 손으로 들어 올리니 왕녀의 몸과 닿아 그 부드러움으로 인해 즉시 욕심이 생겨 애욕이 일어났다. 그러자 신족을 잃어 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사유(思惟)하고 경행하면서 다시 신족을 일으키려고 하였으나 다시 얻을 수가 없었다.
그때 선인은 왕녀를 보고 탐내는 마음이 생겨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걸어서 왕궁을 나왔다.
‘그런 행을 하다니’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그 소리를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그때 무앙수(無央數)의 사람들이 다 모여 들었다.
왕은 일을 마치고 왕궁으로 돌아와서 그 선인이 욕심이 없는 경지를 잃고 은애 가운데 빠져 그 신족을 잃게 되어 날 수가 없게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왕은 밤이 되자 궁에서 혼자 몰래 선인을 보러 가서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대범지께서
갑자기 탐욕을 일으키셨다고 하니
어떤 가르침을 따랐으며
어떤 인연으로 색욕을 익히셨는지요?
그때 발겁 선인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들으신 대로 제가 사실 그랬습니다만
나쁜 길에 떨어졌던 것은
왕께서 저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왕이 게송으로 물었다.
지혜가 있는 바를 깨닫지 못했더라도
선악을 생각하기만 하면
혹시 욕심이 일더라도
조복하여 본래대로 깨끗해지지 않겠습니까?
이때 발겁 선인은 다시 게송으로 왕에게 대답하였다.
애욕으로 의리를 잃고
탐음하는 마음이 무성하게 일어났었지만
오늘 왕의 말씀을 듣고서
문득 애욕의 마음 버리게 되었습니다.
이때 국왕이 선인에게 가르치니 선인은 부끄럽고 자신을 극복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밤을 새워 정근하였기에 오래지 않아 다시 신통을 다시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발겁 선인은 오늘의 사리불이니라. 국왕은 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