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와 맹자님 말씀
오늘은 3.1절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이다. 침공 후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를 점령하고 사태를 순식간에 종결하려고 했던 푸틴의 생각이 어긋나는 듯하다. 무차별 폭격이나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하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결과는 쉽게 러시아 예상대로 흐르지 않을 것 같다. 푸틴이 더 많은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맹자 공손추 하편에 나오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 라는 말이 생각난다. 전쟁에서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보다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 사이의 화합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하늘의 때는 길일이라든가 날씨 등을 의미하고, 땅의 이로움은 산과 강 같은 지리적 조건을 뜻한다. 이러한 것들보다 전쟁의 승패에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화합 즉 자기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는지 힘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바로 적용된다.
러시아는 엄청 우세한 군사력을 갖고 우크라이나 들판이 어는 겨울을 침공의 시기로 택했으며, 우크라이나는 평야지대가 많아 공격의 장애물도 적다, 푸틴을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이점들 때문에 러시아의 침공이 바로 성공할 줄 예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의 화합된 힘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지는 모두 몰랐다. 여기에다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도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같은 마음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푸틴의 침공이 실패한다면 맹자님 말씀이 확실히 맞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인의 화합에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망가지 않고 수도 키에프에 남아 국민들과 싸우는 것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임진왜란 때의 선조와 6.25 때의 이승만 대통령과 크게 대비된다. 이 두 정치지도자는 국민을 버리고 자기 목숨을 구하려 도망간 간 사람이다. 최고 지도자의 솔선수범과 희생이 사람 사이의 화합의 시작이다. 반면 러시아내에서는 반전 시위 등을 볼 때 국민의 의견이 조금이지만 다르게 갈리는 듯하다. 여기에다 유럽 사람들은 유럽대륙에서 또한번 대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국가 간 이해관계 많이 다름에도 전쟁 반대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별 이견이 없다. 즉 사람 사이의 화합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세계 1, 2차 대전의 발발지이고, 두 전쟁의 참화가 컸다. 유럽국가들이 EU(유럽연합)라는 국가연합체에 이어 각국이 통화주권까지 포기하고 단일통화인 유로 도입까지 이룬 바탕에는 유럽 대륙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유럽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는 확실한 유럽으로, 체첸이나 조지아하고는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에서의 전쟁이라는 유럽인의 큰 두려움을 일깨워 주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 초기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다르고 공조가 안 될 듯 보였다. 막상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는 유럽국가의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보다 앞서는 면도 있다. 미국의 반러시아에는 패권이 깔려 있겠고, 유럽국가의 반러시아는 유럽 평화를 위한 것으로 목적이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그리고 유럽 사람들이 훨씬 더 절실하다.
푸틴이 유럽 사람들 마음속에 깊숙이 깔려 있는 유럽 평화에 대한 절실함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의 많은 정치인도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이견이 많던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이렇게 빨리 일사 분란한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한국 정치인과 언론들이 깜짝 놀란 모습이다. 그리고 말과 논조뿐 아니라, 정책까지 급히 바꾸다 보니 어색하고 남이 보기 부끄럽기까지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앞으로 북핵 문제와 중국의 팽창 정책을 포함 우리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안보의 비전문가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잘 모르지만, 지금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많은 고민과 정책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
답을 찾기 어려울 때는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어느 길, 어떤 정책이 국민의 안위와 평화, 실질적 삶에 기여하는지를 고민하면 된다는 뜻일 것 같다. 말이 많고 설명이 복잡하거나 뜻이 모호하면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120년 전 쯤 외세의 침략에 나라를 잃었고, 103년 전 오늘, 잃은 나라를 다시 찾으려는 많은 국민이 참여한 큰 운동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국민이 죽거나 고통을 당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매우 양호하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 200년 전쯤 조선의 지배층은 조선이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빠르게 나라가 쇠락해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
지금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거나, 주변 국가를 믿자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