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춘제
중국 최대의 전통 명절인 춘제(春節)는 음력 1월 1일로, 우리나라의 설에 해당한다. 원래 춘제는 글자 그대로 봄과 관련이 있어 입춘(立春)과 같은의미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양력 1월 1일을 '위안단(元旦)'(또는 '신녠(新年)')이라 하고, 음력 1월 1일을 '춘제'라 부른다.
춘제와 관련된 전통 풍속은 지역별로 매우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풍성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족의 화목을 빈다. 농촌에서는 조상의 묘소를 찾는 '상펀(上墳)'과 돌아가신 조상신을 집 안으로 모셔오는 '칭선(請神)' 행사를 한다. 또한 집 안을 깨끗이 하고 집집마다 녠화(年畵)와 춘롄(春聯)을 붙이며 한해의 복을 기원한다.
녠화에는 주로 닭이나 물고기를 그리는데, 닭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물고기(魚, yú)는 '여유롭다'라는 의미의 '여(餘, yú)' 자와 발음이 비슷한데서 '일 년 내 여유로워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외에도 귀신을 쫓는 신 또는 장군의 형상을 그린 것이나 신화전설의 내용을 그린 것이 있으며, 모두 복이나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춘롄은 종이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글을 써서 대문에 붙이는 우리나라의 풍습과 유사하다.
붉은 종이에 검은색이나 황금색으로 길상이나 축복의 내용을 써서 문이나 기둥에 붙이는데, 짧게는 '복(福)' 자 한 글자를 붙이는 것에서 "해마다 마음먹은 대로 운수대통하고, 일마다 생각하는 대로 순조롭게 되어라(年年順心走鴻運, 事事如意迎吉祥)."라는 말처럼 대구를 사용하여 하나의 연을 이루는 것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복' 자를 거꾸로 붙이는 풍습은 현재에도 중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중국어에서 '거꾸로(倒, dào)'라는 뜻의 단어가 '오다(到, dào)'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즉, '복' 자를 거꾸로 붙이는 것은 복이 오길 바란다는 의미이다.
춘제 전날 밤을 '추시(除夕)'라고 하는데, 온 가족이 모여 '녠예판(年夜飯)'을 즐긴다. 녠예판은 섣달 그믐날 밤 가족이 함께 먹는 식사를 말한다. 녠예판을 먹은 다음에는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시청하면서 밤을 지새우는데, 이를 '한해를 지킨다'는 의미로 '셔우쑤이(守歲)'라 한다. 그리고 자정이 지나 새해로 넘어가는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요란한 폭죽 소리가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큰 소리로 액(厄)을 막고 새해의 축복을 알리기 위함이다.
춘제 아침, 북방 사람들은 주로 '자오쯔(餃子, jiăozi)'라는 물만두를 먹는다. '자오쯔'가 묵은해에서 새해로 바뀌는 교차점을 뜻하는 '자오쯔(交子, jiãozi)'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남방 사람들은 주로 떡요리인 '녠가오(年糕)'와 '탕위안(湯圓)'을 먹는다. 우리가 설날 아침 떡국을 먹는 것과 비슷한 풍습이라 할 수 있다. 아침 식사 후에는 친지나 이웃을 방문하여 새해 인사를 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뱃돈인 '야수이첸(壓歲錢)'을 빨간 봉투에 담아 챙겨주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매년 춘제의 공식적인 연휴 기간을 최소 7일 정도로 조정하는데,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고향이 오지이면 한 달 정도 휴가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는 춘제 연휴 기간에 고향에 가는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쿵구이주(恐歸族)'1)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이를 통해 중국 사회의 변화에 따라 춘제의 풍속도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위안샤오제
위안샤오제(元宵節)는 음력 1월 15일로, 우리나라의 정월대보름에 해당한다. 위안샤오제가 다가오면 거리, 공원, 사찰 등 전국 각지에 각양각색의 화려한 등이 거리를 장식한다. 이 때문에 위안샤오제를 '덩제(燈節)'라고도 한다. 이날 저녁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에서 등불을 감상하고 폭죽을 터뜨려 축제 분위기를 만끽한다.
위안샤오제 아침 각 가정에서는 '위안샤오(元宵)'를 먹는다. 위안샤오는 팥이나 설탕, 깨와 같은 소를 넣어 찹쌀로 빚어 쪄낸 음식으로, 동글동글한 모양 때문에 '탕위안(湯圓)'이라고도 한다. 위안샤오를 먹는 풍습은 송(宋)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며, 가정의 화목과 단란함을 상징하여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다.
3. 칭밍제와 한스
칭밍제(淸明節)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으로는 4월 4일이나 5일이 되는 날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새싹이 돋아나 청명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칭밍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이날은 본래 지난 겨울 동안 흐트러진 조상의 묘를 정리하고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으나, 현재는 주로 교외로 봄나들이를 가거나 열사 능원에 가서 열사를 추모하는 날로 바뀌었다. 중화민국 이래로 칭밍제는 중요한 명절로 여겨지지 않았으나 2006년 '비물질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고, 2009년에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점차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스(寒食)는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며 칭밍제와 같거나 하루 뒤인 양력 4월 5일이나 6일에 온다. 한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고사가 있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것은 개자추(介子推) 전설이다. 춘추(春秋)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아버지에게 쫓겨나 19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궁핍한 생활로 인해 문공이 병이 들자, 그의 신하였던 개자추는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삶아 먹여 문공을 살려냈다. 이후 진나라로 돌아가 왕이 된 문공은 자신을 보필한 신하들에게 상을 내리는 과정에서 개자추를 잊고 말았다.
관리에 등용되기 위해 서로 공을 가로채고 다투는 것에 환멸을 느낀 개자추는 어머니를 모시고 면산(綿山)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했다. 훗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문공이 사람을 보내 개자추를 찾아오도록 했으나 그는 산에서 나오지 않았다. 문공은 산에 불이 나면 효자인 개자추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산에서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버드나무 아래에서 불에 타 죽었다. 이후 사람들은 개자추가 죽은 날이 되면 3일간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차가운 음식을 먹으며 그의 절개를 추앙하고 애도했다고 전해진다.
4. 돤우제
음력 5월 5일 돤우제(端午節)는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전통 명절이다. '돤(端)'은 '처음'을 뜻하는 '초(初)'와 같은 의미이고, '우(午)'는 옛날 '오(五)'와 상통하던 글자이므로, '돤우'는 '초닷새'라는 뜻이 된다. 이날 중국에서는 우리의 약밥과 비슷한 쭝쯔(粽子)를 먹고 용선(龍船)경기를 즐긴다.
쭝쯔는 찹쌀에 돼지고기나 대추, 콩 등의 소를 넣어 갈잎 또는 대나무 잎으로 감싼 뒤 쪄낸 돤우제의 전통 음식이다. 용선경기는 중국의 전통 민간 체육활동으로, 용 모양의 배를 타고 노를 젓는 운동 경기이다. 현재는 물과 관련된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사가 되었고, 특히 광저우(廣州)나 마카오 등지에서는 국가 체육시합의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돤우제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고사가 전해지지만,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시인 굴원(屈原)을 기념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대표적이다. 초나라 회왕(懷王)의 충신이었던 굴원은 초나라의 수도가 진(秦)나라에 함락된 후 비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멱라강(汨羅江)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애통한 마음에 배를 타고 굴원의 시신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물고기들이 그의 시신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대나무 통에 찹쌀을 넣어 강물에 던졌다고 한다. 이날이 바로 기원전 278년 음력 5월 5일이다. 그 후 해마다 굴원을 위하여 제사를 지냈고, 대나무 통에 찹쌀을 넣어 던지던 것은 쭝쯔로, 시신을 찾기 위해 서둘러 배를 몰았던 것은 용선경기로 발전했다고 전해진다.
5. 중치우제
음력 8월 15일로, 우리나라의 추석에 해당하는 중치우제(中秋節)는 2008년 공휴일로 지정된 이래 춘제 다음가는 중요한 전통 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밝고 맑은 빛을 띠는 둥근 보름달을 단결과 화목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에 '퇀위안제(團圓節)'라고도 한다. 중치우제 날에는 달맞이를 하는데, 이는 달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고대 풍속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달에는 두꺼비가 살고 있다고 여겼는데, 여기에는 달의 여신이라 불리는 항아(姮娥)2)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중치우제 때 날이 좋으면 온 가족이 달빛 아래 둘러앉아 웨빙(月餠)과 각종 과일을 먹으면서 둥근 달을 감상하거나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웨빙은 밀가루, 기름, 설탕 등으로 만든 피에 달걀노른자, 과일 등의 소가 들어간 둥글납작하게 생긴 빵이다. 둥근 모양은 보름달과 가족의 단란함을 상징한다.
6. 뉘제(婦女節)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경기침체로 허덕이던 미국의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이 1908년 3월 8일 거리시위를 벌인 데서 유래한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중국에서도 이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해, 전국의 직장 여성들이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는 쉬도록 하였다. 국가적으로 각종 기념행사를 벌여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직장에서는 모범적인 여성직원에게 선물을 주거나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가정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위해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감사의 편지와 함께 꽃을 선물한다.
7. 라오둥제(勞動節)
5월 1일이며 세계 노동자의 날과 같은 날이다. 중국 최초의 노동자의 날 행사는 1918년 상하이(上海),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 등지에서 당시 혁명적 지식인들이 '메이데이(May Day)'를 소개하는 전단을 뿌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노동자를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라오둥제를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일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해마다 모범노동자를 선발하여 이날을 기념하고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한다.
중국 정부에서는 1999년부터 '황금연휴제(黃金周)'3)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라오둥제 휴가 기간을 길게는 7일로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개혁개방이래 소비수준이 향상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게되었다. 이 때문에 라오둥제가 다가오면 중국 전 지역은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떠들썩해 진다.
8. 칭녠제
칭녠제(靑年節)는 5월 4일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5·4운동'4)을 기념하고 학생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5·4운동은 1919년 베이징(北京) 텐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수천 명의 학생이 정부의 매국적인 대일 외교정책과 산둥(山東)반도의 이권을 일본에 넘겨준다는 조약이 있는 파리강화회의 결과에 반대하여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날, 각종 기념행사가 거행되며 학생들은 오전 수업만 한다. 중국에서 청년은 만 14세 이상부터 만 28세 사이의 남녀를 가리킨다.
9. 얼퉁제
중국의 얼퉁제(兒童節)는 세계 아동의 날과 같은 6월 1일이다. 중국에서 얼퉁제는 1931년에 처음제정되었고 타이완(臺灣)과 마찬가지로 4월 4일이었다. 그 후 1949년 국제민주여성연합회가 모스크바에서 거행한 회의에서 6월 1일을 세계 아동의 날로 제정하자 중국은 바로 다음 해부터 이를 따르고 있다.
현재 얼퉁제는 법정 공휴일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어린이날과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아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오락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얼퉁제 행사를 치른 후 집으로 돌아온다. 가정에서는 자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10. 젠쥔제
젠쥔제(建軍節)는 8월 1일로 '중국 인민해방군(中國人民解放軍)' 창군 기념일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신(前身)은 '중국 노동자 농민 혁명군 제4군(中國工農革命軍第4軍)'이다. 이후 중국공농홍군(中國工農紅軍)으로 개명한 이 부대는 난창南昌에서 봉기한 무장 세력과 징강산(井岡山) 지역의 농민 봉기군이 합류하면서 조직된 것이었다.
1927년 8월 1일 시작되었던 난창 봉기를 지도한 사람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주더(朱德), 허룽(賀龍) 등이었으며, 징강산 지역의 농민 봉기군을 지도하던 사람은 마오쩌둥(毛澤東)이었다. 1933년 공산당은 난창 무장봉기를 일으킨 8월 1일을 기념하여 이날을 창군의 날로 제정하였다.
젠쥔제에는 각 부대 단위 별로 열병식(閱兵式)이 거행되며, 첨단무기로 무장한 군사들의 행진과 특수부대의 실전무술 시범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날은 각종 단체나 기업에서 군인들을 위해 위문공연을 준비하거나, 선물이나 축하 카드를 보내는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11. 궈칭제
궈칭제(國慶節)는 10월 1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 기념일이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 창당된 이래 반제반봉건의 구호 아래 안으로는 국민당, 밖으로는 일본과 맞서 기나긴 투쟁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국민당 세력을 타이완으로 패퇴시키고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었음을 선포하였다. 그 후 매년 이날에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톈안먼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의 열병식이 거행되었다. 최첨단 무기들이 총동원되었으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행진이 펼쳐져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하였다.
[참고] 솽스제(雙十節)
타이완의 건국 기념일은 10월 10일이다. '十' 자가 두 번 겹친다 하여 '솽스제'라고 한다. 1911년 10월 10일 후베이성(湖北省) 우창(武昌)에서 신군(新軍) 내 혁명파를 중심으로 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우창 봉기는 청나라를 붕괴시켜 2,000년 넘게 지속했던 봉건 왕조를 종결시킨 신해혁명의 발단이 되었다. 신해혁명의 결과 1912년 1월 중국 역사상 최초의 공화제 국가인 중화민국이 성립되었다. 타이완에서는 신해혁명의 발단이 된 우창 봉기를 기념하여 10월 10일을 건국 기념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