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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란 시간이 또 지났다. 세월의 흐름 속도는 나이 만큼에 비례한다고 하던가? 작년 5월에 제주에서 1년 후는 항도 부산에서 만난다는 약속을 하며 헤어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년이 지난 것이다. 5월 23일 늦은 7시, 영원한 503 동지(강원도 철원 소재 포병부대 근무)들은 서울(경기, 경북)에서 3명을 비롯하여 충주 1명, 전주 1명, 부산 1명, 제주 1명, 그리고 초대손님 1명(운봉산악회 정태욱 님) 등 모두 8명은 철원의 추억을 반추하기 위해 부산역(광안리해수욕장 부근 C음심적으로 이동)에 모여 들었다. 돌이켜보니 정기 모임만도 9번째(2000-2001 서울, 2002 제주, 2003 부산, 2004 철원, 2005 운천. 2006 전주, 2007 제주)가 되는 날이다. 삶의 바쁨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그 머나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무엇이 이들을 부산으로 모여들게 했을까? 젊은 청년장교 시절의 기백과 정열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았다. 이들이 만날 때면 언제나 약속이나 한 듯 얘기 보따리는 시공을 넘나들며 1974-77년도에 근무했던 철원이 중추 구실을 하게 된다. 그 언젠가 만남에선 '군대 얘기를 하면 벌금으로 1만원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했지만, '이것은 군대 얘기가 아니고 철원 얘기'라고 극구 부인하면서 '군대 얘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가는 데는 더 이상의 제지가 필요 없게 된다. 2008의 만남에서도 지난 1년 동안의 생활에 대한 안부와 덕담들이 오고가는 '축배!'가 끝나자마자 기억의 저편 군 생활의 편린들이 하나둘씩 새록새록 솟아나기 시작하면서 나이도 세월도 모두 잊어버렸다. 이 만남에 활력을 준 게 2005년부터 시작된 산행이라 생각된다. '이틀 동안 끝도 시작도 없이 이어지는 군 생활의 되돌림도 좋지만 산을 오르내리면서 군대 얘기를 하면 1석 3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그 누군가의 제안에 2005년에 운천-명성산, 2006년에 전주-내장산, 2007년에 제주-한라산으로 이어지면서 금년도에는 부산-천성산 산행이 계획되었다. 3차까지의 발걸음은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이튿날 07시 산행 출발이란 약속을 어긴 이들은 없었다. - 2명은 사적인 일 때문에 부득이 06시 경에 귀향 -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경남-부산 지역에 50mm 비가 예보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창문을 열고보니 세찬 빗줄기가 뿌려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 산행을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침식사를 하면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K복국집에서 식사가 마쳐질 즈음에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졌다. 빗속에 천성산(양산)을 산행한다는 것은 무리라 판단하고 대신에 금정산을 오르기로 최종 결정했다. 10시 부산어린이대공원 정문을 출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산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지만 산행 2시간 30분 동안 는개(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좀 가는 비) 정도여서 별 탈 없이 만덕고개(1965년 개통) 입구에 이를 수 있었다. 계획된 코스의 완답자는 3명, 고개 입구 간이천막업소에서 막걸리를 들면서 쉴 즈음 빗방울은 폭우성으로 돌변하여 더 이상의 산행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일 때문에 사무실로 간 동료에게 차량 지원을 요청했고, 동래온천에서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고나서 동래파전을 곁들인 점심을 들고 부산 관광(광안대교-대변항-달맞이고개-해운대-동백섬 등)으로 2008 만남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금정산 어느 자락에 내걸린 '여유로운 하루를 자연과 함께'란 글귀가 생각난다. 여유는 찾기 나름일 터이고, 자연은 누리기 나름 아닌가? 내년에는 충주(속리산 또는 월악산)에서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1년 후의 모습은? 아니 1년 후의 상황은? 내년의 만남을 기약하며 하루하루 생활 속에 여유를 찾는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2008. 05. 25.) |
출처 ; 제주일보 2008. 06.05 (목) 독자사랑방 사는이야기 작성자 김승태
첫댓글 어느 새 부산까지 날아갔네요 / 졸필이지만 그저 기억대로 몇 자 끄적거림은 먼 훗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