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21구간 2006. 03. 10 (금) 맑음 백두산악회 7명 *오도재(겸백고개)(09:20)-파청치(10:10)-방장산(10:45)-주월산(11:50~12:20)-무남이재(12:55)-모암재(14:40)-존재산철조망(15:20)-존제산외측군도(16:00)-백림농장(17:00)-주랫재(17:25) *도상거리:16.8 Km 주행거리(425.4 Km)
이번 구간은 호남정맥의 난코스인 존재산이 존재하고 있어 여러 님들과 같이하기에는 진행상 민폐가 많을 것 같아 밀담 끝에 골수 꾼들만이 구간종주를 하고 차후의 조계산구간을 안내산행과 겸하기로 한다. 출입금지구역인 존재산은 우회하여 건너뛰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원활한 이동을 위해 승용차 2대로 출발하기로 했는데 막상 출발일 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7명의 꾼들이 함께하여 보성에서 산행목적지인 주랫재에 차량을 1대 주차하고 한 차에 합승하여 출발지인 오도재에 도착하니 이동하는데 만도 2시간 30분을 할당해 버렸다. 경칩을 지나면서부터 완연한 봄으로 돌아선 날씨 탓에 자욱한 안개가 깔린 초입은 미지로 들어선 설레임과 함께 단독종주로 호남정맥을 완주하신 조헌균님의 참여로 숙제로 남았을지 모를 존재산의 통과를 결정지어 정식 마루금은 아니라도 발걸음만은 정맥길을 고스란히 밟을 수 있어 활기까지 넘친다. 아직은 춘삼월이라 아침의 기온은 냉기를 품고 있어 옷을 껴입은 채로 오도재에서 170여 미터를 곧바로 치고 올라 335.5봉에 올라서니 거친 호흡과 함께 옷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잠시의 쉼을 가진 후 진행방향을 좌로 꺾어 2번 국도와 방향을 나란히 한다. 언제부터인가 말끔히 정리된 등로에 자연스레 익숙해진 님들은 가시덤불 속을 헤치며 육두문자를 날리던 때를 잊고 정면으로 여과 없이 쏟아져 들어온 햇살에 나무그늘이 없음만을 탓하고 있다. 845번 국도의 오도재에서 마루금의 335.5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올라서는 소롯길은 초반에 유독히도 힘들어하는 자이툰이 알아챌세라 살그머니 빠져 나오고 아직은 뭇사람의 때를 타지 않아서 독야청청 푸르름을 유지하며 천연의 정원으로 바꾸어버린 춘란과 편백숲에 넋이 빠져있다 널따란 흙빛을 대하는데 이곳이 득량면에서 방장산으로 올라서는 파청치이다.. 주월산 등산로 안내도 옆의 이정표방향으로 이어진 방장산까지 오름길은 차량통행이 가능해 산책로를 걷듯 여유롭게 이어지다 된비알로 바뀌어 덕산리 방향으로 이름도 요상한 쑤시냉이골을 가리키고 있는 이정표의 호동재을 대한다. 수온주는 어느덧 16도까지 올라 더위까지 한몫을 단단히 하여 헬기장에서 더는 못가고 쉼을 하는데 한껏 부풀어진 땅을 비집고 도토리의 머리를 그대로 뒤집어쓴 채 세상에 나온 새싹의 생명력에 힘을 얻어 철쭉 군락지를 비스듬히 올라 정상석 한 켠으로 체육시설이 설치된 방장산을 밟는다. 흐리기는 하지만 답답함을 말끔히 씻어내는 고흥뜰의 시원한 풍광과 안개로 인하여 경계지점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고흥만은 힘듬까지도 몰아가고 더불어 그늘을 파고들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목의 컬컬함 마저도 알콜로 날려버린다. 불이난 흔적 모양 몬당이 시커멓게 들어난 주월산까지 이어진 순탄한 능선길은 잡목이 파고 들었다고는 하지만 널따랗게 이어져 진행은 무척 순조로우나 높아진 기온으로 더위에 갈증이 심한다. 그나마 지열이 덜해 다행이랄까~. 아드리재,배거리재등 허풍이 심한 지명들이 나오자 널븐이마님의 전설따라 삼천리가 이어지고 구전동화에 심취해 발길은 어느듯 주월산 활공장에 이른다. 마루금 하나를 완전히 민둥산 이로 만들어 버렸지만 활공장답게 시원한 바람과 오찬을 위한 원탁까지 마련되어 있어 권여사님이 준비한 돼야지 발이 진가를 발휘한다.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 양지바른 곳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배는 뽈록해지고 눈꺼풀은 무거워져 오뉴월 강아지모양 축 늘어져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다. 더구나 요즘 들어 난조를 보이시는 권여사님을 비롯하여 여인네들이 합심하여 권커니 받거니 했으니 그 즐거움의 자리는 고스란히 거친 숨소리가 어어 받는다. 정상석을 대신한 평편한 대리석이 자리한 능선에 올라보니 존재산이 맹수가 먹이를 기다리는 것 마냥 아득하게 앉아있어 거리감과 함께 묘한 두려움이 느껴지고 겸백면 수남리에서 여기까지 이어진 임도가 올라오고 있는 모습 사이로 잘록한 모암재의 형체가 비춰진다. 정맥길은 내처 이임도를 따라도 모암재까지 도착하는 데는 별무리가 없으나 바람막이 비늘하우스와 간이 화장실이 있는 임도로 잠시 내려섰다가 좌우로 등산로안내 밧줄이 쳐진 마루금을 따라 다시금 올라 정맥길을 이어간다. 몇 발자국 내딛지 않아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부터 뱀이 활동을 하는데 유독히도 싫어하는 권여사님 때문에 말도 못 꺼내보고 식후의 부담감을 줄여주는 정돈된 철쭉군락의 푹신한 내림길 쭉 내려서다 삭아버린 철조망이 있는 안부에서 잠깐 임도와 조우하듯 하더니 오름길로 돌아서서 경직된 다리를 푼 후 모암재로 다시금 내려선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스런 바람에 노곤함을 날리고 오름길로 돌아선 길은 싹을 틔우고 잎을 피워 성장하며 어떠한 악조건하에서도 종족 번식을 하는 자연의 경이로운 순리를 거슬릴 수 없듯이 포만감에 젖어 있던 육체에 심각한 경고를 가한다. 자이툰의 아이고 소리는 높아지고 회장님은 거기에 덩달아 박자를 맞춰 어르고 달래어 초암산갈림길인 광대코에 올라 겨우 한시름 놓는다. 쭉 같이하던 길안내 밧줄도 초암산 갈림길인 여기까지이고 이후는 부드러운 듯 갈색의 철쭉평온이 펼쳐진다. 언제나처럼 마음을 짓누르는 존재산은 더욱 가까워지고 막연한 두려움을 삭혀 보려고 공허한 몸짓으로 두 손을 흔들어 혹여 바라보고 있을 초병들을 향한 괜한 몸부림을 해본다. 정맥의 나타함에 대한 재무장이라도 시켜려하는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듯한 철쭉군락지는 온몸에 생채기를 내고 눈마저도 못뜰정도로 우거져 침입자들을 강하게 막고있다. 한철의 화려한 꽃을 보기 위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하여 가지를 분질러 가며 갈 길을 헤쳐나가지만 군락을 이뤄 지네들만의 영토를 확고이한 군집력에는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반팔을 입어 한때는 그 탁월한 안목에 찬사를 보냈던 널븐이마님도 당당했던 모습은 없고 양팔에 붉은 생채기를 남긴 채 두 팔을 들고 포로가 된지 오래다. 지독한 철쭉군락지는 고흥지맥이 시작되는 봉우리를 기점으로 잠시 뜸해지고 부드러움의 상징인 억새군락이 이어진 가 싶더니 다시금 잡목에 파묻히고 그 틈에서도 영지를 한송이 채취한 혜숙님은 왠지 우리와는 동떨어진 사람으로 비춰진다 나를 알고 적을 알라고 했던가? 차츰 잡목이 키 아래로 낮아져 존재산을 기점으로 온통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군 시설물을 피해 산허리를 가로질러 적진을 침투하는 루트를 이리저리 그어보고 모암재로 내려선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선암리와 옥전리를 잇는 비포장의 널따란 모암재에는 진행했던 방향으로 산불방지출입금지 안내판만이 있고 존재산 방향에는 출입금지대신 선답자 들의 리본들만이 형형색색으로 걸려있다. 철쭉과 잡목을 헤쳐 나오느라 초연의 힘을 발휘했던 자이툰은 막상 적진을 앞에 두고는 전의를 상실하여 항복의사를 표하나 한 팀이 된 이상 임전무퇴다. 혜숙님의 다독거림에 마지못해 뒤를 따르기는 하지만 여전히 힘듦을 담고 있는 모습에 안쓰러움 또한 있으나 목적이 있으니 어이하랴, 살금 살금 접근한 존재산오름길은 부비추랩 마냥 온통 철쭉이 차지하고 있어 자연스레 낮은 포폭으로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 그대로다. 구멍이 뚫린 녹슨 철조망 앞에 출입금지 경고판이 버티고 있어 선답자들의 발자취를 찾아보니 철조망 안쪽이다. 경고문구를 무시하고 족적을 따라올라 2차 경고판이 있는 철조망을 넘어서니 더 이상 전진의 흔적은 없고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방공호를 따라가다 산 아래로 흘러버린다. 또다시 엉기성기 엮여있는 철쭉의 나뭇가지를 풀어헤치며 희미한 족적을 따라 계곡을 건너 묵힌 군사도로에 당도한다. 여전히 순진함에 쐐기를 콕콕 박는 경고판에 군로를 따라 공군부대의 진입로인 능선마루까지 올라서서야 겨우 한시름 놓고 타는 목을 적신다. 앞에는 여전히 군시설과 통신탑이 있어 마음을 못 놓게 하지만 선답자였던 조헌균님의 뒤를 따른다. 통신시설로 인하여 또다시 마름금을 우회하여 휘어도는 도로를 따르다 보니 시간은 흘러만 가 백림목장 입구를 지나서 초입에 바리케이드와 함께 등산객 절대출입금지와 군사통제구역이란 경고판과 벌교읍과 주암면을 잇는 15번 국도의 석거리재를 끝으로 마음 졸인 산행을 끝으로 밀렸던 숙제를 풀었다.
--후기-- 정맥을 계속적으로 이어나가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오나 출입금지구역인 존재산때문에 여러님들은 모시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불가피하게 코스를 한구간 끼어넣어 다녀왔습니다. 긴급편성한 정맥길이였는데도 조헌균님을 비롯하여 혜숙님,자이툰님등이 참석하여 인원만은 여느때와 다름 없었습니다. 삼신님 또한 급작스런 휴가를 내어 참석하려다 못했는데 죄송해요~~~ 오도재에서 모암재까지의 등로는 보성군에서 힘께나 썼는지 등로를 잘 다듬어 놓아 무척이나 편했으며 등로주위는 춘란 천지였습니다. 무척이나 올라버린 기온으로 벌써부터 한여름에 중턱에 들어선것 마냥 땀이 흘러 땀이 마를라치면 얼굴에서 소금가루가 굴러 다녔지만 방장산을 지나 주월산 활공장의 원탁에 둘러 앉아 족발에 고랑주,홍주,소주등이 곁들어진 오찬은 호강에 겨웠습니다. 물론 그 댓가는 오름길에서 톡톡히 치뤘지만서두....., 모암재넘어 초암산갈림길인 광대코에서 부터 존재산를 지나 정맥이 끝나는 주렛재까지는 긴장을 한시도 못 늦추었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철쭉군락은 사람을 잡고 늘어지고 온몸에 생채기를 내고 거시기를 유린했습니다. 아마도 개발만 된다면 일림산에 버금갈 정도로 빼곡했으니까요. 존재산은 우려와는 달리 선답자이신 조헌균님 덕분에 무사이 빠져 나왔던것 같습니다. 존재산을 넘어서는 방송탑때문에 여전히 군도를 따라 등산객 절대 출입금지 경고판이 버티고 있는 주렛재까지 내려섰는데 영원히 숙제로 남을뻔한 존재산구간을 이어 마음만은 뿌듯했습니다. 차량을 제공하여 주신 회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합심하여 이룬 자축의 시간을 보성의 명물인 고막정식으로 모처럼 거하게 했는데 좋은 추억으로 남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