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5권
53. 불설청신사아이선지부자경(佛說淸信士阿夷扇持父子經), 청신사와 아들의 불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어느 한 청신사(淸信士)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지혜와 변재가 있고 있는 곳마다 그곳에서 흥하며 두루하지 않는 곳이 없었고 스스로를 확고히 해서 게으르지 않고 맺고 끊는 것이 분명했다. 또 가업(家業)인 장사에서 이익을 내는 일에도 밝아서 재물을 많이 모았다.
부모를 공양하고 부처님 위신력의 보호를 받아 여러 하늘이 늘 지켜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은 그렇지 않아 그를 사랑하지 않고 항상 증오심을 갖고 그를 보았다.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자주 매를 맞기도 하여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다른 나라로 도망쳤다.
다른 나라에서 장사를 하면서 방편을 잘 쓰고 계략을 짜내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아 재물과 보배를 많이 모았다.
청신사가 아들이 재물과 보배를 많이 모았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까지 사람을 보내어 아들을 돌아오도록 하였으나 그 아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청신사는 다시 사람을 보내어아들이 오지 못하면 재물이라도 보내라고 은근히 일러주도록 하였으나 도무지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들은 대답하였다.
‘아버지께서 나를 너무 힘들게 하신 것은 다시금 헤아릴 수조차 없다.
나에게 사람을 보내어도 갈 마음이 나지도 않는다. 또한 스스로 가기도 어렵다.’
그때 청신사는 비구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호소하였다.
‘제 아들이 병이 있어서 부모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청신사는 이번 세상에서만 아들과 불화(不和)한 것이 아니니라. 전세에서도 또한 그러했느니라. 복덕이 특히 뛰어났으며 그 지어 행하는 것에 거스르거나 실수하는 것이 없었는데도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느니라.”
비구들이 또한 그 아들을 보니 지혜가 특히 뛰어나며 덕이 많은데도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얻을 생각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아이선지(阿夷扇持)라고 하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큰 원숭이[獼猴]의 조련사였다.
큰 원숭이에게 거동하는 법칙과 웃기는 기술을 가르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들을 기쁘게 하였다. 이 기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큰 원숭이를 모두 좋아하였고 멀고 가까운 데서 모두 와서 그 기술을 보았다. 그 은혜를 입어 재물의 이익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 아이선지는 늘 큰 원숭이로 인해서 많은 재물을 얻게 되었음에도 큰 원숭이를 때리고 치고 밟았다. 그 사람은 다른 날에 그 큰 원숭이를 데리고 성 안에 들어가 기둥에 묶어놓고 심하게 때리면서 욕을 하고 상처를 내었다.
그때 큰 원숭이는 몰래 그곳을 빠져나와 산으로 도망가 버렸다. 한가롭게 홀로 머물 던 곳 근처에는 선인이 있었는데 그를 의지하여 머물면서 과일과 열매를 따서 그 선인에게 공양하고 자기도 먹었다.
아이 선지는 큰 원숭이가 도망하여 그 한가한 산중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사람을 보내서 오라고 불렀으나 큰 원숭이는 듣지 않았다.
멀리서 대답했다.
‘나는 지금도전에 나에게 심하게 대했던 것을 내내 생각하고 있소. 그 숱한 아픔이란 헤아릴 수 없다오. 예전의 나의 아버지는 잘못이 없었는데도 나에게 심하게 하고 욕을 하였소. 그리하여 도망해서 이 산 속으로 들어온 것이오.’
아이선지는 즉시 자신이 직접 가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였으나 큰 원숭이는 말없이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선인이 대답하였다.
‘원래대로 놔두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러자 선인에게 대답했다.
‘내가 데려 가겠소.’
선인이 대답했다.
‘강제로 데려가느니 조금씩 권유한 연후에 데려가시오. 강제로 데려가려 하여도 그를 잡을 수 없을 것이오.’
그 사람이 대답했다.
‘만약 방편을 써서 강제로 데려가려면 가려고 하지 않을 테니 내가 계략을 써 보겠소.’
그리고는 즉시 게송을 지어 노래하였다.
현명하고 부드러우며 착한 아들이여
사슴이 그늘을 취한 것과 같구나.
나뭇가지에 내려오면
배고프고 목말라 죽지 않으리.
이때 큰 원숭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서로 화목하지 않은 것이 나를 살렸도다.
내 스스로 당신의 생각과 성격을 아는데
어디서 보고 들어
큰원숭이가 현명하고 부드럽다고 하는가?
내가 여러 방면에 이르렀지만
아직 중도의 생각을 갖지 못했나니
만일 잘못된 것이 있다면
끝내 내 생각을 제어하지 못하리.
나는 지금도 생각하네.
그대 아이선지가
나를 성으로 데려가
기둥에 잡아매고 괴롭힌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하네.
때리면서 나를 괴롭힌 것을
나는 이미 자재함을 얻었으니
그대가 괴롭히는 데에 가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아이선지의 아이[獼猴]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으냐? 지금의 청신사의 아들이니라.
청신사는 지금의 아버지이고, 그 선인은 나였느니라. 이와 같이 구족하게 분별하여 설해 주었노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