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올해 초 사제 서품을 받고 본당에 부임한 보좌 신부님께 선물 받은 책이다. 신부님은 육아를 경험한 적도 앞으로 경험할 일도 전혀 없겠지만 엄마와 부모 됨의 감정을 이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며 추천의 말을 대신했다.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을 단 성당 주일학교 모든 자모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이 책을 전해 주셨다.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덕분에 중년에 주말 부부가 된 지 3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고3 수험생 딸과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중2 아들의 독박 육아를 맡고 있다.
남지민 작 '대구출판지원센터' 직장생활과 엄마로서의 미친 책임감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가 여러 번이지만 이런 현실이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즈음에 만난 『엄마의 독서』는 내가 양육할 때 겪었던, 지금도 겪고 있는 오류와 번민을 소환했다.
'엄마의 독서'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이렇게 하면 좋더라는 것 등을 말의 홍수를 쏟아내지 않는다. 엄마이지만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독서를 통해 먼저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여성으로서 사회에 발을 디딜 때부터, 결혼, 출산, 육아 등 인생의 전환기 때마다 부딪치는 문제와 화두를 독서를 통해 해결하고 위로를 받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책은 때로는 도피처가, 때로는 친구가, 때로는 심오한 가르침을 던져주는 선생님이 되어 살얼음 같은 일상에 동행해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바로 서기 위한 성장통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통해 해결했고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한 뼘 더 성장했음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개성의 탄생' 댄 뉴하스의 '부모의 자존감' 등의 책을 통해 모성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맞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에서 민주적인 엄마의 신화, 강박관념을 벗어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태형의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를 통해서는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의지로 자기 시간을 채워나가는 법을 조금씩 익히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기도 한다.
'팬티 바르게 개는 법', '아동의 탄생', '에밀'을 통해 아이들이 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는 자립적인 삶에 관심을 두게 된다.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이를 한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엄마라는 이름 대신, 한 인간으로 바로서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이 작가의 독서 이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며 좋은 엄마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 정아은은 2013년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고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어릴 때 전업주부로 살았던 나는 사회의 비주류가 될까봐, 도태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동화책부터 책 속의 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경력 단절녀, 전업주부에서 다시 사회에 편입하기까지 그 글 밥의 힘은 컸다. 내가 먹은 책의 글 밥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자 나를 위로하는 비상구였지만 결국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엄마가 꼬꼬독 하면 집 안이 흥한다'는 말은 항상 정답이다.
남지민(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