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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농사 내다보기 [占豊]
12.1. 『사시찬요초』의 방법
〖찬요〗 정월 초하루 아침에 사면에 누런 기운이 있으면 사방에 두루 풍년이 들고,
푸른기운이 있으면 메뚜기 피해가 생기며,
붉은 기운이 있으면 가뭄이 들고, 검은 기운이 있으면 물난리가 난다.
바람도 음기 없이 따뜻하다면 열 배로 풍년이 들지만, 봄 가뭄이 있다 .
입춘일 닭이 울 때에 동북방 위쪽[艮上]에 누런 기운이 있으면, 콩 농사가 좋다.
봄여름에걸쳐 세 번 비가 내리면 동남동[辰]에서 벌레가 생기고,
다시 세 차례 비가 내리면 남남서[未]에서 벌레가 죽는 것은 모든 채소와 모든 과일이 다 똑같다.
입춘 뒤 처음 돌아오는 갑자일甲子日[春上甲]에 비가 내리면 흉년으로
천리가 헐벗은 땅이 된다. 입하 뒤 처음 드는 갑자일[夏上甲]에 비가 내리면 홍수가 져서
배를 타고 시장으로 나들이 간다.
입추 뒤 첫 갑자일[秋上甲]에 비가 내리면 물난리로 채 베지 못한 벼에서
머리에 뿔이 나듯 새싹이 돋는다.
입동 지나 처음 드는 갑자일에 비가 내리면 소와 양이얼어 죽는다.
입춘이 갑자일에 들면 바람이 많고, 경자일에 들면 난이 일며,
무자일에 들면 흉작이 되고, 병자일에 들면 가뭄이 든다.
만일 임자일에 잇따르는 비를 만난다면, 하늘을 믿을 수없으니,
정월 상순上旬 안에 같은 식으로 본다.【정월 초하루를 말하는 것이다.
일설에는 무자일에 들면 메뚜기 피해가 있고 경자일에 들면 건조하다고 한다】 .
음양陰陽이 먼저 하나의 기氣로 조화造化함은 모두 하늘에서 말미암는 것이므로
입춘일을 봐야 한다. 입춘이 갑일甲日과 을일乙日이면 풍년이 들고,
병일丙日과 정일丁日이면큰 가뭄을 만난다.
무일戊日과 기일己日에 들면 밭에 손상을 입고, 경일庚日과 신일辛日이면
사람들이 고요히 있지 않으며, 임일壬日과 계일癸日에 들면 내에 물이 가득하다.
2월 초하룻날 비가 내리면 그해 벼가 나쁘고 곡식이 귀해지며, 2월 초하루에 경칩驚蟄이
들면 메뚜기 피해가 생기고, 춘분이 들면 흉년이 든다. 초하루에 처음으로 천둥이 치면 그
해 풍작을 이루고, 번개[震]가 치면 곡식이 많이 열리며, 남서쪽 방향[坤]에서 치면 비가
많이 온다. 초하루가 갑자일이고 천둥이 치면 오곡이 풍요롭게 여문다.
춘분일春分日에 흐려서 해가 보이지 않으면 윗길이고, 해가 뜰 때 정동 쪽에 푸른 구름의
기운이 있으면 보리농사가 좋고, 그해 크게 풍작을 이루니, 올벼를 갈아야 한다.
3월 초하루에 비바람이 불면 백성들에게 질병이 많고, 초하루에 곡우가 들면 천둥번개가
많으면서 혹 가물 수 있다. 삼월 삼짇날에 하늘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누에들이 좋아한다.
4월 초하루에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오면 콩 농사가 좋고, 남쪽에서 불어오면 기장 농사가
좋으며,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불면 오곡이 한껏 익는다. 그믐과 초하루에 큰비가 오면
메뚜기 피해가 크게 난다. 경진일庚辰日과 신사일辛巳日에 큰비가 오면 벌레가 크게 나
고, 적은 비가 오면 벌레가 적게 난다. 초이튿날 비가 오면 큰 가뭄이 들어 오곡이 자라지
않고, 초사흗날 비가 오면 약간의 가뭄이 든다. 초여드렛날 약간의 비가 내리는 것은 괜찮
지만, 만일 큰비가 와서 큰 물결이 위 아래로 일렁이면 온통 가련한 처지가 될 것이다. 입
하일立夏日 오전 10시[禺中時]에 동남풍이 불어오고,
동남쪽에 푸른 기운·누런 기운·붉은 기운이 있으면 대풍이 들며, 찰기장[?黍]이 특히 좋다.
5월 초하루에 바람이 동에서 불어오면 한나절만으로 곡식이 여문다. 첫 용날[上辰日]과
첫 뱀날[上巳日]에 비가 오면 메뚜기가 빗길을 따라와서 벼를 심하게 먹어치우니, 그 증
험한 바가 귀신처럼 들어맞는다. 하지일夏至日에 바람이 남쪽[离方]으로부터 불어오면
그해에 한껏 여물고, 맑고 구름이 없으면 날이 가문다.
6월 비바람으로 치는 점은 4월과 같다. 6월에는 흙을 일구지 마라.
이 달에 월식이 있으면가뭄이 든다.
7월 입추일立秋日에 바람이 남서쪽[坤方]에서 불어오면 풍년이 된다. 서쪽[兌方]에서 불
어오면 가을에 비가 오고, 남쪽[离方]에서 불면 가물며, 북서쪽[乾方]에서 불어오면 큰비
가 내리고 몹시 추워서 곡식이 상한다.
8월 초하룻날에 흐리고 비가 오면 그해 크게 여문다. 초하루와 그믐날 큰바람이 불면 봄
에 가물고, 여름에 비가 온다.【 이 달에 뒤와 같이 다음해 점을 친다】.
추분일秋分日에 바람이 북서쪽[乾方]에서 동남쪽[巽方]으로 불면 이듬해큰바람이 불고,
북쪽[坎方]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혹독하게 춥다.
9월 초하룻날에 비바람이 치면 여름에 물이 많다.
10월 초하룻날에 비바람이 치면 여름에 물이 많고, 그믐날에 비가 내리면 보리에 좋다. 입
동立冬에 바람이 서북쪽에서 불어오면 오곡이 익고, 동남쪽에서 불어오면 여름이 가물다.
11월 초하룻날에 바람이 불면 보리가 좋고, 그믐날에 비바람이 치면 봄에 가뭄이 있으며,
이 달 안에 무지개가 보이면 콩이 좋다. 동짓날 한밤중에 하늘이 맑으면 만물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 바람이 많고 찬바람이 북쪽[子方]에서 불면 풍년이 들고, 서북쪽에서 불어
오면 벼이삭이 상하며, 서쪽[酉方]에서 불면 가을에 비가 많이 내리고, 서북쪽에서 불면
여름에 가문 날이 많다. 이날 오곡의 종자를 시험해본다【이. 방법은 이미 위에서 보였다】.
12월 초하룻날과 그믐날에 비바람이 불면 봄이 가물다. 나머지 점은10 월과 같다.
【나의 견해】 위의 열두 달 초하루 점은 비록 『사시찬요초』에 나온 것이지만, 그러하다고
믿을 만한 것인지 모두 다 실험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일 년 동안 초하루마다 기
록해두고 살피어 고쳐간다면, 대체로 증험이 가능하다. 진실로 농사의 이치에 정통하지
않더라도, 직접 체험을 통해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 점을 이해할
것이다. 일찍이 이웃에 김씨 성을 가진 이가 살았는데, 본래 사노비로 태어났다가 나중에
양인으로 풀린[以私賤從良] 사람이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인물이었지만 능히 농
사를 업으로 하여 넉넉하게 살았으니, 매년 농사를 지을 때마다 온갖 곡식이 무성히 자라
풍작을 이루지 않은 해가 없었다. 하도 신기한 생각이 들어서, 그 사람이 각종 곡식을 갈
아서 심는 날마다 그 날짜를 살펴보니, 모두가 각종 곡식이 저마다 심기에 적당한 길일들
이었다. 그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각종 곡식들의 씨앗을 붙이는 날이,
역서曆書를 보고 길한 날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심어야 마땅한 길일과 자연스럽게 맞았
던 것이다. 이로써 보건대, 이미 넉넉하게 사는 부류가 되고 보면, 마치 무슨 신의 도움이
라도 있는 듯이 보이겠지만, 길한 날의 증험이라는 것은 역시 속임수로 되는 일이 아니다.
날의 길함을 증험하는 일이 그렇게 이미 속일 수 없는 일이라면, 사계절의 점을 증험하는
일 역시 어찌 그와 같지 않겠는가
자연
41.12.2. 풍 흉을 징험하는 속간의 방법
[驗年豐歉【俗方】]
【나의 견해】 상원일上元日. 정월 대보름의 달과 2월 초엿새의 별, 2월 20일의 비로 그 해
의 풍흉을 시험하는 것은 팔도에서 통용되는 대동大同의 풍속이다. 그런데 오직 함경
도 방면[北路]만은 2월 20일에 비가 내리는 것을 흉년의 징후로 여긴다. 대개 2월 20일에
비가 내리면 봄여름 간에 비가 자주 온다고 하여 각 도에서는 모두 풍년의 징조로 여기는
것인데, 함경도의 경우 봄여름에 비가 잦은 것을 흉년의 징후로 생각하는 것이다.
상달 초하루[上朔]에 날이 맑고 온화하면 풍년의 징후이고, 비바람이 불면 흉년이 된다.
해서海西의 남대지南大池와 영남嶺南의 공검지恭儉池, 호서湖西의 합덕지合德池는
용갈이[龍耕]로 징험한다. 【정월 대보름날 밤[元夜]에 얼음이 종횡으로 갈라지는 것을
두고 이를 용이 밭을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 날 밤에는 인근의 소들이 모두 땀을 흘린다고 한다.】
호남湖南은 활나무[弓樹]에 잎이 피는 것이 이른지 늦은지를 가지고 징험으로 삼는다.
【활나무는 광주光州 남문 밖에 있으며, 둘레가 수십 아름이고 높이가 70여 자이다.
지금은 시들어서 잎이 나지 않는다】.
산골이 가까운 지역은 산의 단풍 색깔이 선명하고 하나같이 붉은지를 가지고 모두 고
르게 풍작을 이룰지를 알아내는 징험으로 삼는다. 벌판에 가까운 곳은 뽕잎의 색이 선명
하고 하나같이 노란지 여부로 고르게 풍작을 이룰 것인지 파악하는 징험으로 삼는다. 모
두 풍년이 들 징조이다. 들 가까이 있는 지역에서는 뽕잎의 색이 선명하고
황색이면 모두풍년이 들 징조이다.
정월 대보름날 밤[元夜]에 닭 울음소리가 많은지 적은지를 가지고 징험으로 삼는다. 대개
조류가 먼저 기를 얻는데, 양陽을 생성하는 기는 정월 대보름날 밤에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杜鵑花]는 약이 오른[藥] 정도로 징험을 한다. 대개 초목草木의 정영精英은 약으
로 오르며, 뚜렷하고 헤아리기 쉬운 것이 진달래꽃이므로, 그 약이 많이 올랐는지 적게 올
랐는지를 가지고 곡식 열매의 성취를 징험할 따름이다.
메꿩이 알을 품은 것이 낮은 곳이면 가물고, 높고 파삭한 곳이면 비가 많이 온다.
봄가을로 보릿짚을 태운 재가 차지고 엉겨서 뭉치면 이듬해에 보리가 풍작이다.
닭이 횟대에 새벽 일찍 오르면 흉년이 들고 저녁에 들면 풍년이 든다.
3월에 눈이 내리면 보리와 밀이 안개 속에 누렇게 병드는 일이 없다.
메꿩이 나무에 올라가면 늦게 서리가 온다.
해마다 유두일流頭日에는 반드시 우렛소리가 나니, 천둥이 일찍 치고 늦게 치는 것으로
서리가 일찍 올지 늦게 올지를 징험한다.
귀목鬼木이 일시에 잎을 틔우면, 비가 한 번 왔을 때 모내기를 마쳐야 하고, 층층이 올라
가면서 잎을 틔우면 모내기 역시 층층이 올라가며 한다.
열두 달의 초하루로 징험을 점치는 것은 이미 『사시찬요초』에 갖추어 실려 있지만, 또한
속간의 방식에서도 징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또 달을 따라 징험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이를 아래에 기록한다.
정월은 『사시찬요초』에 실린 것과 대략 같다. 【한 달 안에 세 번의 돼지날[三亥]이 들면
일찍 가물고, 세 번의 뱀날과 말날[三巳午]이 있으면 일찍 물이 난다. 일설에 이르기를 세
번의 돼지날이 있으면 여섯 번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내가 겪은 바로는] 입춘 전에 한 번의
돼지날만이 들어서 징험해보지 못했다.】
매번 상달 초하루[上朔日]를 보아서 맑고 화창하면 풍족하게 여문다.
2월 경칩에 우레가 치면 대풍이 든다.
【우렛소리가 은은히 작게 울려 화평한 것이 두루 좋다.】 춘분에 비가 내리면 병이 적다.
2월 한 달 안에 세 번의 토끼날[卯日]이 들면 녹두와
목면 농사가 좋다. 초하룻날 하늘이 맑으면 농사짓기에 좋다. 초이레와 초여드렛날 밤이
맑아도 역시 농사짓기가 좋다. 춘분 전후로 하루 동안 우레가 치면 주로 풍년이 들고,
이달 안에 서리가 내리면 가문 날이 많다.
3월 초하룻날에 비가 내리면 주로 큰 가뭄이 있고, 우레가 치면 오곡이 무르익는다.
일식이 있으면 흉년이 들고, 초사흘 삼짇날[初三上巳] 개구리 소리를 듣고 물이 풍부할지
아니면 가뭄이 들지를 점칠 수 있다.
오전에 높은 곳에서 울면 무르익고, 오후에 낮은 곳에서 울어도 잘 익는다.
우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물이 적고, 소리가 울리면 물이 많다.
초이레에 남풍이 불면 그해 날씨가 가물고, 북풍이 불고 비가 내리면 그해 풍년이 든다.
16일에 견우[黃姑]가 종자를 담그는데, 만일 서남풍이 불면 주로 크게 가문다.
4월 입하일立夏日에 동풍이 불면 병이 적고, 천둥이 치면 갑자일과 경신일에 메뚜기가
벼를 습격한다. 14일과 16일에 흐린데도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에 풍년이 들어
연중 평안하다. 소만일小滿日은 보리 생일이니 맑아야 좋다.
하지夏至 이전에 만일 지독히 더우면 반드시 큰물이 난다.
초하룻날 만일 크게 덥거나 혹은 비바람이 불면 주로 쌀이 귀해지고,
서북풍이 불어도 역시 그러하다. 초하루가 맑으면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모두 좋지만,
만일 흐리면 높은 곳은 흉년이 들고 낮은 곳이 좋다.
12일이 맑으면 이문 불리기[興利]에좋고, 13일에 비가 오면 밀이 좋지 않으며,
14일이 맑으면 주로 풍작이 든다.
16일에 비가오면 높은 곳과 낮은 곳 모두 잘 무르익고,
16일에 달이 일찍 뜨면 낮은 밭에 벼가 좋으며,
달이 늦게 뜨면 높은 밭에서 적게 거둔다. 20일에 맑고 가물면 비가 와서 물이 많고,
동남풍이 불면 가뭄이 들며, 서남풍이 불면 크게 풍작을 이루고, 서북풍이 불면 큰물이 나며,
동북풍이 불면 물이 적다. 28일에 비가 오면 좋은데, 비가 오지 않으면 그 해 가뭄이 든다.
겨울이 따뜻하고 물이 없으면 백성들은 질병이 많은데, 28일이 맑으면 겨울이 따뜻하고
얼음이 얼지 않는다. 30일에 비바람이 불면 곡식이 귀해지고, 병들어 죽는 사람이 많다.
입동立冬이 임일壬日에 들면 이듬해 높은 곳의 밭들에 흉년이 드는데, 만일 임자일壬子
日이면 봄에 인민이 얼어 죽는 일이 많다. 서북풍이 불면 그해 크게 여물고, 봄날이 맑으
면 비가 많다. 입동 전에 서리가 많이 내리면 올벼를 심는 것이 좋고, 입동 후에 서리가 많
이 내리면 늦벼가 적합하다. 이 달 안에 안개가 끼면서 물이 많고 우레가 치면 병드는 백
성들이 많다. 월식이 있으면 물고기와 소금이 귀해진다. 11월 초하룻날 비바람이 불면 병
으로 요절하는 사람이 많고, 서북풍이 불면 도적이 많으며, 큰눈이 내리면 재앙이 꼬인다.
초나흗날에 맑으면 큰 가뭄이 있고, 16일이 맑으면 백성들이 불안하며, 17일에 서북풍이
불면 쌀값이 헐하다. 22일에 비가 오지 않으면 큰 장맛비가 온다. 29일에는 비가 오는 것
이 좋은데, 비가 오지 않으면 병들어 죽는 백성이 많다. 30일에 비바람이 불면 돌아오는
봄에 비가 적고 곡식이 귀해진다. 동짓날 하늘이 흐려서 해가 빛을 내지 못하면 풍년이 들
고 백성들이 편안하며, 이 달 안에 무지개가 뜨면 물고기와 소금이 귀해진다. 12월 초하룻
날 동풍이 불면 육축에 재앙이 들고, 맑은 날이면 좋다. 상순과 중순에 눈이 내리면 그해
잘 여문다. 이 달 내에 안개가 끼면 오곡이 귀해진다. 섣달 그믐날 밤에 동북풍이 불면 그
해 잘 여물고, 청명한 날과 비오는 날이 한 달 안에 고르게 들어있고
버들눈이 푸르면 쌀값이 헐하다.
신일辛日이 몇 번 드느냐에 따라서 그 해 곡식이 실하게 여물지 쭉정이질지를 징험한다.
【이것은 농가에서 관례적으로 전해지는 속담이지만, 역시 또한 절후가 이르거나 늦음을
가지고 변별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만일 가을 절기가 너무 이른데 신일이 많이 들었다면
농가에서는 올벼 심는 데 힘써야 마땅하고,
가을절기가 너무 늦는데 신일이 많이 들었다면올벼와 늦벼가 모두 좋지 못하다.
대개 가을 절기가 너무 이르면 곡식이 절기에 맞춰 일찍 익을 수 없는데, 7월 이후가 되면
날씨가 이미 깊은 가을이므로 춥고 서늘한 기운이 만물에 두루 퍼져 있다. 만일 신일이 든
중에 비바람을 만나면 곡식의 껍질이 씌워지기도 전에 한기가 껍질 속으로 들어오게 되니,
이것이 알곡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므로 농사에 힘쓰는 집에서는 마땅히 책
력을 보고 기후를 점쳐서 올벼를 심어야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절후에 신일이 몇 번 들었
는지를 따지지 말고 일찍 해나가도록 힘쓰는 것이 마땅하다.】입추와 말복 사이에 날짜가
며칠이나 들었는지를 따져서 곡식이 잘 익을지를 징험한다. 【입추일과 말복일 사이에 날
짜가 많으면 가을 기운이 더디게 오므로 곡식도 기가 충실하여 잘 여물고, 일수가 적으면
가을 기운이 갑작스럽게 와서 곡식의 기운도 오그라들기 때문에 여물지 못한다.】
성실
13. 주자의 권농문 [朱子勸農文]
삼가 살피건대, 깊이와 절실함을 모두 상세히 갖추어 농정農政을 다룬 것으로는 예로부터
주부자朱夫子가 남강군南康軍에 있을 때 지은 권농문勸農文만 한 것이 없다. 따라서 그것
을 각 조항 별로 나열해 기록하고, 어리석으나마 나의 견해를 조금씩 붙여 놓음으로써, 중
국과 우리나라의 옛 농법과 오늘날 농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차원들을 밝혀둔다.
일반적으로 가을에 거두어들이고 나서 겨울이 닥치기 전에 반드시 곧바로 논[田]을 하
나같이 쟁기로 갈아엎어, 매끈하게 부서진 상태에서 얼도록 한다. 정월 이후에도 여러 번
에 걸쳐 때마다[節次] 쟁기질하고 써레질한 다음에 씨앗을 뿌린다. 그러면 자연히 논의
진흙이 깊이까지 익어지며, 흙살도 기름지고 두터워져서,
심은 벼는 쉬이 자라고 고인 물도 잘 마르지 않는다.
【나의 견해】 이는 가을철에 베자마자 갈아엎고 【속칭 ‘더운갈이’라고 한다.】 얼음이 풀
린 뒤에 다시 가는 방법이다. 『농사직설』에서 올벼 추수 후의 농법 조항[早稻秋收後條]을
살펴보면, 옛날과 오늘날 농법의 일반적인 차원을 알 수 있다.
봄철에 반드시 기름진 좋은 논을 골라 거름흙을 많이 사용하여 종자와 잘 섞은 다음 심어
서 모의 싹이 나게 한다. 거름흙을 만드는 일 역시 반드시 가을과 겨울에 별일이 없을 때
에 미리 먼저 흙바닥의 풀뿌리를 깎아두고, 햇볕에 말린 다음 불로 태워 재를 만든다. 이
재를 인분에 저어서 섞고, 그 안에 종자를 넣은 뒤에 흩어서 심는다.
【나의 견해】 이것은 얼음이 풀린 뒤에 밭을 갈아 다스리고 거름을 주는 방법이다. 『농사직
설』의 거름 넣는 조항[入糞條]과 같은 형식이다. 각기 풍토와 민속의 차이로 인해 농법도
같지 않은 점이 있으나, 큰 틀에서 보면 모두 거름을 만들고
더하는 방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볏모에는 잡초[稈草]도 자라니, 반드시 물을 빼서 논을 말리고, 세세히 변별해서 하나하
나 뽑아내고 진흙 속에 밟아 넣어 벼의 뿌리를 북돋는다. 논·밭두렁에 비껴나는 모초[茅
草] 종류 역시 때마다 낫으로 베고 말끔히 깎아내어, 지력을 빼앗겨서 농토에 피해가 생
기는 일이 없도록 한다. 그러면 장차 알곡이 반드시 잘 자라고 단단하게 여물 것이다.
【나의 견해】 이는 모가 처음 나서 미처 호미를 사용할 수 없을 때, 먼저 손으로 매는[手鋤]
【속간에서는 이른바 ‘도사리[도샤리]’라고 한다.】 방법이다. 풀이 밭 간에 있는 것은 한창 농
토를 다스려 삶을[治熟] 때에 흙속에 묻히는데, 볏모가 일어설 때가 되면 돌피 등도 함께 다
시 난다. 그러므로 이때에 이르러 손으로 그 풀을 제거하여 밟아서 흙속에 묻어버림으로써
벼의 뿌리를 북돋우니 이를 말하는 것이다【.‘ 도사리’는 ‘되산 풀[되산플]’이란 말이다.】
두렁의 모초를 때마다 베고 말끔하게 깎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뜻이 옳은 말이다. 두렁의
풀이 만일 무성해지면 모들의 사이에 비록 잡초가 없더라도, 지력을 두렁의 풀과 서로 나
누게 되며, 또 곡식의 기운이 자연히 풀의 기운에 곤란을 당하여 온전히 무성해지지 못한
다. 따라서 반드시 낫으로 깎아 온통 말끔하게 해서, 항시 두렁이 광이 나듯 훤하게 하여,
거칠거나 지저분한 기색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때마다 베고 깎아
내라’는 가르침이 실현되며, 또한 농사에 공을 들이자면 결국 힘을 쓰지 않는 때가 없다는
점도 알 수 있게 된다. ‘때마다’라는 것은 두렁에 풀이 점차로 자라남에 따라 그때마다 깎
아서 제거한다는 뜻이다.
산밭[山田]과 평밭[陸地]에서 조·보리·삼·콩을 심을 수 있는 곳은, 또한 본디 때에 맞
춰 있는 힘껏 갈고 심어서 지력이 닿는 데까지 힘을 다한다. 밭의 푸른빛이 누른빛으로 거
의 변해가지만, 채 바뀌지 않았을 때 이것들로 먹고 마실 거리를 이어가면
굶주림에 이르는 법이 없다.
【나의 견해】 이것이 농가農家에서 조와 보리로 햇곡식과 묵은 곡식의 사이를 이어가는
방법이다. 대개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이 채 익지 않았을 때에 농가의 식량으로
보리와 밀보다 절실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귀리와 올조는 실로 보리와 밀의 흉작에 대한 비
축이 된다. 이에 대한 나의 견해를 아래에 대략 적어두었다.
저수지[坡塘]를 이용하는 것은 농사의 근본이니, 더욱 협력해서 이를 일으키고 고쳐나가
야 한다. 만일 게을러서 때맞춰 작업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
서 하나하나 상황을 나열해 현縣에 보고하고 징계하도록 요청한다. 만일 노동력이 있는
데 광활한 곳에 사사롭게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가 어렵다면 현을 거쳐 관에 진정하여
수축하고, 현의 수령이 조치하지 않으면 즉각 군軍을 거쳐 진정을 낸다.
【나의 견해】 이것이 조가朝家가 제언堤堰을 관리하는 방법의 근본 뜻이다. 대개 물을 가
두어 놓고 관개하는 것은 농사일에서 가장 긴요하다.
그러므로 나의 견해를 아래에 대략적어두었다.
뽕과 삼은 의복의 재료로 이용되니, 들뽕[桑]과 산뽕[柘], 삼, 모시풀을 많이 심어야 한다.
여성들은 부지런히 힘을 써서 누에를 치고 길쌈을 하여 베와 비단을 짠다. 뽕나무는 가을
과 겨울마다 휘어진 곁가지가 난다. 이를 모조리 베고 꺾어서 큰 가지의 기맥氣脈이 온전
히 성하게 하면, 자연히 잎이 두텁고 크게 되어 누에를 먹이는 데 도움이 된다.
누에치는 일에 힘쓰는 것 역시 생업의 근본이다. 본 고을은 원래 들뽕과 산뽕에 적정을 기
하지 못해, 대개 민간에서는 심어도 그 요령을 알지 못했다. 지금 사람들에게 바라니, 겨
울철에는 늘 외지에 가서 뽕나무를 많이 사두었다가 심도록 하라. 그리고 땅이 적절한지
를 살펴서, 뿌리마다 한두 길씩 사이를 띄어 구멍을 깊이 파고, 거름흙을 많이 써서 심기
를 시도하라. 그것이 어느 정도 자라기를 기다려서, 자디잔 굽은 곁가지들을 제거하라. 몇
년 뒤에는 반드시 그 이익을 볼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다시 삼과 모시풀을
더 많이 심어서 의복을 만드는 데 쓴다면 추위로 얼어붙는 일을 면할 수 있다.
【나의 견해】 이것은 조가가 누에치고 뽕 심기를 권하고 가르치는 방법의 근본 뜻이다. 지
아비가 농사짓고 지어미가 길쌈하는 것은 본래 생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이 입고 먹는 일
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5무畝의 집터에 뽕을 심으라는 가르침이 경전에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서 백성을 걱정하는 성현聖賢의 도타운 뜻을 더욱 더 볼 수 있다. 심는 방법에 대해
서는 아래에 대략 나의 견해를 적어 두었다.
논농사가 진실로 생업의 근본이기는 하지만, 조·콩·삼·보리·채소·가지·토란 같
은 종류 역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만일 이들의 종자를 심는다면 논에 곡식이 익어 푸
른빛이 누렇게 되기 전에 식량을 이어 구제받을 수 있으니, 대비 없는 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 백성들에게 바라건대 다시금 널리 이들을 심도록 하라.
【나의 견해】 이것이 『사시찬요초』에서 조·삼·채소의 씨앗을 심으라고 한 근본 뜻이다.
그것은 농가에서 실로 절실하고 긴요한 것이니, 그 방도는 모두 『사시찬요초』에 갖추어져
있다. 아울러 나의 견해를 아래에 붙여둔다.
뽕나무 심기. 뽕나무는 잎이 크고 오디가 적은 것이 심을 만하고, 잎이 작고 오디가 빽빽
이 열리는 것은 심을 만하지 않다. 뽕의 오디가 푹 익어갈 때, 오디씨를 취해다가 깨끗이
씻은 다음, 햇볕에 쪼이고 건조하여 검은 기장[穄]과 섞어서 심는다. 흙을 두텁게 덮지 않
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두텁게 덮으면 나지 않으니, 심은 다음에 땔나무나 풀, 짚으로
가볍게 살짝 살짝 흩어 덮어서 햇볕을 쐬지 않을 정도로 하는 방법이 좋다.
또 하나의 방법은, 푹 익은 뽕의 오디를 취하고, 지푸라기로는 큰 새끼줄을 만든 다음 잘
익은 오디를 가져다가 쪼개서 새끼줄에 바른다. 땅을 파고 삶아서 다스리기[治熟]를 채
소밭에 하듯이 하며, 새끼를 묻고 흙을 덮는데, 덮는 작업은 땔나무를 써서 위의 방법처럼
한다. 오디를 심는 경우라 하더라도 역시 반드시 삶아서 다스리고 거름을 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자라 키가 한 자쯤 되었을 때에 이르러,
구멍을 파고 흙을 다스려서 아주 부드럽게하고, 거름을 섞어 옮겨 심는다.
인가人家에서 날마다 쓰는 것 중에서 종이가 가장 긴요하므로 마땅히 밭두렁에 닥나무를
심어야 한다. 닥나무 아래에서는 온갖 곡식이 모두 싹을 틔우고, 또 닥나무 잎은 거름으로
삼기에 적절하니, 반드시 언 땅이 풀릴 때에 닥나무 뿌리를 취해 찢어두고 밭두렁에 모종
한다. 12월이 되면 이를 베어내는데, 베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정월에 땔감을 약간 편 다
음 뿌리를 불태운다. 태우지 않으면 무성해지지 않는다. 밭두렁의 닥나무 뿌리가 있는 곳
에, 불길이 번져갈 만한 풀이 있다면, 굳이 땔감을 펼 필요는 없다.
채소는 단지 『사시찬요초』의 방법을 따르기만 해도 된다.
오목五木은 오곡五穀에 선행하는 것이다.
먼저 그 나무가 성대한지를 보아서 이듬해 그곡식을 많이 심으면 좋다.
조[禾]는 대추나무나 냇버들나무[楊]에서 난 것이고,
벼[稻]는버드나무나 냇버들나무[楊]에서 난 것이며,
보리는 살구나무[杏]에서 나고,
밀은 복숭아나무[桃]에서 났으며,
기장은 느릅나무[楡]에서 난 것이다.
콩은 홰나무[槐]에서 났고,
팥은 자두나무[李]에서 났으며,
삼은 냇버들나무나 가시나무[荊]에서 났다.
【그 해에 살구나무 열매가 많으면 보리가 벌레 먹지 않고,
복숭아가 많이 열리면 밀이 벌레 먹지 않는다.
일설에는 살구꽃이 많이 피면 콩이 좋고,
매실이 적으면 차조도 적다고한다.】
우하영의 천일록 --농가총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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