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소나무
권 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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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나무와 잣나무의 관계
송무백열(松茂栢悅)이란 말이 있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반긴다."는 뜻으로 친구의 잘됨을 기뻐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벗으로 비유했으나 생물학적으로 보면 사촌 뻘이 된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고약한 심보에 비하면 지음(知音)을 아낀다는 것은 참 갸륵한 일이다.
* 지음 :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잘 이해해 준 친구 종자기(鍾子期)가 죽은 후, 그 소리를 아는 자가 없다 하여 거문고의 줄을 끊어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 지우(知友).
2. 소나무의 종류
소나무 하나도 그냥 지나쳐 볼 일이 아니다. 자연에 흐드러지게 숨어 있는 비밀이 곧 자연 법칙인 것이니 하는 말이다. 길섶을 지나면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소나무에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즉 세 사촌이 있다. 소나무에 가까이 가서 솔잎을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자.
* 길섶 : 길의 한 쪽 가장자리
3. 육송에 대한 설명
소나무는 이파리가 두 개씩 묶어 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것이 우리 나라의 재래종 소나무 육송이다. 연년세세 우리와 같이 살아온 그 소나무이다. 자리를 잘 잡은 놈은 길길이 자라 낙락장송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땅딸보 왜송으로 남는다. 그러나 낙락장송이나 왜송이나 다 같은 종이다.
* 육송 : 줄기 부분이 갈색인 소나무
* 연년세세 : 매년
* 낙락장송 : 우뚝 높이 솟아 있는 늙은 소나무
* 왜송 : 크게 자라지 못한 소나무
4. 리기다 소나무에 대한 설명
이와 달리 잎이 짧고 뻣뻣하여 거칠어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 나무의 잎을 따 보면 잎이 세 개씩 묶어 나 있다. 이 소나무는 리기다소나무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병충해에 강하다고 하여 일부러 들여와 심은 것이다.
* 원산지 : 최초로 산출되는 곳
5. 잣나무에 대한 설명
마지막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소나무가 있으니, 이파리가 유달리 푸르러 보이고 잎이 통통하고 긴 잣나무이다. 잎을 잘 관찰하여 보니 한 통에 잎이 다섯 개나 모여 있지 않은가? 오 형제가 한 묶음 속에 가지런히 들어 있어서 다른 말로 오엽송이라고도 부른다. 소나무면 다 같은 소나무인 줄 알았는데 잎부터 이렇게 다르니 이것이 자연의 비밀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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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나무의 쓰임새
알고 보면 우리 나라만큼 소나무가 많은 나라도 없다. 옛날부터 소나무를 귀하게 여겨 다른 잡목(雜木)을 골라 베어냈기에 그런 것이다. 소나무가 많은 만큼 그 용도도 다양하다. 솔방울은 물론이고 마른 솔가지 삭정이와 늙어 떨어진 솔잎은 연료로 썼고, 둥치는 잘라대 패서 주로 군불을 때는데 썼다. 솔가리 태우는 냄새는 막 볶아낸 커피 냄새 같다고 했던가? 그뿐인가? 옹이진 관솔가지 꺾어 모아 불쏘시개로 썼고, 송홧가루로는 떡을 만들었으며, 송진을 껌 대신 씹었다. 더욱이 요새 와선 몸의 피돌기를 원활히 해 준다 하여 사람들이 솔잎즙을 짜서 음료로 만들어 팔기에 이르렀다. 그 물이 달콤하기 그지없으니 설탕과 비슷한 과당이 많이 든 탓이다. 또, 솔잎에는 배탈이 났을 때 좋은 타닌(tannin)도 그득 들어 있다. 그래서 산사의 스님들이 생솔잎을 그리도 많이 잡수셨던 모양이다.
* 둥치 : 큰 나무의 밑둥
* 삭정이 : 나무에 붙은 채 말라 죽은 가지
* 군불 : 방을 덥게 하려고 때는 불
* 솔가리 : 말라서 떨어져 쌓인 솔잎
* 옹이 : 나무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
* 관솔 :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
* 타닌 : 다수의 페놀성 수산기를 가지는 방향족(芳香族) 화합물이며, 구성 성분이 단일물질로서 결정상(結晶狀)으로 분리된 것도 있지만, 제품의 대부분은 몇 종의 물질이 혼합된 것이며, 백색 또는 담갈색의 부정형(不定形) 분말로서 얻어진다. 화학적으로 말할 때는 그 주성분을 가리킨다.
7.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소나무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나무는 집을 지을 때에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가 사는 집도 소나무로 지었고, 무덤을 지키는 나무 또한 소나무가 아닌가. 그리고 죽은 시체는 어디에 누워 있는가. 소나무 널빤지로 만든 관이 저승집이다. 바람 소리 스산한 무덤가의 솔잎 흔들림에 근심, 걱정을 푸는 해우(解優)의 집이다.
* 해우 : 근심을 풂
8. 소나무와 사람 사이의 인연
늘 푸름을 자랑하는 만취의 소나무에는 영양소와 함께 우리의 넋이 들어 있고, 조상의 혼백이 스며 있다. 그러면서 소나무는 우리에게 절개를 지키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인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소나무에 대해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금줄의 솔가지 잎에서 시작하여 소나무 관 속에 누워 솔밭에 묻히니, 은은한 솔바람이 무덤 속의 한을 달래 준다."
* 만취 :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송죽(松竹)의 푸른빛. 곧, 늙어서도 지조를 바꾸지 않음의 비유.
* 금줄 : 부정(不淨)한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표시로 문이나 길 어귀에 건너질러 매는 줄.
1. 이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소나무의 종류별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