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YouthPective 제 57회
10대를 보는 관점의 재발견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을 주제로 한 책들 중에서 일반적 통념과 다른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한 내용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가끔 신선한 제목이나 기존과 관점이 다른 비판적 글들을 보면 반가움과 기쁨을 느낀다. 청소년관련 교과서는 물론이거니와 인문서적이나 사회비평서적들에서 만나는 청소년에 관한 글들은 대체로 사회통념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몇 해전 사회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사회의 33가지 쟁점을 제시한 책을 본 바 있는데, 그 중, “청소년”과 “청년과 대학생”이라는 두가지를 쟁점에 포함하고 있었다. “교육”과 “정보사회” 등과 관련한 다른 주제들도 포함하고 있었으니, 사회문제적 쟁점 중에 청소년과 관련하여 6-7가지는 쟁점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 “청소년”에 대하여는 “청소년문제를 보는 두가지 시각”이란 부제가 붙어있으며, “청년과 대학생”에 대해서는 “청춘의 절망과 분노”라는 부제가 같이 제시되어 있다.
청소년문제를 보는 두가지 시각이 무엇인지를 보니, 청소년문제의 본질은 청소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청소년문제를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으로 청소년들을 지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문제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역시 병리적 관점 즉, 문제중심적 접근의 한계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한 책에서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청소년문제를 사회적 병리현상의 축소판”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청소년문제를 청소년기의 과도기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은 청소년문제를 보는 지배적이고 상투적인 시각이라고 규정하고, 청소년기가 계속 연장되고 있는 문제, 교육과 학교평가문화, 미디어 상업주의의 문제 등과 관련한 설명을 통해 사회통념적인 문제적 시각을 비판하고 있고 있다.
오늘날의 청소년문제는 결과적으로 보면, 국가가 청소년을 기회보다는 통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사회적 시민으로 존재할 가능성과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오늘날 청소년들의 비정상적인 모습은 우리의 병리적 사회구조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보아야 하며, 그래서 청소년문제는 청소년고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병리현상의 축소판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두 책의 저자가 각기 다르지만, 청소년이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나름의 설명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공통성을 갖는다. 청소년문제라고 할 경우 그것은 청소년 자체가 문제적이라기 보다는 사회환경변화에 따른 현실적 문제상황과 관련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을 갖는다.
그러나, 청소년문제가 청소년의 고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청소년을 문제를 가진 존재로 보고 그 원인에 대한 이해와 대안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유사한 한계점을 갖는다. 두 책의 내용은 사회문제로서의 청소년이슈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대해 다소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원적으로 보면, 청소년은 그 자체가 문제적 존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보다 전환적 관점을 놓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의 책들 보다 더 일찍 발간된 서구의 책 중에 미국의 Epstein 박사가 저술한 “The case against adolescence”이 있다. 의역하면, “청소년기에 대한 부정적인 것에 반대되는 사례들”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모든 10대들에서 성인을 다시 발견하기(Rediscovering the adult in every teen)”를 부제로 제시하고 있다. 제목과 부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청소년자체를 근본적으로 사회문제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긍정적 존재로 보는 관점에서 그러한 주장의 근거를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의미를 많은 서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제시해보자. “나는 Epstein 박사가 말하는 것을 100% 믿는다. 청소년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은 단지 결코 그렇게 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그렇게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거의 없다. 우리는 10대들은 많은 것을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냥 어린아이로만 여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 성인과 마찬가지로 해결하거나 그 보다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Frank, W. Abagnale)”
“10대들은 아이들이 아니다. Epstein박사는 청소년들을 그렇게 대함으로써 발생된 해로움을 설득력있게 잘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보기 드문 지적 정직함으로 편견의 산을 넘고 부정적 상투어구(stereotypes)를 헤치고 벗어나 10대들이 청소년기가 연장되기 전에 그러했던 것 처럼 그리고 앞으로 언제가 다시 그렇게 될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Alex Koroknay-Palicz).
이 책에 대한 이러한 찬사의 말을 통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크게 3부 1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게 청소년기를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에 반대되는 사례들(1부), 청소년의 역량들(2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만 하나(3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기회가 있을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청소년을 문제적인 존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르게 보는 접근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정도로 제시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의 또 다른 책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책의 비판적 시각을 더욱 넘어서는 그래서, 이러한 Epstein박사의 저서와 같은 대전환적 관점을 담은 것을 보게 될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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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글이었습니다. 인용할 때는 다음의 출처를 밝혀주십시요. http://cafe.daum.net/ewelfare CJ의 YouthPective 제57 회)
한국시간 2019년 4월 30일 한밤 처음 쓰고 2019년 5월 6일에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