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의 본명: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모기장으로 보이는 밖은 아직도 어둠이다.
전 영감은 주특기인 단전호흡을 하러 나가겠단다.
지난 11월 미국의 문 종팔군, 전 영감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한적이 있다.
뱀사골 산장에서 자다보니 전 영감이 없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들어오기에, 화장실을 가보았으나 그곳에도 없다.
영감이 술취해 화장실 가다가 실족한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마음에 난간 아래로 내려가
랜턴을 비쳐 보았으나 흔적도 없다.
혹시나 하고 취사장으로 가보니 껌껌한 그곳에서 왠놈이 정좌를 하고 도사같이 앉아있었다.
전 영감이었다. 쎄이가~~~~~~~~~휴~~~~~~~~~우~~~~~~~~
아침을 해먹고 7시에 오세암을 출발했다.
오세암 부터 마등령 까지는 계속하여 오르막이다.
난 오르막이 쥐약이다.
더구나 20kg이 넘는 배낭은 자꾸만 뒤로 잡아당긴다.
그러나...배낭 무게도 나보다는 적고, 힘이 장사인 전 영감은 잘도 오른다.
헉~~~~억.... 헉헉... 헥헥.... 아이고 권 영감 살려도~~~~~~~
오늘의 목표는 소청산장 까지인데....
처음부터 이렇게 힘이드니 걱정이 앞선다.
마등령에 오르니 그야말로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는다.
조금전까지의 힘듬은 어디로 사라지고 바람앞에 온몸을 맡긴다.
아~~~~~~~~~바로 이맛이야.
그러나 이제부터가 고생길이다.가벼운 행장이라면 별 걱정 없는 길이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밧줄 잡고 오르내리는 것은 장난이 아니니까 말이다.
허지만, 사서하는 고생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출발~~~~을 웨치고 시계를 보니 9시10분이다.
보통, 4-5시간이면 넘는 공룡이지만, 우리는 6-7시간을 잡는다.
평이한 길이 끝나고 밧줄을 잡고 10여m를 내려가야하는 곳이 나온다.
보통짐이면 밧줄을 잡을 필요도 없으나 짐이 무거우니 장난이 아니다.
두짝의 지팽이 부터 밑으로 던져놓고 어거지로 어찌저찌 내려온다.
휴~~~~~~~~우.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 숨....
그러나 끝내주는 주변 풍광에 전 영감은 연실 디카를 눌러댄다.
15년전쯤 처음 공룡을 넘고.... 이번이 다섯번째 길인데, 언제나 처음 오는 기분이 드는 곳이 이길이다.
허지만... 길은 많이 훼손되었고, 또 위험한 곳은 모두 迂回길을 만들어서 예전의 정취는 많이
사라졌다.
배꼽시계의 요청으로 적당한 곳에 주저앉아 라면을 끓인다.
밥도 잘먹는 전 영감은 세개를 끓이란다.
그러나...라면을 세개씩 한꺼번에 끓인 적이 없는 나는 물과 스프의 조정 실패로 라면은 소금국이
되었다.
아이구 짜~~~~~~~~~그러면서도 젖가락질의 속도는 늦춰지지가 않으니 무슨 조화람.
좋은 경치도 힘이 드니 시들해지며, 어깨도 아프고 다리 힘도 빠진다.
오르막에서는 서로가 기압을 넣어가며 힘을 북돋아 주어도 힘든건 힘든거다.
어느덧 3시가 가까워지며 마지막 밧줄구간이다.
사실은 이길도 오리지날 길이 아닌데...원래길이 조금 위험하다고 새길을 냈으나 내생각에는
그게그거다.
또 한번 어기적 거리며 10여m를 clibming down을 했다.
이곳부터 희운각 산장까지는 평지길.
그곳에는 맥주가 있겠지.
침을 꿀덕이며 부지런이 발걸음을 옮긴다.
나도...전 영감도....
우리의 기대대로 희운각 산장에는 물에 채워진 시원한 캔맥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깡에 무려 3500냥이지만 돈이 무슨 문제랴.
허겁지겁 한깡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우고는 한깡을 또 챙긴다.
세깡씩을 마시고 나니 눈이 쬐께 훤해지면서 힘이 솟는것 같으나...
전 영감 가라사대....소청까지 못올라 가겠다며 그냥 여기서 묵잔다.
속으로는 나도 이 오르막을 어찌 오르나 하고 걱정 중있는데......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는 속담대로 나도 오케이 해버린다.
소청까지는 올라가야 내일 일정이 수월한데....하면서도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다니 어쩔수 없다.
자리 배정을 받고 저녁 준비를 한다.
햇반 세개.... 한통 남은 꽁치 통조림으로 또다시 김치찌개..... 하산하는 사람으로부터 얻은
고추와 고추장... 깻잎 장아찌...
또다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성찬에 酒님이 빠질수 없지.
한팩에 3000냥 짜리 세개를 또다시 눈깜짝할 사이에 모셔버렸다.
이거야 원.............. 산행인지? 주행인지?
은근한 취기 속에서 응얼응얼 거리며 전영감과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초저녁 부터
꿈나라로 직행해 버렸다.
내일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서. 두번째 이야기 이만 끝.
2005년 8월 6일 밤 성재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