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요양병원을 돌아다니며 노인들에게 전통한지로 만드는 한지등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임찬숙 총무는 활발한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작은 한지등 하나에도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예술계에 투자되는 보조금은 종종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지역 예술계의 특성상 보조금이 예술인들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남용하거나 잘못 유용했을 때엔 세금낭비라는 오명이 붙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북 민간사회단체 보조금을 지원받아 문화소외계층에게 빛을 밝혀주는 단체가 있다.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문화예술단체인 사대문예술문화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 중에서도 요양병원을 돌아다니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전통한지로 만드는 한지등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임찬숙(50) 총무는 활발한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년 전 한옥마을과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한 뜻을 가지고 만든 사대문예술문화원은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한지를 활용한 ‘한지등’ 만들기였다.
“사회문화복지에도 관심을 쏟아야 하지 않냐는 물음에 대해 모두들 공감해줬다.
그래서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한지공예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사업 추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많은 문화소외계층 가운데 특히 몸이 편찮은 노인들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대답은 ‘어머니’라는 답으로 돌아왔다.
“신장투석으로 늘 몸이 불편했던 어머니는 우리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지등 만드는 일을 돕겠다며 어머니가 따라 나섰는데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어르신들이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보조금을 가지고 여유롭게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다.
2년 전 첫 발을 뗀 체험활동은 초창기엔 문화누리를 통해 유료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어르신들은 체험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속상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카드를 발급받는 데에도 까다로운 절차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이런 번거로운 과정 없이 체험활동을 펼칠 수 있으려면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문화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전북도가 매년 초 실시하는 민간사회단체 보조금을 신청했다.
신청서를 접수하러 갔더니 이미 백여 개가 넘는 팀들이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레짐작 포기하고 있었는데 보조금 신청이 수락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것도 6백 만원 이라는 큰 금액이었다.
“도에서도 우리의 좋은 취지를 인정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세밀한 작업이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최소한의 작업으로도 완성품을 만들 수 있는 한지등 개발에 주력했다.
한지문화축제에서 일하는 동생 임찬오 팀장의 힘이 컸다.
등으로 제작하는 만큼 실용성도 갖춰야 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지등의 포인트인 문살 문양은 레이저로 잘라내 편의성을 더했으며 손동작이 둔화된 어르신들도 풀칠 한번이면 뚝딱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작업을 일원화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게다가 만들어진 등은 소장할 수 있도록 하니 어르신들은 등 하나를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그래도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즐겁다는 분들을 보면 힘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미 올해의 일정을 반 이상 소화했지만 여전히 문의전화가 올 정도다.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일이 아니니 서운하고 섭섭한 것도 없다.
그저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손을 잡고 ‘찾아와 줘서 고맙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내년엔 대상을 더욱 확대해 장애아동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문화체험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의 바람은 큰 데 있지 않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도 충분히 함께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 많아졌으면 하는 데 있다.
그 일에 작은 도움을 보탤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전주에서만큼은 문화소외계층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한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작지만 알찬 문화들이 꽃 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생각이다.” 한지 빛깔처럼 곱디 고운 미소가 얼굴에 퍼진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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