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월9일)
러시아에서는 흔치않은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만 공연을 했다.
"휘가로의 결혼" 서곡과 교향곡 40번
그리고 휴식후 2부에는 모차르트 최후의 대작 "레퀴엠"을 지휘했다.
작년에 모스크바 파크롭스키 극장에서 "마술피리"를 지휘하면서 힘든 경험이 있어서
완벽한 연습시간이 주어지지않으면 러시아에서 모차르트 지휘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으면서 또 어리석게 모차르트를 지휘했다.
이번에 역시 연습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합창지휘자는 예전에 다른 지휘자가 했기에 합창단은 연습이 되어있다면서 걱정 말라고하였다.
그러나 내가 해석하는 모차르트는 러시아 지휘자들과는 하늘과 땅차이로 다르다.
그래서
합창지휘자에게 언제 합창연습이 가능한지 빨리 알려달라고 했는데도 알았다고 하면서 답을 미루었다.
나는 3월31일부터 4월2일 까지는 딸의 러시아 학생비자를 신청한다고 몽골을 다녀왔고
다녀오니 합창단은 다른 오페라에 나오는 합창연습과
4월하순에 있을 러시아작곡가가 작곡한 신작 합창을 초연한다고 "레퀴엠"을 위한 연습시간이 1번밖에 없었다.
그것도 2시간 ??? 그런후에 바로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해야만 하게 되어있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극장 사정이 이렇다니 어떻게 하겠는가?
4월6일 오전 11시부터 연습이 있기에 갔더니 - 자기들은 연습을 확실히 했다지만 - 모차르트 음악이 아니었다.
역시나 러시아식의 질질 끌고 당기는 늙은 모차르트였다.
2시간 동안 연습을 통하여 곡을 다듬다보니 4곡밖에 못했는데 시간이 다 가버렸다.
8일날 오후6시에 바로 오케스트라와 바로 마추어야 하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오전에 1시간을 빼 달라고 하여 연습시켰다.
18시부터 3시간 연습시간이 있었다.
합창만 할 수 없지만 3시간으로는 합창연습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으로 심포니까지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심포니 연습은 내일로 미루고 죽어라 합창단만 연습 시켰더니 단원 일부가 - 오전에 연습하고 또 저녁에 연습을 하니- 피곤하단다.
당연히 피곤하겠지?
그런데 문제는 오늘뿐만이 아니고 평상시에도.정신 상태가 문제였다.
연습을 하는 태도가 그냥 일반 직장일들이 일하듯이 시간만 떼우려하고 예술가적인 섬세한 자세가 부족했다.
러시아에서 모차르트를 하는것 자체가 스트래스인데 연습시간마져 부족하니 마음까지 조급해졌다.
어제(9일) 공연날이었지만 오전에 3시간을 연습했다.
물론 한시간은 모차르트 심포니를 연습하고 남은 시간을 합창연습을 하였다.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나에게 욕을 많이 먹으면서도 속으로는 음악을 생각하면서 정리를 했는지 지휘를 잘 따라와주었다.
내가 기대했던것 보다도 밀도있게 잘 했고 연습때보다 훨씬 깔끔하게 노래해주었다.
합창단과의 연습시간이 부족하여 솔리스트들은 딱 한번 / 그것도 그냥 넘어갔는데도 공연날은 잘 따라와주었다.
모차르트 "레퀴엠"은 참 멋진 작품이다.
그러나 어려운 곡이다.
카라얀, 첼리비다케등 내노라하는 거장들의 녹음도 들어봐지만 내가 생각하는 모차르트와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대단한 분들이지만 모차르트는 그렇게 많은 합창단원들이 소픙가듯이 부르는 합창곡이 아닌것 같다.
나는 프라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에서 2년간 지휘자로 있으면서
또 10년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살면서 나름대로 모차르트를 머리속에 정리해서 가지고 있다.
모차르트를 제대로 하려면 정리해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물론 오스트리아 단원들은 몸에 베어서 저절로 80%가량은 나오며 조금만 정리하면 느낌이 살아난다.
그러나 이태리만가도 느낌이 다르며 슬라브나라나 특히 러시아에서는 표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된다.
물론 미국도 테크닉은 좋지만, 무늬만 모차르트지 영혼이 살아나지 않는다.
모차르트는 생각이 늙은 사람이나 또 너무 꾸밈이 많은 사람은 표현이 힘든것 같다.
자연적이고 공격적이지않고 깔끔하고 사랑스럽고, 매번 샘물처럼 느낌이 살아나게 연주하기란 결코 쉽지가않다.
올해가 가기전에 또 레퀴엠을 공연할 것이다.
그때는 교향곡대신에 대관식 미사나 다른 작품을 함께 배치할 것이다.
또 다음에는 합창지휘자에게 연습을 맡기지않고 내가 직접 파트연습과 전체연습을 다시 시켜서 공연을 가질것이다.
그리고 발음과 가사의 뜻을 되씹으면서 느낌을 살려서 음악을 만들것이다.
특히 세세한 프레이즈 처리와 첼로와 비올라의 음길이와 강약처리를 철저히 구별하여 연습시킬것이다.
소프라노 파트에서 음정이 통일되지 않고 또 테너가 음색이 다른것도 정리를 할 것이다.
주제가 안닌 대선율의 경우 음량을 줄이고 또 좀더 깔끔하게 처리하여 가사들이 잘 들리게 정리할 것이다.
모차르트가 죽기전에 생각을 음악으로 정리한 최후의 작품을 통하여 그의 삶을 나타내어주고 싶다.
기쁜듯하나 슬프고, 아름다우면서도 한 없이 쓸쓸한 모차르트의 음악 !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이고 기본적인 재료를 가지고 많은 것을 이루어낸 그의 작품을 다시한번 재조명하고싶다.
음악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여러가지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특히 해설하는 여자가 끝부분에 미리나와서 음악회의 느낌을 깨지않게 할것이며 해설은 내가 할 것이다.
잠을 자면서도 신경을 썼더니 몸이 더욱 까칠해진 느낌이다.
음악회를 마치고나니 성공여부를 떠나서 속이 시원하였다
너무 땀을 많이 흘리면서 지휘를 했더니 배가고파서 늦은 시간이었지만 또 먹었다.
모스크바까지 항공권을 구입하는데 비즈니스 클라스의 경우 2만 마일만 공제하면 에코노믹클라스에서 비즈니스로 승급이되었다.
몸도 피곤하고 또 모스크바 도착후 바로 여러 만남이 있기에 비즈니스클래스로 승급했다.
참 잘한것 같고 공항에 들어서자 기분이 좋았다.
항상 그렇지만 비즈니스 클라스를 탈때는 왠지 사람대접을 받는것 같고 마음이 홀가분하다.
제돈내고 비즈니스클래스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돈만 있으면 탈만하것 같다.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에 들어섰더니 악기들이 보였고
자세히보니 그저께 필하모닉홀에서 공연한 "보로딘 4중주단"원들이 앉아있었다.
아니 ! 필하모니에서 이들에게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구입해 주었구나 "무슨 돈이 있어서 ???
첼로는 2자리일텐데 ...
필하모니 디렉터 나타샤가 공연에 초청하였었지만 나는 "레퀘엠" 연습이 겹쳐서 가지못했는데 본 사람들이 좋았다고 하였다.
이들은 러시아에서는 유명한데 일년에 60회 ~ 80회의 공연을 한다고했다.
4명중에 첼로하는 젊은 축에 속하는 친구가 친절해보였다.
러시아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사람들은 항공기까지 이동도 대형버스가 아니라소형봉고로 차별되게 안내한다.
그런데 비행기를 탔더니 보로딘 4중주단 단원들은 비즈니스 클래스가 아니라 에코노믹클라스로 가는것이 아닌가?
러시아에서는 배려차원에서 에코노믹클라스지만 비즈니스 라운지를 사용하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
작년에 사라토프 오페라단에서 지휘를 마치고 공항에 갔더니
오페라단직원이 공항 비즈니스 클라스 라우지 직원과 얘기하더니 나를 비즈니스 라운지로 안내했다.
보로딘 4중주단원들 역시 에코노믹클라스를 구입해주고 이렇게 배려를 해준 것이다.
비즈니스클라스가 텅텅비었는데 이런 연주자들에게 배려를 해주면 안되나?
오래전에 대학교총장일행이 러시아로 출장을 가게되었는데 내가 티켓을 예약했다.
일반교수는 에코노믹클라스 부총장은 비즈니스 총장은 1등석을 탓는데
대한항공의경우 에코노믹은 100만원대요 비즈니스트 790만원 1등석은 900만원가량하였다.
그런데 러시아 국내선의 경우 비즈니스 클라스가 일반석의 2배도 안된다.
그러니까 나도 타고다니지?
그런데 사진을 보면 알듯이 러시아 국내선 비즈니스석은 뭔가 좀 허술하다.
완전히 눕혀지지도 않고 둔탁한 의자와 발받침도 그렇고 그 흔한 모니터도 없다.
앞뒤로 텅 비어있어서 편하게 왔다.
16일날 지휘할 "바흐 치사라이의 샘물"(발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나니 모스크바가 가까웠다.
울란우데는 밤에는 영상1도 낮에는 영상 12도로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울란우데에서 모스크바를 가는 길에 비행기안에서 찍었는데
시베리아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우랄산맥 근처인데 온통 눈과 얼음이다.
모스크바공항 근교인데 나무들이 많이 있고 별장들이 즐비하다.
모스크바 공항 근처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스탈린식 건물
모스크바의 대표적인 예술가 거리 구 "아르바트"
이상하게 요즘 모스크바가 울란우데보다 더 춥네요.
사람들이 겨울옷을 입고 다니네.(밤 영하3도 낮 영상 5도)
모스크바의 대표적인 아르바트 거리 / 근처에 푸쉬킨과 부인 나탈리아의 동상이 있고 그들이 살던 집이 있음.
요즘 모스크바 사람들은 울란우데 사람들보다 생기가 있고 빨라졌다.
10년전만 해도 공산주의 느낌이 많이났고 , 도저히 바뀔것 같지가 않더니 ......
서방이 돈을 앞세워밀고 들어오니 러시아도 물질앞에서는 무너지네요.
언젠가는 중국역시 크나큰 자유의 물결앞에 요동치는날이 올것이고 그럼 ???
울란우데 시간으로 12시10분 비행기타서 모스크바시간으로 13시 20분 모스크바 도착
공항에서 바로 14시 직통열차로 시내로이동하여 벨라루스키 역 근처의 LG 사무실에서 이국장을 만나고 상의하고
바로 파크롭스키 극장에서 연출가 올가와 5월연주 프로그램 상의하고
17시에 대사관에서 문화원장과 5월26일 음악회 지원과 6월 ~ 8월 울란우데와 이르쿠츠크에서의 한러 친선음악회 협의하고
또 내년 1월신년음악회와 한국 오페라를 러시아에서 공연하는문제 상의후 하루일정 끝.
최종 결정은 내일 11시 대사님과 협의후에 ......
모처럼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고 하루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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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